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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신종코로나감염증 정국'...문재인 대통령, '진정한 실력' 보여줄 때 왔다 본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이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여야의 동향부터 살펴보자.
여야는 설 연휴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여야 모두 신종 코로나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칫 신종 코로나 대응 조치가 4·15 총선 민심에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여권은 곳곳에서 긴급 회의를 여는 등 비상하게 움직였다. 야당은 각각의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여권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찾아 선별진료소와 응급실, 감염병동 등을 차례로 살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도 함께했다. 국방부도 전날 정경두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28일부터 전국 공항과 항만 등 검역소 21곳에 병력을 투입해 임무 수행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선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확산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설 연휴 이후 1순위 국정 현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역법 개정안 처리 등 관련 법률 정비를 예고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7일 국회에서 개최한 ‘설 명절 민심보고대회’에서 “우한 폐렴과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검역법 처리를 서두르겠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검역법 개정안은 검역체계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이다.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부 보건당국의 역할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TF를 만드는 것까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저마다 신종 코로나 대응책을 내놓으면서도 정부·여당의 대응 문제점을 부각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모든 곳에 간섭하던 청와대가 우한 폐렴 사태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국민 안전을 총괄한다는 자세로 적극 임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국 여행객 입국금지를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긴급 성명서를 통해 “우리 정부가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며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뿐만 아니라, 중국이 ‘우한 폐렴’을 공식 발표한 지난해 12월31일 이후 우리나라에 입국한 모든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귀국 조치를 즉시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모든 것. 안철수의 예방 대응책 4가지’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안 전 대표는 정부의 두 번째 확진자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 “우한시 병원까지 갔던 사람인데,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의 공항·항만 검역 시행’ ‘전문가위원회 설치’ ‘외교 채널 통한 한국인 보호’ ‘가상 시나리오 대응’ 등 4가지 대응책을 제안했다.
신종코로나 정국은 현 여권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일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벌어지던 검찰개혁 갈등이 신종코로나 정국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이는 여권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문재인 정부와 검찰은 '같은 식구'임에도 인사 등을 놓고 격한 대립을 노정시켜왔고 이는 친문세력에게는 '더 강하게 밀어붙여라'는 응원을 받았지만 중도층에게는 청와대와 검찰의 볼썽사나운 내부 권력다툼으로도 비쳐져 그리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설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 발 신종코로나 감염증 우려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청-검 갈들은 수면 아래로 급격하게 내려앉았다. 갈등의 당사자들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고, 무엇보다 언론이 검찰 갈등 이슈를 2선으로 밀어내고 신종코로나 정국에 집중하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양측 싸움이 휴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는 여권에 검찰과의 전쟁에 대해 일단 숨고르기를 할 시간을 주고 여론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까지 큰 영향을 미쳐 검찰조직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었지만 신종코로나 정국을 계기로 검찰조직도 내부적으로 수습하는 모양새로 들어갈 전망이다. 윤석열 총장도 신종코로나 정국에서 무리하게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을 전면으로 드러내기가 부담스럽다. 신종코로나가 정국의 블랙홀이 되었기 때문에 섣불리 저항할 경우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청-검 갈등은 신종코로나 정국으로 수습 및 봉합 단계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오롯이 '문재인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사실 신종코로나 정국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청-검 갈등은 어느 정도 잠복국면으로 가면서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신종코로나 정국은 문 대통령에게 집권 이후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신종코로나 발생 이후 설 연휴 도중 청와대 업무로 복귀해 첫 일성으로 "국민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신문고에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이 40만명을 넘어서는 등 현재의 정부 대책보다 훨씬 강도높은 대응을 원하는 여론도 높다. 문 대통령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한 것도 사태 심각성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정부가 밝힌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3천여명이라고 하지만 발열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심지어 영국의 전문가는 최소 10만명 이상이 이미 감염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우한의 도시는 좀비영화의 장면처럼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변했고, 눈으로도 감염된다는 이야기 때문에 시민들은 생필품을 구하러 나갈 때 마스크를 2장 이상 쓰고 고글까지 중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이처럼 신종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우한 봉쇄령 이전 중국을 떠난 수백만명 가운데 우리나라에 입국한 사람도 6천여명 이상 된다는 빅데이터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어 한국도 안심지대가 아니다. 정부는 최근 사스 때보다 훨씬 이르게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시키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의 신종코로나 정국은 4년 전 박근혜 정권의 메르스 대응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5년 6월 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었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 16일만의 방문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 및 격리 대상자가 급증하고, 서울 강남의 학교들이 휴교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뒤늦게 현장을 방문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며 박근혜 정부의 허술한 메르스 대응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문 대통령도 자신이 언급했던 내용을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에 설 연휴 도중 긴급 대국민 메시지를 서둘러 발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당연히 2003년 참여정부 당시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과 자신의 '실력'이 비교될 것을 잘 알고 있다. 참고로 우한 폐렴과 사스, 메르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말하자면 사촌지간이기 때문에 정부 대응도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엄청나게 여론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사태를 안일하게 인식했고 보건 당국의 움직임도 더뎠다. 첫 확진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5월18일 질병관리본부에 확진 검사를 요청했지만 다른 호흡기 질환이 아닌지 검사하라고 답했다. 12가지 검사를 추가로 한 뒤에도 병원이 요청하자, 질변관리본부 측은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 측에서 책임지라"고 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5월20일 체육대회 겸 워크숍을 진행하며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여기에 당시 국민 안전의 콘트롤 타워였던 국민안전처에서도 사태를 안일하게 대처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가동했다.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감염자수가 많은 사우디의 감염자는 1000명이 조금 넘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는 "메르스 유가족들이 모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유가족에 대한 동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메르스 사태 1년 전인 2014년 세월화 사건 때 유가족의 집단화와 여론 형성 때문에 내려진 대처로 해석돼,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 보다 정권 유지에 더 힘을 쏟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결국 6개월 동안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메르스가 처음 발견된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피해 규모다.
방역 후진국인 중국에까지 메르스를 전파하며 "메르스 환자를 (자기네 나라로) 보내놓고 그런 줄도 모르는, 2015년의 한국은 방역 후진국이다"라는 비아냥까지 듣기도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확진환자가 한 명도 없었던 2003년 사스 때, 6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중국이었다.
청와대부터 현장까지 안일한 대처가 진행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당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5년 5월까지 40% 수준이었던 국정 지지율은 6월 첫째주 34%까지 떨어졌고,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6월 셋째주 당시 최저 지지율이었던 29%까지 급락했다.
2015년 6월,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한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시 당대표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총선이 80일 밖에 남지 않은 현재,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03년과 2015년의 선례와 교훈을 뼈에 새겨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이번 신종코러스 사태를 잘 극복해내면 진짜 실력있고 능력있는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총선을 거쳐 대선 정권재창출까지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처럼 미숙한 대응을 한다면 여론은 지금까지 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치적마저 공염불로 만들 수도 있다. 이 한판으로 적폐청산의 점수도 같이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신종코로나 사태의 중간 성적표는 4월 15일 저녁에는 나올 것이다. 이제부터는 문재인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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