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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의 대화' 검사들, 검사장 승진서 탈락한 이유는?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7. 2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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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국민들 뇌리속에 강하게 각인돼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 중 으뜸은 역시 정권 출범 직후 열린 '검사와의 대화'일 것이다. 평소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잘 대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빤히 들고, 대통령 형님의 '해프닝'이나 대통령의 청탁 의혹 등을 면전에서 제기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강력하게 심어주기도 했다. 일반국민들은 '검사들도 공무원인데 저렇게까지 대통령한테 세게 얘기해도 될까'라며 오히려 그들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 검찰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로 그 검찰의 역풍을 맞고 결국 자살까지 선택하게 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노무현의 친구'였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다. 문 대통령은 친구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신 대통령의 곁에서 민정수석으로 '검사와의 대화'를 보고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자서전 《운명》 중)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생각이 '검사스럽다'는 데까지 미친 이상, 이제 검찰개혁은 다시 한번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거대한 개혁과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첫발은 바로 2003년 검사와의 대화, 그 잔재부터 걷어치우는 것이었다. 당시 그 대화에 참석했던 검사들, 특히 대통령의 약점을 찌르며 공격했던 검사들은 바로 옆의 문재인 민정수석이 대통령이 되어서 그들의 앞길을 막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노무현 정권은 언젠가는 끝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은 일어났고, 대통령을 몰아세웠던 검사들은 그 '친구'에 의해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 열린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김영종(51·사법연수원 23기) 수원지검 안양지청장과 이완규(56·23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27일 단행된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다.



이날 인사로 사법연수원 23기 출신 9명이 검사장으로 승진됐지만, 두 사람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됐고 결국 '훗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장관에 앉히는 등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찰 반발이 거세게 일자 평검사 10명과 토론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장면은 TV로 중계되기도 했다.


김 지청장은 당시 수원지검 검사로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전 검찰에 청탁 전화를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토론장 분위기는 냉각됐다. 당시 김 지청장의 발언과 대통령의 맞받아침은 세간의 가장 큰 화제로 떠올랐다. 바로 그 장본인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것이다.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검사스럽다'고 지목했을 법한 김영종 지청장은 연수원 동기 9명이 진출한 검사장 승진에서 물을 먹게 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검찰 인사를 재가할 때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김 지청장은 그동안 법무부 검찰국 검사,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수원지검 차장검사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다. 범죄정보기획관은 정치권 비리 첩보 등도 다루며 총장에게도 직보하는 '민감한' 실세 자리다. 이런 자리를 거친 김 지청장은 결국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이완규 지청장은 당시 대검 연구관 신분으로 행사에 참석해 검찰 인사권 남용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김영종 검사의 '대통령 청탁 발언'을 이끌어낸 사람이었다. 


잠시 당시 그의 발언을 들어보자.


"법무부 장관이 가진 제청권의 검찰총장 이관에 대해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저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르면서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주장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그동안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는 제청권, 즉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검찰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폐해가 있었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이 지청장의 말이 끝나고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민정수석 등을 일으켜 세운 뒤 '이 사람들을 신뢰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김영종 검사가 다시 발언을 했는데 내용은 "정치인들이 계속 인사를 하다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두지 않습니다. 강금실 장관이 개혁적인 인사라고 하지만, 차기 장관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면 어떻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취임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뇌물사건 관련해 잘 좀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는데요. 그때는 왜 검찰에 전화하셨습니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라는 것이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발끈하며 "이쯤되면 막 하자는 거죠. 이렇게 되면 양보 없는 토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탁전화 아니었습니다. 그 검사 입회시켜서 토론하라면 하겠습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검찰 인사권 중립을 얘기했던 이완규 대검 연구관은 법무연수원 교수, 청주지검 차장, 북부지검 차장 등을 거쳤다.


그는 최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발탁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좌천성 인사와 관련해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1년 11월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검찰 지도부를 비판하며 사표를 냈지만, 반려된 바 있다.


당시 참석자 중 한명인 이석환(53·21기) 제주지검장은 이날 인사로 청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인천지검 검사로 SK그룹 수사팀에 소속돼 있던 이 검사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수사에서 정부 고위 인사의 외압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수사팀은 최태원 SK회장을 구속했고, 이 지검장은 이후 대검 중수부 2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장검사,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서울고검 감찰부장 등을 거쳤다.


당시 '검사와의 대화'에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검사들이 함께했다.


윤장석(47·25기) 당시 부산지검 검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 특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허상구(57·21기) 당시 서울지검 검사는 현재 수원지검 부장검사로 경기도 파견 근무 중이다. 김병현(52·25기) 당시 울산지검 검사는 현재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하다가 검찰 개혁을 실패했는지 민정수석으로서, 비서실장으로서 너무도 명확하게 지켜봤다. 그들의 아킬레스건도 알고 자신의 약점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검찰개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내심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사스럽게' 말했던 2명의 검사를 승진에서 탈락시켰다. 이는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를 검찰조직에 알리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노무현-문재인 2대의 대통령에 걸쳐 검찰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검사스러운' 검사가 아니라 국민에 봉사하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정치에 기웃거리지 않는 참 검사의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 관련 어록들


⊙ 민정수석으로 검사와의 대화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자서전 《운명》 중)


⊙ “토론의 달인 대통령께서 제압하려 하지 마시길”(허상구) vs “상당히 모욕감 느끼지만 웃으며 넘어가겠다”(노무현)


⊙ “대통령께서는 취임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김영종) vs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노무현)


⊙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박경춘) vs “80학번쯤으로 보면 됩니다” (노무현)


⊙ “SK 수사팀에 있는데 여당 중진인사, 정부 고위인사로부터 외압이 있습니다”(이석환) vs “제게 고발해 주실 수 없을까요?”(노무현)


⊙ “형님에 대한 해프닝을 포함해서…”(이정만) vs “대통령의 어수룩한 형님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꺼내 대통령 낯을 깎을 이유가 있을까요?”(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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