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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코스프레 '우려스럽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 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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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자마자 연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터진 공항 생수 사건, 전철 티켓 만원권 두장 사건에 이어 턱받이 사건, 퇴주잔 원샷 사건 등 거의 날마다 해프닝을 쏟아내고 있다. 서민 코스프레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74세라면 나이도 지긋한 노인인데다 미국에서 10년을 살다 돌아왔다. 한국 물정을 제대로 알 리가 있겠나. 서울에서 오래 산 사람도 인천공항 직통열차의 승차권을 사려면 자동발매기 앞에서 주춤거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옆에서 일일이 코치를 할 수도 없고, 오로지 반기문의 센스에 달려 있다. 참모들도 노심초사 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실수나 해프닝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여기서 반기문의 어리버리행동에 대해 실드를 치는 건 아니다. 반기문이 저지른 해프닝 가운데 몇몇은 살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고 본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지금 우리는 사상처음으로(말도 안 되는 대통령의 무능과 비리로) 조기 대선을 치르는 국민들 맞나? 왜 다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을 보는 걸까. 반기문이 턱받이를 하든 수건을 둘러쓰든, 퇴주잔을 원샷하든 투샷하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 그는 자칫 한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 돼버렸다. 대선은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반기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드러난 것도 별로 없다. 그가 생수 에비앙을 좋아하는 정도?

 

물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이런 식으로 유력대권주자에 대한 검증의 시간을 허비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박근혜를 볼 수도 있다. 반기문은 이미 대선정국에서 넘버 2로 우리 정치 깊숙이 들어왔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금 대선주자 뺨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당탕탕 떠들며 귀국한 뒤 주민등록증 발급받고 바로 대권주자로 슬쩍 들이밀고 있다. 그렇게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대선 후보 지지율 대열의 두 번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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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몇 가지 실수한 것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의 수혜를 보고 있다. 정치인은 자기 부고기사 빼고는 모든 언론보도에 대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목말라 있다. 문재인보다도 더 자주 반기문이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그 소재가 너무도 유치하고 알 필요도 없는 데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1차적으로 반기문에게 있다. 한국이 아무리 미국에 비해 하찮은 나라이지만 세계 대통령 경력 10년을 우려속에서 보낸 사람이 그래도 한국의 대통령을 하겠다면 그것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있을 것이다.

 

반기문이 귀국한지도 일주일이 훌쩍 넘어가지만, 그를 기억하는 국민들(특히 정치를 잘 모르는)턱받이’ ‘퇴주잔정도로만 알고 있다. 앞으로 차츰 시간이 있을 것이다라고 변명하겠지만, 지금 반기문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대권주자의 요소가 빠져 있다. 바로 왜 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생각이 없다. 귀국하고나서 그가 제일 먼저 해야될 일이 바로 이 점 아닐까. 정치권 용어로 대국민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안희정의 전무후무 즉문즉답5시간 연속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선출마를 하려는 것이다.



 

반기문이 이걸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필자가 볼 때 반기문은 5일 연속 대한민국의 현안에 대해 즉문즉답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미국에서 10년이나 살다가 온 사람이 서민들의 고충을 얼마나 속속들이 알겠는가. 반기문은 속성 때려잡기로 국정전반에 대한 공부를 해야할 상황이다. 턱받이 코스프레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귀국 뒤 그가 보여주고 있는 대선주자 코스프레가 너무도 태평성대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기존 대권주자들이 생각없이 하는 이벤트를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다. 어떤 긴장감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최순실로 나라가 결단나고 대통령이 탄핵까지 몰리고 있는 국가재난 상황이다. 대선마저도 조기에 실시될 정도로 국가 비상상황이다. 이런 막중한 때에 기존 대선주자들 코스프레를 하는 반기문도 딱하지만, 언론과 우리도 한번쯤 생각을 해볼 일이다. 퇴주잔을 원샷한 게 그리 중요한가. 몇 날 며칠을 한국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 대안과 정책을 쏟아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기문의 입에서 나온 발화들은 한마디로 상당히 실망스럽고, 우렵스럽다(very concerned). 그는 지난 116일 기자들과 처음으로 치맥타임(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술자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 캠프는 처음부터 비보도를 염두에 뒀지만 언론 간 비보도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속보가 나가면서 공개가 돼버렸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은 설 직후 입당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정당 없이 홀로 하려니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그는 캠프 사무실을 두 군데 얻었는데 둘 다 사비로 얻었고 차량도 두 대, 기사도 두 명, 비서 등등 여기저기 비용이 다 내 돈이라고 덧붙였다.

 

정당 입당의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강과 정책은 어디로 갔을까? 대선후보 지지율 2위가 입국하면 여기저기서 막 돈을 대 준다고 착각한 것일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 같기도 하지만 그가 비교적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자리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고민이나 철학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큰 문제다. 등 떠밀려, 그의 표현대로 운명으로 대선 정국에 들어선 것같은, 마치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문제다. 불행이다.



 

이상한 발언은 또 있었다. 그는 탄핵이 되고 나서 내 생각과 상관없이 이렇게 됐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쪼개지지 않고 멀쩡했으면 들어가서 경선을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결심 시점, 배경 등이 모두 애매하고 모호하다. 김영삼의 경우 중학교 때부터 책상머리에 꿈은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대통령직에 대한 동기와 비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기회가 있겠지만 반기문 귀국 뒤 초반 행보는 실망을 넘어 우려스럽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발변수로 조기대선까지 치르게 된 마당에, 지지율 2위 후보마저도 운빨로 청와대 행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반기문이 귀국 뒤 첫 번째 해야될 일은 턱받이가 아니라 탄핵정국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국정공백 사태에 대한 대응책과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반기문이 대통령을 꿈꾸는 대권주자라면, 대통령 궐위 사태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메시지와 대안을 던져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퇴주잔은 천천히 원샷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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