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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건희, 21년 재임 IOC 위원 전격 사퇴...삼성의 저주 시작되나? 본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IOC 위원을 전격 사퇴했다.
IOC 집행위원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재선출하는 것을 고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발표하고, 이 회장의 사임을 공식화했다. IOC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IOC는 "이건희 위원은 지난 1996년 처음 IOC 위원으로 선출됐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었다"며 이 회장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IOC는 "이 회장은 올림픽에 전적으로 헌신적이었다"며 "그는 1996년 105차 IOC총회에서 위원으로 처음 선출됐으며, 한국의 올림픽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회장의 투병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날 IOC 집행위는 이 회장의 사퇴와 함께 9명의 신임 IOC위원 후보를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9월 13일~16일 리마에서 열리는 131차 IOC총회에서 정식 선출될 예정이다.
한편 삼성은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와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퇴가 발표된 것일까. 일단 이것은 이 회장측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IOC에 따르면 이 회장의 가족이 더 이상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간주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IOC가 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이건희 회장 가족이 먼저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측이 먼저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년이 80세까지라 아직 임기가 5년 남은 상황인데다 IOC측에서도 이 회장을 배려해 위원직을 반납하라는 등의 강요를 전혀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사실상 그룹 실체가 사라진 삼성은 12일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IOC가 전날 발표에서 "이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IOC 위원 재선임 대상으로 고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도 그룹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가족이 내린 결정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재계와 삼성 안팎에서는 오랜 병환으로 더이상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났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있다면 그 '시기'가 문제다. 일단 이 회장이 3년 동안 병석에서 별다른 이상 없이 누워지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퇴를 요구할 수 있었다. 더구나 평창올림픽이 내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굳이 우리의 IOC 위원직을 반납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언제든 사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편안한' 때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8월 11일자다.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의 최근 건강 상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사퇴한 것을 두고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나 최근 그룹 상황 등과 연결짓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은 박영수 특검에 맞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12년의 중한 구형을 받았다. 선고에서도 이 부회장이 유죄를 받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렇게 재판이 진행되면서 삼성은 '오너의 장기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그룹에서도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기류이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이 부회장의 선고를 앞두고 현 정권에 일종의 무언의 압력을 보낸 것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2월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최순실 사태 등으로 체육계의 지원도 여의치 않다. 재계와 스포츠계의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단이 된 것인 만큼 재계의 비공식적인 올림픽 지원도 여의치 않다. 돈 나올 곳이 마땅치 않아 정부도 고전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삼성같은 큰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그냥 있으면 되는 IOC 위원직을 굳이 사퇴하겠다는 것은 삼성이 평창올림픽과 거리를 유지하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물론 재판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삼성으로선 해봐야 하는 카드는 모두 쓸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유죄가 되면 최소한 최태원 SK 회장의 복역 기간인 2년 6개월 정도를 채운다고 할 때 삼성으로선 경영 공백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 정권에 '삼성은 더 이상 스포츠의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내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IOC 바흐 위원장을 만나 '한국 위원직을 3명으로 늘려달라'는 부탁까지 하면서 스포츠 외교에도 매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이 21년동안 이건희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기득권'을 놓아버리면 이는 한국 스포츠 외교의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의 사퇴로 올림픽을 앞둔 문재인 정부도 상황이 좀 곤혹스럽게 됐다. 굳이 지금 위원직을 떼지 않아도 되는데 국가대사를 앞두고 잔치를 직접 주최한 주인이 집을 떠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삼성과 현 정권과의 '관계'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이 이번 최순실 사태로 크게 데인 후 '정치와는 절연하겠다'는 원칙을 끝까지 가져갈 경우 이는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비정규직 문제 등 문재인 정부가 재벌에 '요청'하고 '부탁'할 각종 과제들이 많은데, 그런 정책들이 제대로 협조가 안 된다면 현 정권 내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검의 12년 구형에 유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본 이재용 부회장이 진노했을 가능성도 있다. '더 이상 문재인 정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5년 동안 비상체제로 가자며 현 정권과의 전격 단절 선언이 바로 이건희 회장 IOC 위원 사퇴라는 1차 공격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삼성의 소리 없는 반격이라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무언의 압력, 삼성의 정치와의 절연, 이재용 부회장의 반격 등은 이건희 회장 사퇴 정국이 불러온 보이지 않는 나비효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 2017년 우리나라 예산은 400조다. 삼성그룹은 전자에서만 올해 50조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국가예산의 12.5%를 한해 이익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메시지 파문은 이러한 영향력의 한 부분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라고 해서 예외가 있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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