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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첫마디 "오해 풀어줘서 (재판부에) 감사하다" 적절했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7. 2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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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집권기에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를 만들어 특정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그동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던 조 전 장관은 이날 선고로 석방돼 귀가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약 6개월 동안 수감됐던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원의 선고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에게 조 전 장관은 “오해를 풀어줘서 (재판부에) 감사하다”면서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구치소로 돌아갔다가 오후 4시 27분쯤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구치소를 나섰다. 이어 곧바로 남편 박성엽 변호사가 타고 있던 승합차에 올라 구치소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앤장의 박 변호사는 “법원에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1심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오해라는 말을 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 법원이 귀를 열고 들어줬다. 누군가는 우리 말을 이해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 위증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회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아쉽다”면서 “항소해서 잘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 전 장관은 법원의 집행유예 석방 뒤 가진 인터뷰에서 "오해를 풀어줘서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첫마디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언론과 접촉할 길이 전혀 없었던 조 전 장관으로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일어난 뒤 처음으로 언론(국민)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특검 첫 소환으로 따지면 6개월만에 국민앞에 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첫마디가 '역시 조윤선이구나' 싶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블랙리스트 파문 등으로 온 나라가 촛불로 뒤덮였었고 결국 대통령 선거까지 앞당겨지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윤선은 어쨌든 그 정권의 핵심 멤버였고 이런 일련의 불행한 사태의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6개월만에 국민앞에 서서 한 첫마디가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은 구치소에서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빼준 황병헌 판사가 얼마나 고맙고, 또 감사했겠는가. 하지만 국민들 또한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불려가고 구치소로 가는 것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마음 아파 했다. 그런 국민들이 원망스럽기도 했겠지만, 적어도 정권을 책임진 한 사람이라면 구치소에서 나온 뒤 첫마디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라는 인사 정도는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게 국민을 위한다는 공직자의 자세 아닌가. 


지금 박근혜 정권의 실세나 구성원들을 보면 참으로 기가막힌 이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위 '박근혜 오른팔'이었던 사람은 순천 지역구에 틀어박혀 오로지 '표밭'만 열심히 갈고 있다. 정무수석에 당 대표까지 했던 박근혜 정권의 실세 이정현 의원은 그 흔한 대국민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오로지 '다음'을 위해 지금 숨죽이고 살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다른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정계은퇴 선언한 사람 한명 없다. 


조윤선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 파문은 양심을 가지고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만에 하나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무장관으로서 도의적인 책임 정도는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 2심이 남아있어서 그런 사과를 보류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재판 끝나자마자 연수원 후배 판사에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듯 당당하게 말하는 모양새가 참으로 보기에 씁쓸했다. 재판부에는 감사할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는 구치소 앞에서 석고대죄라도 해야할 판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필자가 오버해서 넘겨짚었다 하더라도, 국가전체를 파탄 일보직전까지 몰고갔던 세력의 한 멤버로서 참으로 뻔뻔하고 부끄러운 첫마디를 남기고 남편과 함께 떠나버렸다. 


그렇다고 억지 사과를 받고 싶지는 않다. 사법부의 정의가 있다면 블랙리스트 사건도 2심에서는 더욱 철저히 규명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었으면 한다. 조윤선의 사과가 아닌 처벌을 바란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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