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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취중 정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9.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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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돼 추석 귀성 행렬도 20%포인트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추석 민심은 생각보다 훨씬 싸늘했습니다. 국민들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를 상당히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던 ‘경제난’도 고물가 등으로 서민들의 일상에 직격탄을 던지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원망과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30% 초반으로 불안정 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좋아하는 ‘술’만 찾게 된다면 그 타격은 심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왜 하필 ‘술’이냐고요? 그 이유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과 ‘윤핵관’의 관계를 저격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은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최고 달인들이다. 그들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대통령과 함께 라면 끓여 먹고 술 마시면서 분위기 맞추다 그리 됐을 거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저녁 술자리에서 당 대표에 대해 이 새끼 저 새끼라고. 그게 바뀌었을까”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나는 (대통령이) 술자리 안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께서 매일 술을 먹어도 1년에 365명밖에 독대 못한다. 그 사람들만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을 다 믿을 수도 없다”고 직격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는 데 공훈을 세운 윤핵관들과 결정적으로 가깝게 된 계기가 바로 ‘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남자들의 세계’에서 술만큼 훌륭한 매개체도 없을 것입니다. 한두 잔 하다 보면 순식간에 ‘형님, 동생’이 되는 게 우리의 술 문화입니다. 공적인 관계가 ‘취중폭탄’의 강을 건너면서 사적인 관계로 둔갑합니다. ‘공무원’이나 ‘임원’보다 ‘형님’에게 청탁을 하게 되면 부담도 없습니다. 윤 대통령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윤핵관’들에게 술잔을 열심히 돌렸고, 결국 그 ‘도원결의’는 정권을 잡는 결정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경축 연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건배에 사용된 술은 6개 지역의 전통 우리 술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이 ‘술’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매개가 공적인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 그 관계가 상명하복의 ‘조폭식 위계질서’로 재정립된다는 것입니다. 직언을 할 수 없게 되고 하위 보스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보스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조직은 일종의 이익 카르텔이 형성되고 결국 사적인 정치결사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필자는 지난해 칼럼에서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관계는 이념과 가치로 연대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배신과 분열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이 전 대표 또한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관계를 ‘술’로 얽힌 이해관계 집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전 대표를 위시한 개혁성향 세력의 쓴소리를 차단시키게 되고 그것이 작금의 집권 여당 분열 추태를 노정시켰다는 것입니다. 술로 맺어진 관계는 ‘취기’가 사라지면 배신과 분열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는 것을 이번 여권 내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또한 자신과 윤 대통령의 ‘분열’ 원인을 과도한 술자리에서 찾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술자리에서 자신을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불러 당 대표의 지위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술자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 말 그대로 ‘술이 웬수’라는 것입니다. 사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술을 통해 관계를 더 친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있겠지만 그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후유증이 더 큽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이준석 리스크’를 야기한 술자리입니다. 오죽했으면 집권여당의 대표를 지낸 사람이 대통령을 향해 ‘술자리 그만해라’라는 비판까지 했을까요.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목도한 윤 대통령은 술에 의지해 ‘형제 관계’를 형성하지만 과도한 술자리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언행까지 일삼게 되면서 공적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대표적인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정치참여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SNS에 “주량은 소주 1~2병”으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훨씬 술이 센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소주와 맥주를 반반 조합해서 만든 ‘소맥’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이트진로사의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을 섞은 ‘테진아’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방에서 검사로 근무했던 시절 주량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지난 2013년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당시 여주지청장)의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 수사팀 배제 문제를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윤석열 지청장이 기업인들과 룸살롱에 가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윤 지청장이 기업인들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면서 신발에 양말을 채워 놓고 술을 따라 마셨다는 주장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일주일에 소맥 100잔을 마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며 20대 시절에는 맥주를 한 번에 3만cc를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이준석 당시 대표와 ‘치맥 회동’을 할 때 1시간 30분 동안 500cc 여섯 잔을 마셔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젊은’ 이 대표가 세 잔을 마실 때 그 2배를 마신 셈입니다. 지난 5월 10일 취임식 연회에서 샴페인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 김건희 여사의 싸늘한 눈짓에 급하게 잔을 내려놓는 듯한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비가 300mm 왔다”라는 긴급한 소식에도 “난 (맥주) 500 시켰는데?”라고 한가롭게 받아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밈’이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적은 전혀 없지만 워낙 세간에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지다 보니 이런 ‘풍자’도 유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술 사랑’이 중대사를 그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캠프에서 저녁 술자리를 대비해 오전 일정은 비교적 여유 있게 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술이 다음날 정치 일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시인하는 말입니다. 또한 윤 대통령의 ‘과도한 음주’가 국가 최고지도자의 국정수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던 다음날 윤 대통령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 아파트 근처 단골집에서 과음을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며칠 동안 ‘지각’ 의혹을 받은 것도 술자리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24시간 깨어있을 수는 없지만 전쟁 등의 위기 발생 시 가장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몸과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음주 논란’은 국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술’이라는 자신의 특장점을 앞세워 사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대통령 권좌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적인 ‘인재 풀’이 협소했고, ‘사적 인연’과 정실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술이라는 느슨하고 다분히 감정적인 매개는 검사 시절에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출세의 사다리’일 수 있지만 국가 최고지도자에게는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독배’로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애주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술을 멀리했습니다. 해외 귀빈이 참석한 청와대 만찬 등에서 와인잔에 포도주스를 따라 건배를 하곤 했습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 술을 자제한 것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술을 못하시느냐는 내 질문에 ‘대통령은 24시간 위기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술 마시고 판단력을 잃으면 곤란하지요’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자주 술을 마시는지, 마시면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의 사적인 시간도 24시간 돌아가는 국가 위기관리 영역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절주’를 했다는 점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의 음주가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전임자가 시연한 셈입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적어도 대통령의 공적인 책임의식과 태도를 논할 때 이 ‘절주’ 일화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관이 투철하고 누구보다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안다는 이미지가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그가 탄핵의 수모를 당했던 그 핵심 원인은 바로 ‘최순실’이라는 사적인 인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공적인 책임을 수행해야 했던 순간에 ‘최순실’이라는 가장 사적인 친분에 얽매여 국사를 망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가장 공적인 책임을 수행해야 할 자리에 술을 동원하고 술에 의지했다는 비판이 이준석 전 대표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 ‘취중 정치’ 후유증은 다음날 깨지 않는 숙취처럼 고통스럽고 오래갑니다. 대통령의 올바른 공직 수행은 ‘원샷’이나 ‘낮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헌신, 그리고 공적 책임감에서 나옵니다. 

 

(여성경제신문 9월 13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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