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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김종인이 점찍은 대선주자는 김세연?..."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시대는 지났다" 때이른 대선 전초전 본문
미래통합당이 그들만의 대선 전초전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쇄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때이른 대선 전초전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과정의 논란이 엉뚱한 쪽으로 파편이 튀면서 발생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에서 참패한 뒤 '70년대생 경제통'으로 미래통합당의 대선주자를 특정하고 이를 언론에 슬슬 흘렸다. 김 전 위원장의 당권 접수 회심의 카드가 바로 세대교체론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비대위원장직에 가게 될 경우 미래통합당에 던질 쇄신과 혁신의 화두로 세대교체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그는 회심의 카드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던졌다. 보수층에 대한 공식적인 비전 제시다. 최근 조선일보도 사설 등을 통해 세대교체만이 미래통합당의 쇄신 지름길이라는 훈수를 둔 적이 있다. 일단 김 전 위원장의 워딩을 들어보자.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3040으로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 2년이면 새로운 인물군을 키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야권 대권후보 1위로 떠오른 홍준표(1954년생)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유승민(1958년생) 의원 등 1950년대생은 물론이고 원희룡 제주지사(1963년생)도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보수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3명을 일거에 '올킬'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비대위원장에 정식으로 취임하면 "전직 대통령 2명이 법적 처벌을 받는 불행한 상황에 대해 유감 표명 또는 공개 사과하겠다"면서 "원외에서 3040세대 2~3명을 영입하고 소신 있는 초·재선 위주로 구성하고 싶다"며 "미래 세대 중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당으로 끌어모아야 한다"고 했다. 740(70년대생 40대)~830세대(80년대 생 30대)를 당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대선 이슈에 대해서는 "당연히 위기의 경제가 될 것"이라며 "'경제대통령론'이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의 혁신 방향에 대해서 "통합당은 과거의 관성, 실체가 불분명한 이념에만 집착해왔다"며 "결국 3040 세대가 중심이 돼서 국가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주는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 운영 핵심 복안은 바로 세대교체다. 대선주자는 '40대 경제통'으로 국한시키고 비대위원도 20~30대 원외 청년층과 초.재선으로만 꾸리겠다는 것이다.
사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정치가 발전하려면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이끌어 가야 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KBS1 TV '일요진단'에서 "유권자가 집권 세력은 별로 업적이 없으니 표를 주기는 싫은데, 막상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가 돼야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정치세력에는)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혁신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며 40대 대선주자를 반복 언급했다.
그렇다면 김 전 위원장이 특정한 '40대 경제통'은 누구일까?
21대 총선에서 살아 남은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당선자 중 30~40대는 16명이다. 30대 당선자는 지역구에선 배현진 송파을 당선자(83년생) 뿐이며 비례대표(미래한국당)로 지성호(82년생), 김예지(80년생) 당선자가 있다.
1970년대생 지역구 당선자는 김웅 서울 송파갑 당선자(70년생), 배준영 인천 중강화옹진 당선자(70년생), 김은혜 경기 성남분당갑 당선자(71년생), 강민국 경남 진주을 당선자(71년생) , 전봉민 부산 수영 당선자(72년생), 김성원 경기 동두천연천 당선자(73년생), 김형동 경북 안동예천 당선자 (75년생), 정희용 경북 고령성주칠곡 당선자(76년생), 황보승희 부산 중영도 당선자(76년생), 김병욱 경북 포항남울릉 당선자 등 10명이다.
1970년대 비례대표 당선자는 이종성(70년생), 조수진(72년생), 이용 당선자(78년생)가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인물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흉중 후보에 적합한 인물로 김세연 의원을 꼽기도 한다. 그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과거 한나라당의 소장파 출신 중진이다. 김 의원은 1972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 박사 등 '70년대 이후 출생-경제에 정통'이라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김 의원은 2008년 36살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당시 화제를 모았다. 김 의원은 부친인 부산갑부(동일고무벨트) 김진재 의원의 지역구를 이어받았던 내리 3선을 기록했다. 그는 최근 '통합당을 해체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830세대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등을 주장하며 당의 쇄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찬성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소장파 김영우 의원과 조해진 당선자 등이 김종인 체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김 의원은 당이 해체하지 않을 경우 가장 적합한 카드로 김종인 체제를 꼽았다. 김 의원의 김종인 지지 발언은 의아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소장파들이 주로 주장하는 내부적 자강 노력과 총선 패배 책임론 등의 관점에서 보면 김 의원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토해야 합리적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김종인을 인정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그를 받아들였다. 김종인-김세연이 적어도 향후 당의 쇄신과 대선 구도 등에 불립문자로 마음이 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위원장이 주창하는 세대교체론은 양날의 검이다. 인적쇄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정치에서 검증된 가장 확실한 무기다. 인위적으로 기존 대권주자들을 쳐낼 경우 분란만 야기한다. 특정한 나이와 기준선을 제시해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 주자는 쳐내는 작업을 통해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검이 바로 김 전 위원장 자신에게로도 향할 수 있다. 80세의 노정객이 쥐기에는 날이 너무 서 있다.
