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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실용주의 정치가 필요한 윤석열 대통령 본문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정쟁 사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돌격 앞으로’ 구호에 대통령실 참모들은 일제히 참호 밖으로 뛰어나와 백병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 공천의 볼모가 돼 ‘윤석열의 전쟁’을 병참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상보다 빠른 윤 대통령의 ‘실족’에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습니다. 일부 보수언론은 애초 윤 대통령의 ‘실언’으로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일단 개시된 이상 이겨야 한다’며 ‘정치 신인’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적인 경제 ‘발작’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토론하는 장면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이번 윤석열 비속어 난투극을 해프닝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겠습니다.
1997년 나라에 달러 잔고가 바닥나 망한 것이 IMF 구제금융 신청이었습니다. 이번 경제 위기가 IMF 때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한쪽이 무너지면 그 여파가 순차적으로 미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4300억 달러로 IMF 때(200억 달러)의 20배가 넘기 때문에 경제 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합니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가 단 시일에 끝나지 않고 수년간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 경제지 고참 간부 A씨의 ‘솔직한 사견’을 들었습니다. 요지는 ‘윤석열 정부는 정치하느라 세계 자산 시장 붕괴 등의 최악 시나리오에 대해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경제신문들은 지금 시장이 망가져서 긴장하고 있다. 신문사들도 자산 투자를 많이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작년 코스피 3300이 마지막 불꽃이었던 것 같다. 부동산도 그렇고. 환율이 1450원 위로 뚫리면 2000원까지 갈 수도 있다. 한 번에 못 뚫겠지만 1500원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보면 급등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그래서 정부가 공매도 금지하고 증안기금으로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으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 그만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민들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불안에 떨며 살고 있지만 경제 일선에 있는 기자들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붕괴되면 ‘환율 펀드멘털’이 그것을 이겨낼 정도로 튼튼하지 못한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것입니다. 앞서의 A 간부는 “한국은 무역수지 적자와 환차손에 의한 해외자금 유출 등으로 이번 세계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치하느라 긴장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집권 여당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 지는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국민의힘이 중요한 선거에 패배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어렵게 쌓아온 경제의 토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경제 위기가 심각함에도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윤석열 비속어 위기 탈출’에 쓰며 허송세월 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수층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이 억울하더라도 이쯤에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굴복의 시각이 아닌 실용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상인의 현실감각’을 윤석열 정치의 근간으로 삼아야 아마추어 정부라는 프레임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앞으로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한다면 ‘정권 와해의 도미노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윤석열 정권은 진영 대결의 전쟁터를 잘못 택했습니다. ‘좌파 진영이 가짜 뉴스로 정권을 흔들고 있다’는 지점을 전장으로 삼으려고 했으면 그 발화지점 또한 좌파 진영에서 찾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자신의 ‘비속어’로 촉발된 이번 진영 대결은 출발점에서부터 약점이 잡혀 이미 승패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잘 해봤자 본전’이 아니라 잘 해도 손해인 싸움입니다. 무조건 탈출해서 진영 대결의 전선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승산 없는 전투라면 일단 그 성곽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두 번째는 이번 비속어 전쟁으로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사정 칼날’도 무뎌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비속어 논란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수층에서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잡을 만한 보수층의 충분한 화력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권 수사도 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국민들은 현재 권력자의 과를 가장 크게 봅니다. ‘국민들은 문재인을 잊었는데 윤석열만 뒷북치며 집착한다’는 여권 내부의 쓴소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이번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정권 퇴진 운동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0.7%의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데 그런 거부감에 1차 불을 지른 것이 ‘비속어’ 논란입니다. 다분히 이 감정적인 요인 때문에 대통령 탄핵이 될 리는 만무합니다. 하지만 향후 윤석열 정권 자체의 또 다른 무능력함이나 부정부패, 아니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권력형 게이트가 발생한다면 비속어 논란은 정권 퇴진 운동의 1차 추진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명분 없는 비속어 싸움-사정 정국 조성 실패-정권 퇴진 운동 촉발이라는 일련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다면 ‘비속어’가 결국 대통령 탄핵의 나비효과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세간에서는 지금 ‘김은혜 홍보수석이 실종됐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자신의 ‘이 XX’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화를 내며 즉각 수습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김 수석은 사건 발생 15시간이 지난 뒤 윤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이 XX는 맞다’는 취지의 대응을 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크게 축소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수석 해명 뒤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일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결국 김 수석의 첫 공식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 됐고 애초의 입장도 번복해 여론의 더 호된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의 정무적 대응 자세입니다. 참모들과 깊은 숙의와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격하게 화를 내는 것은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산고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무조건 화부터 내며 우격다짐으로 참모들을 몰아세우면 내부의 힘을 한곳으로 모으는, 완성도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검사스러운 정치’는 상명하복과 명령복종의 위압감만을 참모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이에 주눅이 든 참모들은 ‘대통령이 틀렸다’는 직언을 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무서워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왕권과 신권이 부딪힐 때 신하들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임금의 부당함과 불공정을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말이 되는 것으로 싸워야지, 지금 윤 대통령 참모들을 보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없다. 자신의 목을 내놓고 안 된다며 직언을 하는 참모들이 왜 없느냐. 윤 대통령 서슬에 눌려 과감하게 옳은 말을 하지 못한다. 대통령도 사람이다. 쓴소리해봤자 직 잃는 것밖에 더 있나. 왜 이렇게 한심하게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대구경북 70대 지지층도 빠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한번 점검해 봐라”라고 말했습니다.
걸핏하면 ‘윤석열 대통령 격노’라는 정치 뉴스가 뜨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오히려 화를 내며 그것을 모면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무역적자 행진…외환위기 데자뷔’ 등의 경제 헤드라인이 무심한 듯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10월 4일 칼럼)
본 칼럼 게재 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래와 같이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국민과 국익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더 자유와 연대를 통해 외교 동맹을 견고히 해야 할 지금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동맹을 훼손한 일부 시각에 유감을 표합니다.
또한 대통령실은 대통령님의 말씀에 관해 일관되게 설명해왔음을 알려드립니다.
초기 해명에서도 비속어 발언을 인정한 바 없으며 앞으로도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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