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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반기문, 대권 도전 이대로 종치나? 본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반 전 총장의 실수 퍼레이드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 아니라 보다 심각한 근원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2만원’ ‘턱받이’ ‘퇴주잔’ 등의 논란에 대해 “제가 이제 (한국에) 온 지 6일째다. 여러분이 파리에 가서 전철표 끊을 때 금방 할 수 있냐”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약간의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배려심이 없다”라며 자기 편의적인 변명을 했지만, 그냥 ‘애교’로 봐주고 넘어가자.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전략적 실책은 자신의 실수를 넘어 대선판 전체를 흔들고 있다. 자신 혼자 죽는 게 아니라 그 여파가 나비효과가 되어 다른 주자의 당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은 바로 전략적 좌표 설정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대선판 위를 날아다니던 그가 한국에 첫 착지한 곳이 엉뚱한 좌표라는 얘기다. 그동안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선언한 뒤 보수 진보 중도 등 그 어느쪽도 깊숙이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진보적 보수주의’라는, 마치 ‘남자이자 여자’라는 말처럼 이쪽과 저쪽을 짬뽕한 말로 진영논리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일견 그것은 성공하는 듯보였다.
하지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진짜 ‘돈’이 없었는지, 그는 대뜸 귀국 일주일여가 지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것도 ‘녹색성장 아젠다를 이어받겠다’는 헌사까지 곁들여서. 이명박 정부 2.0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 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하늘 위에서 고매하게 때를 기다리던 반기문의 첫 기착지는 바로 ‘이명박’이었다. 이명박이 누구인가. ‘이명박근혜 정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층의 대표 주자이자 박근혜 정부와도 연결성이 있는 전직 대통령이 아닌가. 정두언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순간부터) 그런데 벌써 이미 여권 후보로 각인이 돼버리고 그러니까 정권 심판 프레임에 들어와 버린 거예요. 메시지가 다 그래요. 그러니까 생각해 보세요. 이명박, 박근혜 지금 여권이 10년 집권하고 있잖아요”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반 전 총장은 일단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제 3지대의 중도개혁세력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그가 친박계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샤이 보수층’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자신이 가장 아껴두어야 할 카드 하나를 패가 다 돌아가기도 전에 내보인 꼴이 됐다. ‘피처링’은 최근 한 정치 전략 전문가가 반 전 총장에게 직보한 보고서 하나를 입수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반 전 총장이 초반에 어떤 세력과 ‘연대’를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전략 전문가가 반 전 총장에게 건의한 ‘시급한 대책 건의(안)’을 보면 ‘조기 대선 구도 전략’이라는 항목 아래 크게 3가지의 방안이 마련돼 있다. 첫째는 개헌연대와 지역연합 구도 전략이다. ‘분노연합’을 극복할 정치적 대응 전략으로 개헌연대와 지역연합 구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정국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 그리고 더 나아가 보수층 리더그룹 전체에 대한 극심한 불신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이 그의 많은 약점과 대선 실패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분노연합’의 대세에 편승해 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개헌연대는 대선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정치적 의제임과 동시에 문재인 등 친노친문을 대권욕심 패권세력으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두 번째가 바로 ‘친박 보수 인사 배제, 호남/수도권 인물 전면 배치 필요’라는 메시지다. ‘친박 인사는 절대 배제하고, 보수 기득권 인사도 후면에 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광범위한 지역연합을 구현할 인물의 전면 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현재 보수의 보자만 내뱉아도 손해를 볼 것이다. 다른 정당에 가더라도 보수 색채가 있는 곳은 안 된다. 개혁적 보수든, 따뜻한 보수든 안 된다. 국민들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보수층 리더그룹을 동일시하고 있다. 바른정당이 더 뜨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범위한 안티 박근혜 안티 보수의 기류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어쩌면 다음 정권은 ‘묻지마 안티 보수’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반 전 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싸놓은 오물을 대신 치우겠다는 정말로 어리석은 전략의 표출이었다. 이제 그것을 담을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조언한 것이 ‘중도 개혁의 기치를 표명하는 기본전략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전략, 공약 정책, 메시지, 후보자 일정 등 모든 분야에서 중도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집중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도개혁 프레임에 보수가 융합되는 방식 설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개혁의 큰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보수를 넣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보수(이명박)의 큰 원 안에 중도개혁(제 3지대)을 넣으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이후 손학규 정의화 등을 만나겠다고 공언했다. 본격적인 연대 행보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은 그래서 아쉽다. 보수 정권교체 프레임에 자신이 빠져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향후 제 3지대 연대에서도 그것은 약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런 반 전 총장의 전략적 실책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이대로면 (대선도) 종쳤다”라는 극언마저 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원래 새누리당에 입당할 계획이 있었다고 최근 고백한 바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자신을 보수층의 대표주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의 상황과 걸맞은 것이다. 지금은 보수층 전체에 탄핵 폭탄이 떨어져 폭망 시점에 와 있다. 그가 그래도 ‘의리’ 때문에 아직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에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실토한 대로 ‘돈’이 없어서 아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수정당 입당을 선호하는지 모른다. 창당은 자금과 조직 면에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만 해온, 만들어진 판에서 잘 헤쳐나왔지만, 직접 판을 만들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아마 반 전 총장은 본격적인 세 규합에 앞서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의원들과 최소한 정치결사체라도 만들어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돈과 자금면에서 어느 정도 부담이 덜하고 연대 협상에서도 원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은 대권 도전 초반의 프레임 전쟁에서 불리한 포석 하나를 깔아놓고 시작하는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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