세대교체론은 기존주자들의 필연적인 반격을 부른다. 하지만 그들의 카드가 여의치 않다. 세대교체론은 기존 주자들을 '올드=구시대=수구' 프레임에 빠지게 하는 가장 강력한 덫이다. 이를 거부할 경우 거대한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오자 기존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순식간에 구시대 사람으로 몰렸고 대선후보는 순식간에 40대로 바뀌었다.
변화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영국의 노동당은 18년동안 보수당에 무참히 깨지다가 1997년 토니 블레어라는 43세의 신성이 나타나 659석 가운데 418석을 획득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한국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다. 40대 기수론은 당시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등이 전국구로 점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결구 두 사람은 대통령까지 지냈다. 민주당에서도 정동영 전 의원이 2004년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순식간에 인지도를 높였고 결국 당의 대선후보까지 올랐다.
세대교체 바람은 한번 불기 시작하면 인위적으로 거스리기가 쉽지 않다. 선두를 지키기는 어렵고 역전하기가 더 용이한 마라톤처럼 정치도 기세가 변화무쌍한 바람을 일으킨다. 김종인이 당내에 세대교체로 프레임을 장악할 경우 기존 주자들은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의 세대교체론은 다른 대선 주자들로서는 펄쩍 뛸 일이다. 현재 미래통합당에 40대의 대선주자감이 많지 않기도 하고, 이미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은 모두 김 전 위원장 기준에서 볼 때는 '아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선거 직후 김종인 체제를 환영하는 말도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의 쇄신 핵심이 '세대교체'에 있는 것을 간파하고 김 전 위원장 영입 반대를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검사출신 홍준표 전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전력을 언급하며 "이제 그만 공적 생활을 정리 하시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함승희 주임검사의 요청으로 함 검사를 대신해 내가 검사실로 들어가 20분만에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을 자백 받은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 전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에 "헛된 노욕" "추하다"며 격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총선에 참패한 마당에 똑같은 절차로 그 세력들이 또다른 비리 비대위원장을 옹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당을 막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면서 "이제 그만 정신들 차렸으면 한다"고 했다.
또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허욕은 이해하지만 추하다. 낙선한 지도부는 모두 깨끗하게 물러나시고 당선자들 중에서 최다선 의원을 좌장으로 해 당선자 총회에서 당내 고문님들 중에서 원로분을 찾아 비대위를 맡기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헛된 노욕으로 당을 이끌면 그 파열음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진다"며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의 부정과 비리에 얼룩진 사람에게 무기한, 무제한 권한을 주는 비대위원장은 당의 앞날을 위해 나는 반대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세대교체론에 홍 전 대표는 뇌물수수 전력으로 맞섰다. 지금 미래통합당의 대선 구도는 홍 전 대표가 가장 앞서가는 모양새이지만 당권을 쥐게될 김종인 전 위원장의 교통정리에 따라 홍 전 대표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아직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전국위원회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기존 대권주자들이 김종인에 의해 모두 아웃될지도 상당히 미지수다. 당에 조직력이 남아 있는 대선주자들이 전국위원회를 보이콧 하거나 개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때 이른 대선 전초전이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세대교체론이 인적청산과 함께 쇄신의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는 장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달라진 민심에 대한 리뷰, 당의 체질개선 등 지금 미래통합당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은 세대교체론이라는 계책으로 자신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을 내치려 하고 있다.
여타 대선주자들은 그 시도에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진지한 반성과 혁신은 때 이른 대권경쟁의 급류속에 그냥 떠내려 가고 있다. 세대교체론은 총선 참패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미래통합당 당사자들의 반성과 쇄신 토대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당권 접수에 정신이 팔린, 김종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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