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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00' 여야 후보의 ‘오답노트’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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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11월 29일자로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13대 대선부터 19대까지 선거 100일 전의 1위 후보가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85.7%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D-100 현재’의 1위 후보가 청와대로 직행할 것이라는 도식적인 예상은 금물입니다. 이번 대선이 역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변동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선 100일전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은 100일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최종대권주자로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거의 노출했습니다. 그동안 적어놓은 ‘오답노트’ 위주로 남은 100일 동안 단점을 집중 보완하는 후보가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수-진보세력은 각각 정권교체와 권력재창출의 뚜렷한 동기로 무섭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지층의 열정에 비해 두 후보 모두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여야 후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비호감도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정치에 입문한 지 5개월 남짓 되었기 때문에 타 후보에 비해 비교적 정치 ‘때’가 덜 묻은 간접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냐 아니냐’는 구도가 점차 명확해지면서 ‘진영논리’의 덕도 보고 있습니다. 후보보다 정권을 교체해줄 그 ‘누구’라도 찍겠다는 보수층의 ‘묻지마 결집’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의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2~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58.9%였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약 100일 앞두고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은 대구경북 지지율 58%와 거의 비등합니다. 윤석열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박근혜급’의 정치인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득표율은 80.1%였습니다. 윤 후보가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열망을 제대로만 그러모은다면 ‘몰표’를 받을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윤 후보는 지지층의 정권교체 표를 손쉽게 모을 수 있는 덤을 받고 대선에 임하는 셈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아직 윤 후보가 완전히 보수의 선택을 받았다고 장담하기는 이릅니다. 보수진영은 여전히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보수후보의 ‘메시아론’ 사이에서 ‘인지 부조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윤 후보에 대한 개인적 선호 여부보다 ‘우리’ 후보가 무조건 이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수 지지층의 솔직한 심경입니다. ‘윤석열로는 성에 차지 않지만 할 수 없어 지지한다’는 것이 현재의 윤 후보를 떠받치는 지지율 유지의 주요 동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후보가 지지동기를 명확하게 부여하지 못하는 것은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동인이 됩니다. 특히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도부동층에게 보수핵심세력의 ‘묻지마지지’ 수준의 ‘몰표’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의 D-100 핵심 ‘오답노트’는 중도층에게 확실한 지지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아직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은 23%대에 이릅니다. 이 중에서 특히 2030 표심의 향방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 계층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자신들의 표에 대한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진영논리보다 공정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쟁할 때 평등하게 기회를 보장해달라는 게 2030의 주된 목소리입니다. 윤 후보는 최근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사적인 인연과 폐쇄된 네트워크에 경도된 인사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계파안배에 집착했기 때문에 외부의 전문가그룹을 거의 영입하지 못했습니다. 공정한 경쟁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윤석열 후보의 불공정 인사 스타일로는 중도층과 2030의 소구력이 없습니다.


윤 후보는 계파 안배와 사적인 정을 끊는 ‘냉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무너진 국가’를 바로 세우려고 나왔다면 윤 후보 자신부터 쇄신과 개혁에 대한 얼음 같은 권력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중도부동층과 2030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중도층의 정권 교체론은 58%에 이릅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0%에 그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이 18%의 갭을 ‘사적인 감정’이 아닌 공명정대한 리더십에서 찾아야 합니다. ‘공정의 전도사’로 인식돼 야권의 대선후보로까지 오른 윤 후보가 자신의 존재이유와 역행하는 행보를 보일 경우 이는 중도층 소구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내년 대선이 정권교체의 여부를 묻는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꼭 야권의 필승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야당 대선후보는 기본적으로 인물의 경쟁력이 월등하게 우월하지 않는 이상 수권 능력과 조직력, 그리고 단일화 실패 등의 요인으로 여당후보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87년 대선 이후 7번의 선거 가운데 정권교체가 이뤄진 경우는 3번에 불과했습니다. 그것도 IMF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빼면 2007년 이명박 후보 승리가 거의 유일한 정권교체 선거에 해당됩니다. 그만큼 야당의 정권교체는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도 대선 구도가 초반에 정권교체로 굳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뛰어난 국정운영능력과 경제정책, 비전 등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그의 국정수행 능력을 최우선 동기로 꼽고 있습니다. 정책과 공약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처럼 이재명 후보의 강점은 국정운영을 맡길 수 있는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모두 ‘고발사주’와 ‘대장동’으로 ‘쌍특검’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중도부동층들은 ‘차악’의 선택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 리더십에 강점이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경도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대선을 100일 앞둔 현재의 판세는 여야 백중세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럴 경우 주요한 선택 기준은 구도(정권교체)와 함께 인물의 경쟁력입니다. ‘나빠도 일은 잘 하겠지’ 하는 차악의 선택입니다. 

 

2022년 대선은 2012년 선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은 제3의 후보 변수 없이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1대1 대결구도를 보였습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국가운영 능력과 경제성장 능력의 세부항목에서 문 후보를 앞섰습니다. 박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문 후보의 진영 결집력에 비해 우세했고 그것이 대선의 최종선택에 영향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현재 윤석열 후보에게 박빙열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인물 경쟁력 면에서 우세하다는 강점을 유지시켜 나간다면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가 대선 100일을 앞두고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오답노트’는 바로 ‘거부감’과 ‘불안감’입니다. 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 가운데 약 50% 정도만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후보가 여전히 진보진영의 완전한 대표주자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 후보가 최근 호남에서 4박5일 동안 집중유세를 펼친 것도 호남의 결집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경선 후유증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이 이유입니다.


 

이 후보는 아직도 완전히 마음을 돌리지 않은 이낙연 전 대표를 ‘조건 없이’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 전 대표와 ‘공동정부 구성’에 준하는 정치적인 대타협을 이뤄내고 그 결과물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다는 미국 링컨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던 수어드를 집권 후 국무장관에 임명했습니다. 그 뒤 수어드는 사사건건 링컨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며 내분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링컨은 특유의 인내심과 화합 의지로 난관을 극복했습니다.  

이 후보에 대한 ‘불안감’은 정책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면밀하게 계산되지 않고 표심을 얻기 위해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한다는 포퓰리즘에 대한 것입니다. 이 문제 또한 이 후보가 전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집권한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소화해내기 어려운 과도하고 무리한 정책을 지지층 결집을 구실로 추진해나간다면 오히려 정치적 혼란만 가중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집권 후의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려면 특정 부처에 대한 야당 인사 참여의 ‘거국 내각’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 거국 내각은 그동안 립서비스 성격으로 ‘공수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선 100일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는 형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통합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장 고집이 센 이재명이 대통합을 이뤄낸다’는 역발상이야말로 중도층의 무덤덤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매력으로 바꾸는 핵심기제가 될 것입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게만 해당되는 전략이 아닙니다. 내년 대선은 역대 선거 사상 가장 첨예한 진영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패배한 후보는 교도소에 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습니다. 새 정권 집권 이후 패배한 세력의 극심한 저항도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가 사회 대통합을 위한 선제적인 역발상의 공약을 내건다면 대선 판을 주도해나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번 대선마저 역대 선거 때처럼 승자가 ‘위너테익스올’(Winner takes all:승자독식)로 가서 일방적으로 정국을 운영한다면 내전에 준하는 국가혼란상태가 야기될 것입니다. 사회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뤄내는, 정치의 기본에 충실한 후보가 마지막 승자가 될 것입니다. 

 

(11월 30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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