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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민주당, 연합정당 대신 ‘비례민주당’으로 선회...노골적 줄세우기, 소외세력 배제 본문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이 계속 꼬여가고 있다. 애초 명분이 없었던 연합비례정당 창당을 추진했을 때부터 예견돼오던 파열음이다. '연합'이라는 이름을 부쳤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자의적인 선긋기와 편가르기 등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4·15 총선에서 범여권 비례대표 선거연합 목표를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선회했다.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인 정치개혁연합 합류 대신 친문재인계·서초동촛불집회 주도세력이 주축인 ‘시민을위하여’를 플랫폼 정당으로 선택하면서다.
당초 함께하기로 했던 녹색당 등 소수정당에 대해선 “성소수자 논란 등 이념적으로 논쟁적인 정당들과는 함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성소수자 차별’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선별 연대를 공식화한 것이다. 민주당이 입맛에 맞는 세력과만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노골적으로 위성정당 창당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정치권 내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이 비례연합 플랫폼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합정당 파트너’였던 정치개혁연합을 떠나 ‘시민을위하여’에 합류하겠다는 선언이다. 입장 변화에 대해선 “두 플랫폼(정치개혁연합·시민을위하여) 간 통합이 불발되면서 생긴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연합은 시민사회 원로 등 각계각층 200여명이 주축이고 최근 녹색당·민중당 등이 참여키로 했다. 반면 ‘시민을위하여’는 ‘조국대전’ 당시 서초동촛불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인사들과 친문재인계 지지층이 많다. 시민사회와 소수정당 대신 친민주당 성향 세력과 손잡겠다는 결정이다. 선거제 개혁 주체로 미래통합당의 ‘꼼수’ 위성정당을 비판해온 민주당이 통합당과 다를 바 없는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나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해명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윤 사무총장은 ‘시민을위하여’와 개국본의 연관성을 부정하면서 “이번 총선에서만 사용할 일회용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용 꼼수정당 창당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녹색당·민중당을 거론하면서 ‘문제적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는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 간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인 김기홍 후보를 비례 6번으로 낸 녹색당은 ‘불가’라는 뜻이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윤 사무총장 발언은 비례연합정당 공천 기준을 좌우하겠다는 의도이자 민주당 가이드라인을 따르라는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성소수자 당원들과 시민들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민주당의 이날 결정은 우선 소수정당과의 의석 배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을위하여’는 소수정당에 각 1석 이상 주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추가 의석 확보에 힘을 실었다. 우희종 대표는 “소수정당 3~5곳에 1석씩을 주더라도,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는 몫 5~6석은 시민 추천을 받아 별도 후보를 모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애초 공언한 7석을 넘어 최소 12~13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개혁연합이 초기 입장과는 달리 시민사회 몫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개혁연합이 총선 이후에도 존속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했을 뿐 아니라 지분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수정당의 비례 의석 몫을 확대해 연합 취지를 극대화하려는 정치개혁연합 측과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민주당 입장이 충돌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18일부터 본격적인 자당 의원 ‘이적’ 작업과 연합정당 후보 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신창현·심기준·이규희·이훈·최운열 의원 등 총선 불출마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투표용지 순위를 올리기 위해 현역 의원 6명 이상이 비례정당으로 이적해야 한다”며 의원 꿔주기를 독려했다.
민주당이 연합비례정당 창당 추진을 하면서 여러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문제는 일부 정당을 자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민주당의 '민주' 가치를 훼손하는, 일종의 폭력이다. 민주당은 애초 소수정당에 우선순위를 양보해 원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제와서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라는 단순한 우리 사회의 민감한 이슈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 성소수자 등 당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를 배제하고 구분짓는 잣대의 권한을 누가 부여했느냐는 것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우려하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은 민주당의 독선적인 정국운영을 위해 '잡음'을 내는 걸림돌들을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성소수자 이슈를 소모적인 논쟁 정도로 치부하는 민주당의 독재적인 발상이 놀랍다.
성소수자는 옹호와 배척의 문제가 아니라 소외세력의 인권에 관한 문제다. 그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를 토론하고 논쟁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정치다. 성소수자는 윤호중 사무총장의 '배제' 발언에 우리 사회로부터 공식적으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오로지 의석 확보에 올인하는 것도 모자라, 21대 국회 개원 뒤 주류의 독주에 방해가 되는 세력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세력 배제는 민주당에 '민주'가 빠진 결정이다.
민주당은, 한번 원칙을 저버리고 흙탕물이 좀 튀자 이제는 대놓고 오염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들은 입만 열면 노무현 정신을 말한다. 원칙과 가치가 훼손된 정치를 노무현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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