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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과문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것"...구속 모면용인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5. 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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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52)이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의혹을 사과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4세 경영’ 포기도 선언했다. 또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창업 후 82년간 유지돼온 ‘무노조 경영’을 종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원심을 파기환송한 후 삼성전자에서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서면으로 낸 적은 있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연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면서 “법을 어기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았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원활하게 경영권을 승계받도록 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로직스 등 계열사들을 움직였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준법감시위는 과거 삼성그룹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대체로 이 문제와 관련 있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종식 등 노조 활동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약속했다. 노사가 노동 법규를 준수하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에 도움이 되고 자유로운 노조활동이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전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 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 등에 가담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시민사회와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발표했다. 또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과 무관하게 준법감시위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시민사회에서는 준법감시위가 자신의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형량 감경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11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준법감시위 활동에 대한 권고문을 송부하고 이달 11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주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2월 공식 출범한 외부 감시기구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구속됐지만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된 상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29일 이 부회장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이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이 부회장 등이 경영 승계 작업 일환으로 최서원 씨(최순실)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 삼성이 제공한 뇌물 액수는 2심이 판단한 36억에서 50억원 가량 늘어난 86억여원이 됐다. 이런 과정에서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정신을 강조했고,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것이 감경사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의 사과에 대해 엇갈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머리를 숙이고 그룹 차원의 불법 자행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과문 한장으로 삼성이 취한 각종 불법적 이득 편취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것과 같은 사회 분위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당장 최종심 뒤의 재구속 등을 염두에 두고 일시 사과를 하는 등 수세에 몰린 상황을 모면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보다 신랄한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총선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도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이 사과문 한장으로 그동안의 국정농단 사건 등에 관해 면죄부를 받을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4세 승계 포기 선언도 말 그대로 선언적이다. 아직 이 부회장의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당장 승계권 문제는 현안이 아닐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20~30년 더 최고경영권자 지위를 누린 뒤 승계문제가 닥치게 되면 그때는 또 시대적 분위기에 맞게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된다.


 

삼성이 행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범죄 사실은 결코 미미한 사안이 아니다. 고작 뇌물 수십억원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어찌보면 아주 간단하게 처리한 희대의 재벌 이익 편취 사건이다. 이재용이라는 자연인을 삼성그룹의 최대 경영자로 무리하게 옹립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최대의 불법적인 사건이다.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삼성은 2006. 2.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유죄 판결, 2008. 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5조 원 차명계좌 수사 결과 발표 등 그룹 차원의 범죄행각이 밝혀질 때마다 구조조정본부 해체,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설립, 차명재산 사회 환원 등 온갖 감언이설과 쇄신을 약속했으나, 실제 삼성은 변하지 않았고 처벌만 면했을 뿐이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이번에는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의 전말 및 삼성물산 부당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관련 수사 진행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일 대국민 사과를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구색 맞추기식 사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변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적 책임 회피와 법적 자기면죄부를 위한 구색맞추기식 사과에 불과하다"며 "법적인 잘못을 도덕적인 문제로 치환해 두루뭉술하게 사과하는 일은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30일 경기도 화성 자사 공장에서 개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한국의 반도체 비전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허황된 약속보다 그동안 저지른 각종 편법, 탈법, 불법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현재 방치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관련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오늘 이 부회장의 발표문은 12년 전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사과문과 같이 언제든 휴지조각처럼 버려질 수 있는 구두선언에 불과하다"며 "이미 저지른 불법을 바로잡는 일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양형재판부)를 향해서는 "오늘의 입장문 발표로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또 검찰에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범죄사실을 잘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종심에 의거한 사법처리를 책임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부회장의 인신구속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이 전사적으로 뛰어들어 막으려 든다면 이또한 '유전무죄'라는 한국 고질병이 재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언젠가는 한번은 끊어야 한다. 일반국민들은 교통위반만 해도 어김없이 그 죄값을 치르는데, 삼성이 저지른 천문학적인 액수의 불법적인 범죄 행각은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오히려 죄값을 치르는 것에 둔감해질 이유가 없다.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이재용 부회장도 증명해야 한국 사회에 희망이 있다. 지난 4월 총선 결과는 정의와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과 꾸짖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다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미꾸라지 처신'으로는 영원히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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