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포항의료원 간호사들 사표 제출 뒤 집단 무단결근 사태 전말 본문

정치

포항의료원 간호사들 사표 제출 뒤 집단 무단결근 사태 전말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1. 21:12







728x90
반응형

 

경북 포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인 도립 포항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져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간호사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 요구는 정부의 책임방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최근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몰리자 간호사 16명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의 간호사는 현재 70여명이다. 이들은 병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 몇몇 간호사들이 찾아와 사직서를 제출한 뒤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는데 출근하지 않고 있다”면서 “간호인력이 부족해 안그래도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의료원에는 현재 코로나19 확진 입원환자가 115명에 이르지만, 간호사가 없어 8개 병상의 음압병동을 제외한 4개 병동 중 1곳을 못 열고 있다. 일반 입원환자는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포항의료원은 2일부터 입원병동 전체를 코로나19 확진자 전문병동으로 전환해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서울의료원 음압병동에 모인 의료진 모두는 근무를 자원한 사람들이다. (사진=KBS 캡처)


이들은 앞으로 병원에 상주할 경우 어린 자녀를 돌보기 어렵다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진다. 간호사들은 길게는 열흘 이상 집에 가지 못한 채 일하느라 여러 면에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경북도는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병원에 상주하면서 근무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는 간호사협회에 자원봉사를 요청하고 정부에도 지원을 건의해 우선 간호사 15명을 배정받았다. 40~50병상의 병동 한 곳을 운영하는 데에만 간호사 20여명 필요하다. 이에 포항의료원은 경북도와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간호인력 지원을 긴급 요청했다. 경북도는 2일쯤 간호사 15명 정도를 지원키로 했지만, 훈련되지 않은 간호사들이 오면 손발이 맞지 않아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비판이 일었다. 당장 인력공백이 생기면서 남은 간호사들 업무가 이중삼중 가중되게 됐다. 

 

한 시민은 “모두 힘든 시기다. 간호사들도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직업윤리는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표를 낸 간호사들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사건 초기 비판여론이 비등했지만 그만둔 간호사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경북 포항의료원 간호사 A씨는 지난달 19일 격리병동에 투입된 후 단 하루도 집에 가질 못했다고 한다. 밥은 세끼 모두 도시락으로 때웠고,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휴대폰 너머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는 두 아이의 목소리에 목이 메어도 참았다. 그런데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무급휴가 강요를 받았다는 말에 무너졌다. 아내가 감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라 회사 직원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참담한 이유였다.

이 간호사는 “아이들을 못보고 참아가며 일했지만 가족들까지 수모를 겪는 건 참을 수 없었다”며 “체력은 이미 바닥나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더는 견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를 포함해 포항의료원 간호사 16명은 지난달 28일 사표를 제출해 1일 수리됐다. 모두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자녀를 둔 20, 30대의 젊은 간호사들로, 임신한 간호사도 있었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24시간 아이를 제대로 맡길 곳도 없고 친지에 맡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 이상 어려워 그만둔다고 했다”며 “환자 수는 늘고 간호사는 부족한 지경이지만 사직 사유를 듣고 만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은 이번 사표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간호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포항의료원 간호사입니다. 가짜뉴스 바로 잡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간호사 16명은 사정이 예정되어 있었고 합의로 사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게시글 작성자는 "(간호사들은) 절대 무단결근한 사실이 없다"며 "3월에 인력 충원되니 기다려 달라고 사직자들 겨우겨우 붙잡아 놓았다가 사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열심히 싸웠던 그리고 싸우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포항의료원 기획조정실 관계자 또한 “애초 1~2월 퇴직하려던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려고 병원 사정을 살펴 사직 시기를 늦췄다. 간호사 가운데 임산부 등 고위험군도 있었지만, 사명감으로 진료를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간호사는 억울하다고 울면서 연락하기도 했다. 의료진들이 허탈해하는 등 사기가 떨어져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항시간호사회는 최근 포항의료원에서 자원 봉사할 간호사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1명도 없는 실정이다. 다른 병원들도 현실적으로 간호 인력을 지원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의료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KBS는 서울의료원 음압병동의 24시를 방송한 적이 있었다. 이 병동에 모인 간호사들은 모두 자원한 사람들이었다. "왜 자원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모두들 "그냥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는 게 일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의료진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전쟁이 나면 군인들이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것처럼, 전염병이 퍼지면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가 약속한 직업군의 사명일 것이다. 

 

이렇게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의료지원 체계 미비가 숨어 있다. 국가 비상 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존재한다. 정부가 비상 시 대책을 마련해 의료진들에 대한 철저한 지원을 했다면 이런 이탈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직업의식을 논하기 앞서 정부의 무관심과 지원미비도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이견도 있다. 조금 더 참고 대안을 마련한 뒤 집단행동을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시민은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모두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집단적으로 사표를 내 버리면 남은 동료들과 환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병원측도 계속 설득했다면 조금 더 협상을 해서 대안을 마련한 뒤 순차적으로 그만둬도 늦지 않았을 것인데 갑자기 그런 사태가 나서 안타깝다. 사건의 진실도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