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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검찰인사 대학살'...추미애 장관에 탈탈 털린 윤석열 검찰총장, 반격 카드 있을까? 본문

검찰 인사가 발표나기 직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싸움은 치열했다. 이른바 '윤석열 패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인사의 경우 관례적으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하게 돼 있다는 명문을 바탕으로 윤 총장이 인사안에 대해 사전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기대는 빗나갔다. 검찰측은 “발표날 때까지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에서 인사안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인사 협의 절차를 놓고 하루종일 정면충돌했다. 검찰은 검찰청법에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가 명시됐는데도 법무부로부터 인사 명단조차 받아보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윤석열 패싱’ 논란에 법무부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검찰은 법무부 인사안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검찰인사위원회를 30분 앞두고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 절차’에 그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인사안을 먼저 검토한 뒤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이 절차에 맞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내내 법무부와 검찰의 반박, 재반박이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묘수'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과 사전협의라는 절차는 응하는 것으로 하면서도 시간을 단 30분만 주고, 그것도 윤 총장 혼자만 보게하는 것은 추 장관의 인사안에 대해 그냥 사인만 하라는 '명령'인 것이다. 윤 총장이 그 명령에 따랐다면 부하들이 대거 자신의 '결재' 아래 잘려나가는 형국이 되었던 셈이다.
윤 총장으로서는 법무부의 그런 요식행위 절차에 응할 경우 인사안 전체를 받아들이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추 장관과의 면담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결과 추 장관으로서는 검찰총장과 협의를 하려고 했지만 그쪽에서 거절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안은 아무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쨌든 검찰인사는 예상보다 훨씬 강도높게 진행됐고 윤 총장의 수족같은 핵심부하들은 전부 전국으로 뿔뿔이 좌천됐다. 언론에서 '대학살'이라고 표현할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은 작심하고 인사권을 휘둘렀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을 '찍어' 낙마시킬 의도를 분명히 가지고 대대적인 수사털기를 했음에도 일정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가 너무 정치적이었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왔다.

윤 총장이 너무 세게 나갔다는 평가도 있다. 검사들 몇몇이 모여 정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자의적인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난이 여권에서 속출했다. 조국 전 장관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까지 깊숙이 들어간 것도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니었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이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 무리였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로라면 일단 경찰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대해 최소한의 중간결산이라도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그런데 검찰은 이곳저곳 압수수색을 벌이며 ‘일단 판을 키우고 보자’는 식이었다. 수사의 내용 또한 기묘하다. 후보 경선이 생략된 여당 내부의 후보 교통정리 과정까지 중대한 범죄행위인 것으로 몰아간다. 통상적인 ‘정치 행위’와 ‘범죄 행위’를 마구 뒤섞어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여권 내부 사람들끼리 만난 사실을 밝혀낸 것만으로도 마치 중대한 범죄행각의 꼬리를 잡은 양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검찰의 수사대상이 유독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 가족 등 특정부분에 쏠려 있다는 비판 앞에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예상 외의 초강수로 검찰을 압박하고 '정치성향 검사'들을 대거 정리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환영일색이다. '속이 시원하다'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우려스러운 목소리 있다. 검찰은 어쨌든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고,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 이상적인 검찰의 수사권 독립이다. 하지만 선출된 권력이 검찰의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보복 인사, 분풀이 인사'라는 비난의 빌미를 준다면 그것 또한 권력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더구나 현재의 윤석열 총장은 전 정권도 아니고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고른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쳐내기 위해 수족들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모양새가 우습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자살골'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미숙하고 아마추어적인 검찰 개혁 접근법이 결국 자신들이 뽑은 총장을 자신들이 힘겹게 몰아내는 형국까지 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논란을 자초한 것은 검찰의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수사관행이었지만 그 뒤처리 또한 성급하고 거칠었다는 지적도 여권 일각에서는 나온다. 아직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행중이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만 해도 인사에 앞서 수사 결과를 내놓도록 해서 그 내용을 인사의 근거로 삼으면 되는데 그 수사라인을 모두 쳐내버렸다. 보수언론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대학살'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는 무려 10개월을 끌어온 것이기 때문에 경찰의 선거개입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검찰이 무능하거나 수사 자체가 무리수였음을 검찰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울산시장 선거 과정의 여권 지도부 개입 의혹도 마찬가지다. 4월 총선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별다른 혐의도 입증하지 못한 채 무작정 수사를 질질 끄는 것이야말로 검찰의 선거개입 행위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내놓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심판받게 하는 게 옳을 수도 있다. 국민의 공분을 살 정도의 권력의 선거개입 행위를 입증하면 상을 주어야겠지만, 수사의 알맹이도 없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면 당연히 지휘라인에 책임을 묻는 게 옳다. 이것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본뜻에 어울린다는 것이 여권 일각의 지적이다.
이번 검찰인사는 파격적이고 전격적이었다.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속이 후련했을지 모르지만 정무적 판단을 할 때 그리 매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그냥 좀 놔두고 있어도 그들 스스로 한계를 인식하고 여론의 단죄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검찰은 지금 자신들이 해온 수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처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검찰 인사가 자칫 울고 싶은 검찰의 뺨을 때린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검찰이 사태추이를 지켜본 뒤 다시 수사권독립을 명분으로 여권실세들에 대한 압박으로 저항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검찰 분위기도 격앙돼 있지만 윤 총장의 사퇴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상황을 정리한 뒤 반격을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 절차와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집단항명의 수준은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과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한 이들이 대거 교체된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누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총장과 수사팀을 겨냥한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수사든 공판이든 마음만 먹고 결재권으로 방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면서도 “새로 온 간부들이 기존 수사를 막거나 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대검 내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윤 총장 주변 간부들을 지방으로 좌천시키고, (여권 쪽) ‘예스맨’ 인사로 꽉 채웠다”며 “윤 총장은 외로운 처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부 인사 이후 예정된 부장급 이하 검사 인사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무자 교체 여부를 더 주목해야 한다. 실무자들은 존중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무진이 교묘하게 윤 총장을 따돌린다면 수사 직접 지휘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윤 총장이 얼마나 버틸지의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다. 수사 실무진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도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검찰인사는 '검찰 조직 이기주의'와 문재인 정권의 강력한 검찰 개혁이 정면대결을 벌인 결과다. 윤 총장이 비록 핵심참모들을 잃었지만 검찰 조직에 충성하는 열혈 검사들이 그의 뒤를 계속 받친다면 그도 끝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조직 우선주의의 명분이 엷어지고 개혁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간다면 윤 총장도 급격히 힘을 잃고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검찰 후속인사에서도 실무진들을 대거 교체할 경우 윤 총장도 더 이상 저항할 힘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검찰도 이번 인사를 통해 윤석열 라인과 친문 라인으로 분열되면서 예전과 같은 강한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검찰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끝까지 가져가려는 평검사들의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이번 전쟁은 또 다른 전쟁으로 가는 길목일 뿐이다. 2003년 송광수 검찰총장의 인사파격과 검찰 개혁 실패가 그것을 말해주는 나침반이 된다. 검찰의 '개혁 저항 마지노선'이 어디까지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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