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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이해찬 면전서 "연합정당 반대" 직격탄...노무현의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가 생각나는 까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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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이해찬 면전서 "연합정당 반대" 직격탄...노무현의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가 생각나는 까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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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전당원 투표를 공식화한 이해찬 대표 면전에서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에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상황이 어려울 때 원칙을 지켜나가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지는 않으나 상황이 어렵다고 원칙을 지키지 않다가 일이 잘못됐을 때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한 정당이고 그동한 미래한국당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친여 외곽단체들이 주도한 연합정당에 대해서는 "우리사회 공동체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여론 수렴·형성 기능이 없어 보인다"며 "정당 민주주의의 보호범위 밖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함께 주도한 정의당도 선거연합정당 참여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그래서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는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실익적인 부분도 살피겠다.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로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효과적으로 선거연합정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거연합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비록 민주당이 후순위로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민주당의 선거연합 정당 참여는 명분은 없고 실익이 의심스러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나는 민주당이 원칙에 따라 국민들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연합정당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민주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소병훈 사무부총장은 "개인의견이시냐"고 되묻기도 했다. 어제 민주당 의총에서 분위기를 확인하고도 그런 주장을 하느냐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제에 대한 활발한 자유토론보다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냥 따르는 것이지, 튀면서 자기정치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투다.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반대의견에 대한 존중과 협의의 분위기보다 그것을 누르고 묵살하기 바쁘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되도록이면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편법'으로 가자는 것이다. 더이상 이설이 나올 경우 당 이미지에도 치명타가 있으니 그냥 이대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 1990년 3당합당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3당합당으로 시계를 잠시 되돌려 보자. 

 

90년 1월 30일, 통일민주당 마포당사 3당합당 결의 전당대회. 노무현ㆍ김상현 의원이 '합당 반대'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촬영자: 김종구] 

 

1990년 1월 30일 오전 9시, 마포 통일민주당사. 3당합당 결의 임시전당대회장은 8백81명의 대의원(총 대의원 수 1천 1백64명)과 당직자들이 모여 발 디딜 틈 없었다. 전날, 합당에 반대한 김상현 부총재와 노무현·김정길 의원, 원외 지구당위원장 2백여 명이 ‘민주당 사수대회’를 열어 합당을 맹비난했기에 전당대회에서 찬반 대의원들 간 충돌이 예고됐다.

노무현: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

하지만, 토론 기회를 달라는 반대파의 요구는 묵살됐다. 앞자리 대의원 석에서 “재청” “삼청”이 나오자 의장은 직권으로 “박수로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찬성파 대의원들의 박수가 터졌다. 좌중에서 고함과 야유가 교차되는 가운데 의장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날치기였다. 반대파는 “만장일치는 사기다, 무효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의장은 “거의 만장일치”라고 결과를 정정하고 서둘러 산회를 선포했다. 개회 후 의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5분이었다.

대회가 끝나자 노무현 의원 등은 “찬반토론 절차를 박탈한 의결은 무효”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무현·김정길·장석화·김광일 의원 등이 민자당 합류를 거부했다. 노무현 의원은 “민주당을 지키자”며 마지막까지 당원들을 설득했으나 대부분은 김영삼 총재를 쫓아 민자당에 합류했다.(노무현 사료관 발췌)



물론 당시의 민자당과 통일민주당 합당이 지금의 민주당 비례연합정당 찬성과는 완전히 다른 의제이긴 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당시에도 통민당 사이에서는 '이렇게 가면 안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길만이 살길이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것에 소신을 가지고 반대를 하던 의원들이 있었다. 소수의 반대 목소리는 다수의 거악 카르텔과 침묵,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방관 방조의 분위기에 떠밀려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으로 매도됐고, 그렇게 떠밀려나갔다. 

 

사실 민주화 운동의 적자임을 자임하던 김영삼 총재는 군사독재정권 정당과 합당을 하겠다는 천하의 꼼수를 만들어냈다. 명분은 정권창출이었지만 실리는 안정적인 기득권 유지였다. 이것은 합당이 아니라 야합이었다. 3당 합당은 "지역주의를 고착화하고, 특히 호남을 거의 따돌리기 수준으로 내몰았다"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 발전에 매우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금 정치도 바로 이 지역주의 잔재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3당합당은 우리 정치에 야합과 꼼수를 부리면 그것이 통한다는 집단 망령을 심어주었다. 원칙과 신뢰도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3당합당 야합은 한국정치를 크게 후퇴시켰고, 어떤 식으로든지 권력만 잡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마키아 밸리식의 편법을 공식적으로 용인해주는 불행한 사건이었다. 정치가 이렇게 되면 사회도 그 영향을 받는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하는 불공정과 부정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생겨났다. 

 

민주당이 의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비례연합정당을 기정사실화 하고 편법에 편승하겠다는 것은 한국 정치를 거꾸로 돌리는 제 2의 3당합당 사건이다. 당시 통일민주당은 정의와 민주의 가치를 실현하던 정당이었다. 지금의 민주당도 이들 세력에 일부 뿌리를 두고 있다. 김부겸 의원이 말한 '민주당의 가치는 정의'라고 했던 것도 오랫동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정당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그 전통적인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 대부분이 태연하게 비례연합정당이라는 편법을 당연시하고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정치는 정의를 말할 때 살아있는 것이다. 정의가 죽은 정치는, 권력에 대한 탐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탐욕은 권력에 취해 이성을 잃은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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