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자유한국당 총선에 ‘보이지 않는 손’ 박근혜의 망령이 어른거리는 까닭 본문

정치

자유한국당 총선에 ‘보이지 않는 손’ 박근혜의 망령이 어른거리는 까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1. 29. 09:55







728x90
반응형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석달 정도 앞두고 돌발변수에 내부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투 논란으로 원종건씨가 중도에 사퇴하면서 인재영입과정에서 주변에 한 두번만 물어도 될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감염증 정국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자칫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집권여당의 잘못이기 때문에 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이런 변수들에 흔들린다면 상대인 자유한국당은 어떨까.

 

자유한국당은 일단 보수대통합이 총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다 함께 뭉치자니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중도층이 많고, 그들을 배제하자니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현찰표'가 아쉬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새로운보수당, 안철수 신당 등이 통합되지 않고 흩어진 채 총선에 임할 경우 보수표 갈라치기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보수대통합을 견인해낼 중요한 또 하나의 변수가 바로 '박근혜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4·15 총선 공천 국면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에 최근 ‘보이지 않는 손’이 어른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석방론’이 불거진 것이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 이어 2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직접' 나올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완구 전 총리는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3년여 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서둘러 이뤄지길 고대한다”며 “자유보수 진영의 와해와 분열은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충청권의 대표적 친박계 인사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28일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보수성향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석방에 대해 한국당은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내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제는 선처가 필요하다. 국민의 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래 구속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도한 형사 제재를 말하겠다. 국민 통합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도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2차 공관위 회의에서 ‘느닷없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론을 주장했다. 그는 “지금 3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에게) 햇빛을 못 보게 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구속 해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을 포함해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한때 친이계의 핵심이었다. '친박'과는 거리가 먼 인사다. 그래서 그의 '박근혜 석방론'에도 힘이 실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여전히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총선에서도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김형오 위원장의 석방 메시지는 향후 박근혜 탄핵이 어떻게 정리될지 그 단초를 제공해준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그가 ‘피바람’을 예고하는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석방론’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29일부터 공관위 3차 회의를 열고 여론조사를 포함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을 논의한다. 친박계가 대부분인 영남 지역의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달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야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전에 메시지를 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가(可) 234, 부(否) 56, 기권 2, 무효 7. 찬성 234, 반대 56명이었다. 전체 300명의 의원 중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무기명 비밀투표인 이상 찬성표 234표의 성분을 오차 없이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야당+무소속’(172표)이 전원 찬성했다고 가정할 때 새누리당에서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절대 친박’ 세력은 60명 안밖으로 축소된 상태다. 투표에 불참한 최 의원과 반대표를 던진 56명에다 사실상 ‘부’에 해당하는 무효표를 포함한 숫자다.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친박계는 “80명을 넘는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탄핵안 투표에서 이보다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여론 흐름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의 친박계와 비례대표 의원(전체 17명) 중 일부가 돌아선 결과다. 투표 전 수도권 지역 친박계 이현재(하남)·홍철호(김포을) 의원과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 등이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친박으로 분류됐던 비례대표 김종석·김현아·송희경 의원 등은 비상시국위에 참여했다. 비상시국위 소속 김재경 의원은 투표 전 “시국위 소속 40명 외에 친박계 20명가량은 찬성할 뜻은 갖고 있어 230석 이상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분석이 거의 적중한 셈이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 국회 주변엔 탄핵안을 통과시킨 숫자의 조합이 공교롭다는 말이 나왔다. 불참 1명, 가(可) 234표, 부(否) 56, 무효 7표를 나열하면 ‘1,234,56,7’이 된다. 당시 탄핵에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친박의원들이 지금 어떻게 탄핵을 받아들여야 할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탄핵은 탄핵대로 그 유발동기와 원인에 대해 분석과 분명한 책임소재 파악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 구속은 일단 면하게 해주자는 것의 투트랙 전략이 자유한국당 내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끼친 영향과 참모들의 실수들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을 통할하는 위치에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오롯이 박 전 대통령의 과실로 보기에는 참모들의 전횡과 무책임한 실수가 너무도 크다.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명확한 분석이 따라야 하지만, 역대 대통령 최장기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신구속에 대해서는 친이 친박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또한 이 접점이 향후 탄핵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친이와 친박의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단 이 전 총리와 김 위원장의 ‘박근혜 석방’ 주장은 보수 통합을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 구속=자유보수 진영의 분열’이라고 한 이 전 총리 발언에 이 같은 함의가 담겨 있다. 보수대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이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역대 최장수 기록을 깼기 때문에 이제 수감생활은 이쯤에서 끝내자'는 여론의 변동 가능성도 끼어들 계제가 된다. 

그러나 ‘박근혜 변수’가 보수의 분열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탄핵 문제가 불거지면 과거 회귀 정치를 자초할 뿐 아니라 ‘탄핵 찬반’ 논란이 재연될 수 있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은 자유한국당과 통합은 없다고 명확히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직전 ‘보수 통합’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박 전 대통령 메시지의 유불리를 따져보면 꼭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가 2017년 3월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10일 열리기 전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보수진영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반의 이분법으로만 재단하려고 하면 이번 총선에서 해답이 나올 수 없다. 친이와 친박의 탄핵에 대한 입장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 그리고 주변 가신들의 잘못된 판단과 무분별한 정국 개입으로 일어난 국정농단 사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반면, 친박은 진보진영과 일부 언론이 가세한 탄핵 유도일 뿐 박근혜 책임론의 실체는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 두 가지 인식은 너무도 극명하게 갈리는 이분법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접점이나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양 진영이 탄핵을 대통령 리더십의 실패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1차적인 탄핵 유발 요소를 만들지 않고 정국을 정밀하게 관리했다면 탄핵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최순실같은 가신에 대한 적절한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폐쇄적이고 일방적이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총선에서 이런 점에 대한 접근과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신구속 중지로 함께 논의돼야 한다. '그냥 몸만 풀어주는 식'의 해결책은 진보진영의 또 다른 저항과 반발만을 불러올 것이다. 탄핵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한국 정치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이 집단지성과 공감을 통해 탄핵이라는 난제를 풀어낸다면, 그 자체로 한국 정치는 한 단계 성숙해지고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