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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문재인 대세론-불가론 기사후기 본문
‘피처링’의 대선기획특집 ‘문재인 대세론과 불가론’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댓글도 많이 달렸는데요, 대세론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뜨거운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의 대부분은 대세론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론을 외치는 댓글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를 두고 ‘숨은 안티 문재인 세력이 많다’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 ‘문재인은 안심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문재인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보니, 그에 대한 ‘배척’도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예전 이회창 대세론처럼 문재인에 대해서도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선주자로서는 좀 좋지 않은 신호인데요, 지지세력의 확장성면에서 좀 불리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에 대한 지지세력이 얼마나 더 늘었느냐고 문 캠프측에 물어본다면 그들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문재인 캠프의 대선 전략은 두 가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호.불호가 뚜렷한 현재의 지지세력 분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집토끼만 확실히 지키자는 기류가 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세력의 재결집과 단속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최근의 선거권 나이 하향 조정 찬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중도나 특히 보수층의 지지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 블루오션인 젊은 층 공략이 더 쉽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선거권 나이 조정은 여야 합의의 어려움 때문에 실현되기 난망하지만 촛불민심에서 촉발된 젊은 층의 정치열망을 등에 업고 앞으로도 전략적인 진보정책 공약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미 관계같은 민감한 문제도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난 적극적인 좌클릭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과 경쟁력 측면에서 외교분야는 약점이 아니냐”는 질문에 “반 전 총장이야말로 외교적인 면에 약점이 있는 게 아닌가. 반 전 총장은 너무나 친미적이어서 미국의 요구를 절대 거부할 줄 모른다. 나도 친미지만 이제는 미국의 요구도 노(No)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언급은 향후 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미국이익 중심의 우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도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입지를 스스로 좁힌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문 전 대표의 이런 좌클릭 현상은 보수층의 필연적인 반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지지세력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아도 ‘북한>미국’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보수층은 더 큰 포비아를 느끼며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재인 캠프측도 보수층으로부터 ‘불안하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에 대한 적절한 ‘회색 스탠스’ 유지 기류도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드와 법인세 문제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사드 문제의 해법은 차기 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문 전 대표는 ‘재검토 및 공론화’ → ‘배치 절차 잠정 중단’ → ‘배치 취소를 전제로 다음 정부로 이관’ 등으로 입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드 문제만 해도 보수층의 불안감을 의식해 사드 배치 결정 초반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외교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명확한 선 긋기는 향후 협상 전략 수립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지지율 2위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의식한 ‘안보 우클릭’이라거나 ‘중도 확장 전략’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자주 명확하지 못한 모호한 의사 표현으로 신뢰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사드 문제도 ‘왔다리 갔다리’ 노선을 취해 도대체 어떤 입장이 최종적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작심한 듯 “현안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한 문 전 대표가 사드를 놓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미국이 참여정부의 대외정책을 믿지 못한 것은 정권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말을 자주 바꿨기 때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문 전 대표로서도 이에 대해 “이리 말해도 공격, 저리 말해도 공격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일단 확전을 피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 이슈인 법인세 문제를 놓고도 문 전 대표는 “우선 법인세 감면 특혜부터 없애고, 그 후 인상을 검토 하겠다”고 ‘법인세 인상’ 당론과 다른 태도를 취했습니다. 당내 경쟁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언급 없이 재벌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문 전 대표가 사드와 법인세 등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종전과 살짝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위 후보로서 안정감을 보여주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일단 기존 지지층을 공고히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우클릭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문재인 캠프 주변에서는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의원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가 만약 지금 문재인 캠프에 있었다면 좌 편향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도개혁성향의 김 의원이 문 전 대표와 투톱을 이뤄 안정성도 확보하고 극단적 진보라는 비판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든지 1등은 되기도 어렵고, 유지는 더욱 더 어렵습니다. 현재 단독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가면서 대선을 맞이할 것입니다. 2등이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몰아붙인다면 1등은 안정적인 수성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사실 친노세력은 노무현의 광주 경선 승리 때 보여준 것처럼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에 능한 편입니다. 1위 후보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그것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문재인은 수성에 치중해야 합니다. 친노의 색깔과는 잘 맞지 않죠. 이 부분도 향후 대선 정국에서 지켜봐야할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안티 문재인’측에서는 미국의 트럼프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깜짝 대통령이 됐듯이, 문재인도 현재의 여론조사만을 믿고 안주하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가 종종 틀리게 나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샤이 박근혜’와 같은 숨은 보수층이었습니다.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드러내기는 싫어하지만 성향은 강한 보수층이죠. 이들은 여론조사 대답에서도 틀리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트럼프 승리도 ‘샤이 트럼프’가 많았던 결과죠.
중장년층과 젊은 층 사이에서도 숨어있는 '안티 문재인'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면, 문재인이 1위 수성 전략이 과연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드 등에서 오락가락 하는 모습도 1위 수성 전략에서 나온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사이다같은 선명성이 오히려 문재인에게 어울리는 옷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1등, 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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