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재명의 욕망과 윤석열의 욕심 본문

정치

이재명의 욕망과 윤석열의 욕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27. 20:08







728x90
반응형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 주자들이 최종 대선후보로 선정된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발걸음은 선거대책위원회 세팅 언저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를 해체 수준으로 갈아엎고 지지율 만회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깜짝 대선후보 등극 직후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로 스텝이 꼬인 뒤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 과정에서 두 주자의 위기 대응방식에도 차이가 엿보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큰절과 읍소 전략으로 한껏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경선 승리에 도취돼 ‘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을 잊고 오만한 행보를 보입니다. 

정치인은 변화와 위기를 알아채는 뛰어난 정치적 촉수를 지녀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판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잡아내는 순발력과 시대흐름을 잘 읽는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판을 이끌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정국의 결말을 예견하고 자신이 가장 먼저 그 궤도의 첫 차에 올라탄 것입니다. 정치인의 도약을 이끄는 또 다른 감각은 위기감지 능력입니다. 우둔한 지도자는 위기에 둔감합니다. 한발 늦게 대응하다가 큰 화를 자초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청와대 참모들은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다가 주군을 탄핵까지 당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은 민심의 격변에 둔감했던 박 전 대통령의 무사안일하고 편협했던 정치감각에 있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예민한 촉수를 지녔다고 평가받습니다. 최근 그가 벌인 일련의 ‘파격적인 정치 퍼포먼스’는 우물쭈물하는 선대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이재명만의 승부수였습니다. 그는 지난 20일 충남 논산시 화지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난 뒤 군중연설을 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즉석 이벤트였습니다. 이 후보는 특유의 즉흥연설 능력으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저잣거리에서 쑥덕거리는 ‘뒷담화’를 이 후보가 직접 끌어안고 해명하며 민심과 소통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큰 절을 올렸습니다. 주변에 있던 선대위 고위관계자들은 갑작스런 이 후보의 퍼포먼스에 당황해하며 자신들도 고개를 따라 숙였습니다. 야권에서는 “큰절을 한 정치세력은 선거에서 참패한다”는 속설이 있다며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큰절을 진정성 있는 참회라기보다 위기를 모면하려는 전형적인 위선행보로 보기도 합니다. 

 


이 후보는 큰절 퍼포먼스에 이어 머리도 염색하는 파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60년생)보다 4살이나 어리지만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주변의 충고에 따라 회색빛깔에서 ‘젊고 생동감 있는 리더’ 이미지를 주는 흑발로 바꾼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일주일 사이 보여준 즉흥연설-큰절-염색 등의 파격적인 변신 퍼포먼스는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조수진 공보단장은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회색 머리칼 연출 등 이미지 컨설팅에만 89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 후보가 강조하는 ‘서민’은 이해 못할 것 같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재명의 변신은 권력의지에 대한 솔직한 욕망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묻지마 까기’도 그리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정체와 선대위 무용론 등의 위기를 직감하고 그것을 탈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민심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선대위를 해산시키고 민생 최우선의 아젠다를 제시하며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선대위 회의를 한때 공개로 돌리고 선대위 고위관계자들에게 ‘언제까지 마칠 수 있느냐’며 일일이 확인을 하며 다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지만 여당 당직자들이 이를 심기일전의 계기로 받아들인다면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권력의지로 민심의 변화에 민감하게 따라가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는 정치의 긍정적 힘입니다. 물론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문재인 정권의 공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함에도 얄팍한 이미지 변신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면 민심도 금세 그 꼼수를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재명의 권력의지와 변화의 욕망이 민심과 긴밀하게 조응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면 그것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화제를 윤석열 후보에게로 돌려보겠습니다. 윤 후보는 정치입문 4개월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이 로또에 가까운 횡재를 본인도 믿기 어려워할 것입니다. 더구나 당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기에 윤 후보는 자신이 영입했던 중진의원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선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본선이 남아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감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선대위 인사였습니다. 잔잔한 물결을 거스르며 왔던 이전의 배를 불사르고 새로운 배로 대선의 격랑을 넘어서야 합니다. 사익에 매달리게 되면 대선 판 전체를 놓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후보의 김종인 영입작전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인사 난맥상을 보면 그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점차 오만과 욕심의 굴레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윤 후보가 대권주자로 확정된 직후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한때 10%포인트 이상 벌어졌습니다. 당내에서는 ‘이제 선거는 끝났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컨벤션 효과도 있지만 선거 구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정권교체라는 선거지형이 한번 짜이게 되면 웬만한 변수가 나와도 끝까지 그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이 진행됐습니다. ‘김종인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는 변화를 바라는 당 일각의 쇄신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윤 후보도 경선 전 김 전 위원장을 ‘사부님’으로 모시며 결정적인 충고에 따랐지만, ‘화장실 다녀온 다음’의 행보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김병준 김한길’로 대표되는 선대위 그림에 대해 ‘올드보이의 단막극’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경륜을 앞세우며 비켜갔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도 윤 후보가 공개적으로 만남을 공개하는 등 언론플레이로 접근하며 김 전 위원장의 심경을 긁어놓았고 ‘최후통첩’ 운운하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말로만 ‘삼고초려’를 연출했을 뿐 진정성 있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실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이 선대위 구성의 절대변수는 아닙니다. 김 전 위원장의 지략과 중도지향적 아젠다 제시 없이도 정권교체 프레임이 워낙 강고해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팽배합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인사를 대하는 태도는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국민들은 김 전 위원장 인선 논란에 대해 ‘야당의 대선승리를 위한 산고가 아니라 윤 후보 주변의 중진기득권과 김종인이라는 쇄신파의 권력 나눠먹기 전쟁’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권력충돌을 윤석열 후보가 조정해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 직위에 걸맞은 정치력입니다. 발호하는 중진들의 수구적인 태도와 이기적인 정치행위를 견제하고 쇄신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주변 측근들도 긴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문제를 대선 필승 전략과 쇄신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중진기득권과의 권력 지분 배분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고압적으로 인사를 처리하려다 김 전 위원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이도저도 아닌 선대위로 개문발차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눈물과 염색 큰절, 그리고 선대위 전면 개편 등의 일련의 쇄신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쇼’라고 해도 민심의 질타에 반응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입니다. 이 후보의 권력의지 욕망이 개혁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나타났으면 합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의 최근 선대위 구성 행보는 그가 시간만 나면 부르짖는 정권교체에 대한 순수한 욕망이 아니라 대통령에만 집착하는 욕심으로 비쳐집니다. 그가 ‘이 정도면 됐다’며 적당히 선대위를 출발시키는 것은 대통령직에만 욕심이 났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가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열망을 이뤄줄 진정성이 있었다면 측근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김종인뿐 아니라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전국에서 모셔왔을 것입니다. 중진기득권들이 미리 찜을 하고 눌러 앉아 있는 선대위에 정권교체와 보수의 쇄신을 이끌 사람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11월 27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