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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지지율 1% 정세균의 꿈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4. 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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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년 3개월 만에 여의도로 복귀했습니다. 지금 여의도는 대선의 용광로입니다. 여야 모두 새 지도부 구성을 준비 중입니다. 9~11월 여야 대선주자 확정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성격이 짙습니다. 정 전 총리는 그 용광로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 전 총리는 ‘스펙’만 보면 대통령감입니다. 국회의원의 종착역인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 3권 분립의 ‘금기’를 어기고 국무총리직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공직수행의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여권의 대권구도에 한 발을 걸치는, ‘자격’면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세균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습니다. 그가 삼청동 공관을 나설 때의 지지율은 1%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주자 선호도(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지사가 24%, 이낙연 전 대표는 5%, 정세균 전 총리는 1%였습니다. 대권도전의 링에 오르는 주자 치고는 명함도 못 내밀 체중입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 1%의 의미는 다소 복잡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에서 선거를 시작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3%로 스타트를 했습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도 지난해 1월 1%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정세균은 노무현 이명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가치 정치, 이명박의 실용 정치로 대변되는 대권주자의 트레이드 마크 리스트에 정세균 전 총리는 어떤 명제를 올릴 수 있을까요.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정 전 총리는 하늘이 내린 ‘관운’으로 정치인 사상 최초로 국회의장과 총리의 두 왕관을 썼다는 정도로 기억되는 대권주자입니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를 굳이 분류하자면 실용주의 노선을 가진, 합리적이고 통합지향적인 정치인으로 생각됩니다.


그의 ‘뿌리’는 기업입니다. 정 전 총리는 1978년에 쌍용그룹에 입사해 주로 무역 업무를 맡으며 상무까지 승진했던 기업인 출신입니다. 쌍용그룹에서 미국 주재원으로 일하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의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쌍용그룹 입사 전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장으로 유신반대 운동을 했습니다. 정치 입문 전 나름대로 ‘문무’를 경험한 전력이 있습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라면에서 미사일까지’라는 국제영업의 최일선에서 몸 바쳐 일했다. 미국 지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선진 정치 경제의 현장을 체득하는 좋은 기회를 갖기도 했다”고 회상한 바 있습니다. 

정 전 총리의 이런 기업 경험은 그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직에까지 오른 결정적 힘이 됐습니다. 타협과 협상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내는 기업인 마인드를 정치에 투영시켜 성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에도 친문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의 비타협 강경투쟁을 생각해보면 그의 실용주의 노선이 앞으로 더 빛을 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의 정치언어는 기업인에 가깝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에세이집에 “적폐청산 필요하지만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서는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더 낫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로 정세균의 실용주의 정치관을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적폐청산을 버리지 않되 최대한 조용히 실속 있게 진행하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의 이런 실용주의 노선이 친문 강경파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하는 것입니다. 그가 현직 정치인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면서도 1%의 지지율에 눌려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용주의는 개혁이라는 틀에서 보면 그 범위를 상당히 넓게 잡아놓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그는 추미애-윤석열 싸움이 한창일 때 당내 대표적 비주류인 이상민 의원과 함께 추-윤 동반 퇴진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친문 강경파들이 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법사위원들과 중진의원, 나아가 김종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까지 나서서 ‘윤석열 찍어내기’에 열을 올릴 때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검찰개혁에 혈안이 된 친문 강경파 입장에서 보면 ‘별 도움이 안 되는’, 그래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만을 챙기려 하는 이기적인 정치인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권리당원 눈에 정세균은 유약해보이고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친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끓어오르는 ‘코드’를 대신 읽어줄 투사를 선호하지, 정세균같은 ‘도덕 선생님’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시민이면 ‘적폐’와 맞서 싸울 적임자라고 보겠지만, 그가 ‘드롭’을 선언하면서 차기 친문 대권주자 찾기는 더욱 요원해 보입니다. 

정 전 총리 측은 “예상보다 등판이 늦어진 정 전 총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재명과 이낙연을 선택하지 않은 의원들을 최대한 빨리 포섭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단 시간에 ‘낙수효과’를 보겠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정세균 표 시대정신과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은 그리 와 닿지 않습니다. 5개월 동안 열심히,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거치며 쌓은 국가운영 경륜을 설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최대의 벽은 친문 강경파(문재인)일 것입니다. 그가 그들에게 굴복해 같은 노래를 부르느냐, 아니면 친문의 변주곡으로 승부를 하느냐 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더라도 명분 있는 싸움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민주당에도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4월 20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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