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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의 때 이른 승부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5. 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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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지난 20일 여의도 행군에 나서며 정치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행사 후 호텔 로비에서 25분 동안 선 상태로 기자들에게 민감한 정치현안과 정책 방향 등을 작심한 듯 쏟아냈습니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정치현안은 바로 민주당 통합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친문 강경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지사는 일부 친문 열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대해 “민주당 권리당원이 80만 명, 일반당원까지 3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문자폭탄 보내는 당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과잉 대표되는 측면이 있고 과잉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 지사는 “눈 감으면 아무것도 없다. (휴대전화 번호를) 1000개쯤 차단하면 (문자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며 문자폭탄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도 내놓았습니다.

이 지사의 ‘도발’에 친문 강경파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한 친문 의원은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욕하는 사람이 극소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너네 더 열심히 해’라고 하는 당원에게 ‘너희들은 강성이야,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건 감정싸움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격했습니다. 21일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한 당원은 이 지사를 향해 “당원들을 폭력적이라고 표현하시다니 찔리는 게 많으신가. 제발 탈당하라”고 공격했습니다. 게시판엔 “자기가 뭔데 문파(친문 지지자)를 1000명 차단하면 된다고 막말을 하는지 놀랍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사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1월 ‘문자 폭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뒤 4년 동안은 강성 권리당원들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트위터 계정주’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2018년 말에도 이 지사는 자신의 결백함만 주장했을 뿐, 일부 반 이재명 성향 당원들의 탈당 요구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내 엄연한 비주류인데다 친문들과 싸워봐야 득 될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 지사가 달라졌습니다. 그는 지난 20일 친문 강경파 일부의 ‘준동’에 대해 작심발언을 했습니다. 이 지사는 친문 강경파와의 관계 설정이 자신의 대권가도 마지막 장애물이 될 거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아마 치열한 내부 격론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친문 강경파와는 결별하고 이재명만의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지사의 자신감입니다. 경쟁자 이낙연 전 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는 그로서는 이제 당내 웬만한 세력에 대해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될 사람’에게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친문 강경파도 자신이 대권주자가 되면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위험합니다. 이번에 이 지사의 친문 강경파 비난을 보고 당 일각에서는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지적해야 할 것을 제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사가 너무 일찍 기분을 낸 것 같다. 그 뒷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친문 강경파들을 그들과 똑같은 수준의 무리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온건한 친문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고, 결국 경선에서 물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지사로서는 벌집 하나 잘못 건드려 9부 능선까지 오른 대권고지에서 자칫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친문 강경파에 대한 관계설정은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한 이슈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이 지사의 위기감입니다. 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악전고투 중입니다. 그럼에도 친문 일색의 지도부를 구성해 민심과 따로 노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보궐 선거의 ‘집권세력 응징’ 메시지를 이재명 지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현재 그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에서 흔적도 없이 민심의 급변침 파도에 떠내려 갈 수 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이 지사로서는 당연히 ‘중간지대’로 자신의 노선을 더 옮겨놓아야 합니다. 친문 탈레반들과 결별하는 것만이 그를 오만한 집권세력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내년 대선은 친문 강경파들만 투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중도성향과 민주당 지지층 이탈(기권)층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습니다. 한줌(1000개의 문자폭탄 번호) 친문 강경파 때문에 대선 판 전체를 망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이 지사는 친문 강경파들과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위험한 도박입니다. 내년 대선을 노린 이 지사의 건곤일척 승부수입니다. 대권을 등정하기 위한 마지막 정상공격 루트입니다. 그곳에는 친문 강경파의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한 발짝만 잘 못 디뎌도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이 지사를 지탱해주는 것은 오로지 여론조사 지지율 1위라는 로프뿐입니다. 하지만 이 로프는 결코 튼튼하지 않습니다. ‘민심의 급변침’과 ‘숫자의 신기루’가 그 로프를 끊어버릴 경우 이 지사는 그냥 추락하고 맙니다. 또한 이 지사의 친문 강경파 공격은 그가 내년 대선판에 나가기도 전에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친문 강경파와 ‘불가근불가원’의 모호한 노선을 견지하면 그것이 칼의 손잡이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들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순간 이 지사의 칼은 자신에게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과연 친문의 협곡을 빠져나와 대권 등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4월 24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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