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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웃거리기’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 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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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을 얕보고 정치 모른다고 깔보는 사람이 당(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이 당은 풍비박산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대구로 ‘하방’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들어 부쩍 중앙 정치판에 곁눈질을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이 미래권력에게 넘어가는 순간 당내 분열과 혼란은 시작되고 그 정권은 사실상 힘을 잃는다”고 밝혔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윤심 후보’인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돼 ‘홍심’(홍준표 의원의 ‘정치적 의중’)은 과연 무엇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홍준표 시장의 ‘전당대회 개입 발언’은 최근 국민의힘 당권 구도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의 박빙 승부로 세팅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홍 시장은 29일 SNS에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권력투쟁과 당내 경선의 후유증에 대해 썼다. 홍 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미래권력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 간 갈등을 예로 들었다. 홍 시장은 “MB는 대통령 재임 중 단 한 번도 박근혜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친이(명박)세력을 내세워 당을 장악하고자 수차례 시도했으나 대중적인 인물 부재로 여의치 못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MB가) 행정수도 이전 대신 서울대와 대기업 이전을 세종시에 하겠다고 내걸었으나 박근혜는 한마디로 이를 거부했다”며 “그때를 고비로 MB는 사실상 허수아비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 시장은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정권이 탄생되자 박근혜 정권이 제일 먼저 한 것은 MB정권을 노리고 포항제철 털기를 한 것”이라며 “MB잡기는 실패하고 포항 국회의원이였던 이상득,이병석만 잡았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정치판에서 본선보다 뒤끝이 더 심한 것은 당내 경선이라는 것을 보여준 실증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이 2021년 10월 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홍 시장은 “MB와 박근혜 관계 사건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우리 당원들이 크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앞둔 ‘당원’들에게 사실상 ‘투표 지침’을 하달한 셈이다. “아직도 착근하지 못한 윤석열 정권을 우리가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현재권력을 뒷받침하는 김기현 대 미래권력을 노리는 안철수의 대결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해야 윤석열 정권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간접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홍 시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전당대회 승부가 열리기 전 홍 시장이 ‘당원’들에게 일종의 ‘후보기준 지침서’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전당대회 개입 움직임은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 뿐 아니라 ‘친윤’과 ‘반윤’ 대립 구도를 부추겨 권력투쟁의 부정적인 면만을 키워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홍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기적인 전대 개입’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공정한 선거 진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노회한 홍준표 시장의 두 가지 노림수가 자리 잡고 있다. 먼저 홍 시장이 대구에 ‘하방’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이며 정치적 영향력도 죽지 않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존재감을 유지시킬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치 신인 윤석열 후보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사실상 정계 은퇴의 길에 들어섰지만 지방선거 출마가 그를 살렸다. 그에게는 이제 마지막 한 번의 대권 도전 기회가 더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장은 정치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중앙 정치에 기웃거리는 모습이 지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보일 리가 없다. 지역행정에 ‘올인’하지 않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지역 언론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앙 정치 개입’에 대한 지적을 받았지만 특유의 독불장군 식 행보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2021년 1월 12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홍준표 시장은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논란 때 나 전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윤석열 도우미’를 자처한 바도 있다. 나 전 의원과의 오랜 ‘구원’ 때문에 홍 의원이 ‘뒤끝 정치’로 나경원을 야박하게 몰아세웠다는 뒷말도 나왔지만 홍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쉴드’ 쳐 주며 대통령의 행보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홍 시장은 당의 최고 원로이자 ‘또 다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특히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장외의 홍준표 ‘훈수 정치’가 당 대표 선출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이 ‘윤석열 흑기사’를 자처하며 ‘차기 대권 보험’을 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도전에 욕심이 많은 홍 시장이 윤석열 현재권력과 척을 져 좋을 게 없다는 나름 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윤석열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권도전에 나설 홍 시장을 강력하게 밀어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발목을 잡지는 않게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 대표 경선이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면서 승부는 ‘윤핵관’들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경원 출마 사태를 거치며 ‘윤심’이 노골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시장이 박빙의 승부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당 대표 감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다.

홍 시장은 SNS로 젊은 층과 적극 소통하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이번 전당대회 정국에 최대한 활용할 조짐이다. ‘당원’들도 정치 경륜이 오래된 홍 시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국 흐름을 꿰뚫는 센스도 있는 홍 시장이 향후 전당대회 주요 고비마다 ‘지침’을 하달할 경우 이는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오가며 끊임없이 대권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는 홍준표 시장의 대권 출마 의지는 자유다. 하지만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선거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패배한 뒤 최소한의 자숙기간을 거치는 책임 의식 정도는 보여줘야 함에도 대구에서 중앙정치에까지 사사건건 토를 달며 ‘이간질 정치’를 하고 있다. 홍 시장의 ‘말’이 객관성을 담보하고 선당후사의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원들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자신의 ‘출마 중독’을 풀기 위한 ‘보조제’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의 대권 도전은 또 다시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1월 30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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