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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해군 70년 최초 여성 ‘유관순함’ 넘어 핵잠수함 시대로 본문
(이 글은 2017년 7월 11일 보안뉴스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한국 해군 70년사에 처음으로 ‘여성’이 이름으로 등장한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7월 10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장보고-Ⅱ급(214급) 잠수함 6번함 ’유관순함‘을 해군에 인도하면서 우리 해군에도 여성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9년 4월 1일 아우내 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 투옥돼 순국한 유관순 열사가 우리 해군의 1800톤급 잠수함으로 부활해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게 되는 셈이다.
유관순함은 대함전과 대잠수함전, 공격기뢰부설 임무 등을 수행하며 유사시 상대방의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000㎞의 국산 잠대지 순항미사일(해성Ⅲ)을 탑재한다. 어뢰와 기뢰,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수면에 올라오지 않고 2주간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다. 항속 거리는 약 2만2000㎞로 미국 하와이까지 연료를 재충전하지 않고 왕복 항해할 수 있다. 유관순함은 길이 65.3m, 폭 6.3m, 최대속력 20노트로 승조원은 40여명이 탑승한다. 잠수함은 잠항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유사시 적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물밑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유관순함은 엔진 가동에 쓸 공기를 보충하는 ‘스노클링’(Snorkeling)을 하러 해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10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고 3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현재 해군은 배수량 1200t의 장보고급(209급) 잠수함 9척과 1800t의 장보고-Ⅱ급 잠수함 5척을 운용 중이며 현재 건조 중인 배수량 3000t의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2020년대 초반에 실전 배치된다.
해군은 해군을 창설한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을 기려 214급 1번함의 함명을 ‘손원일함’으로 제정했으며 2번함은 고려시대 수군 창설과 남해안 왜구를 격퇴한 정지 장군의 이름을 함명으로 사용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여성의 이름을 함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구축함인 DD-806은 해군 간호병과장의 이름을 따 힉비(Higbee)함으로 명명했다. 또 이지스구축함 DDG-70은 여성 제독의 이름을 따 호퍼(Hopper)함으로 명명했다. 해양탐사선 AGS-65의 이름은 메리 시어스(Mary Sears)함이다. 해군 해양탐사에 공헌한 여성이었다.
영국의 경우에는 6만5000톤급 항공모함 이름이 퀸엘리자베스(Queen Elizabeth)함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름에서 따왔다. 프랑스도 백년전쟁 중 프랑스를 구한 영웅인 잔다르크(Joan of Arch)를 1만3000톤급 헬기항모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유관순함은 연료전지 체계를 탑재하고 있어 필요시 해수면에 부상하지 않고 10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으로 평가받는다. 이로써 80여척의 잠수함 전력을 가진 북한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우리 해군의 수중 전력이 상당부분 보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핵잠수함에 비해서는 한참 뒤쳐진다. 핵잠수함이라는 명칭에서 오인하기 쉽지만 핵무기를 실었는지 여부는 상관 없이 추진 동력이 핵에너지인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을 가리킨다. 보통 핵잠수함은 수중에서 35노트(시속 65km)의 속력으로 항해할 수 있으며, 사실상 연료 보급이 필요 없기 때문에 디젤엔진처럼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특장점이 있다. 평균 수명은 25∼30년 정도다.
북한에 비해 잠수함 수가 열세인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맞서기 위해 우리나라도 핵잠수함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이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작년 8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군이 핵잠수함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북한에게 치명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수중 작전 기간이 거의 무제한이다. 적의 영해 깊은 곳에 오래 숨어 있어도 정찰 위성으로 탐지하기 어렵고 불쑥 잠대지 미사일로 공격하기 때문에 대처할 시간도 없다. 수중에서 장시간 운용하기 때문에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장시간 추적하고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격침할 수 있어 북한의 SLBM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초기인 2003년 4천t급 핵잠수함 3척 건조를 추진했었다. ‘362 사업’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3조5000억원을 들여 한국형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것이었다. 만약 언론에 노출돼 무산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핵잠수함 3척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핵잠수함이 자주국방에 핵심 전략무기이지만 넘어햐 할 산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우선 원자로 소형화를 비롯한 기술적 과제가 많은데 선진국에서 전수 받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핵잠수함을 운용하려면 연료로 쓸 농축도 20% 이상의 우라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핵잠수함은 우리 해군에게 큰 자신감을 주는 동시에 북한과의 해상전력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는 긴요한 전력임에는 틀림 없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이 글은 2017년 7월 11일 보안뉴스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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