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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정세균 총리후보 청문회 도중 나온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눈물 본문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눈물이 정가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7일. 산회가 가까워지던 밤 10시 40분,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질의하지 않고 의사진행발언으로 말씀드리겠다. 저녁이 되고 나서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면서다.
김 의원은 "야당에는 다양한 제보가 들어올 수 있다. 여러분(여당 의원들)도 야당 해보지 않았느냐"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같은 동료의원으로서 김상훈 의원의 질의는 아주 무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김상훈 한국당 의원이 정 후보자를 향해 화성 동탄 신도시사업 비리 연루설을 제기하자 정 후보자가 "인격모독"이라고 반박하고, 여당 의원들은 "면책특권을 넘어 무고죄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고함치며 정 후보자 엄호에 나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현아 의원은 정 후보자를 향해 "화가 나셔도 김상훈 의원에게 '그렇게 정치하면 안된다'고 한 발언을 저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 말씀은 하지 마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말을 마친 후 한숨을 내쉬면서 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의원은 그러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마음이 아픕니다. 야당 국회의원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없어져야 할 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래가지고 협치가 되겠습니까"
김 의원 말이 이어지는 동안 청문회장은 깊은 정적이 흘렀다. 김 의원의 얼굴은 벌개졌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할 때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김 의원의 말이 모두 끝난 뒤 묵묵히 듣고 있던 정 후보자가 답변에 나섰다. 정 후보자가 낮은 목소리로 "김현아 의원은 처음 국회에서 들어오셨는데 어떻게 보면 이번 국회가 과거에 비해서 더 어려운 국회가 됐다. 국회에 먼저 들어온 사람으로서 참 미안하다"고 말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한국당 한 여성 초선 의원은 "아무래도 김현아 의원이 청문회 질의 도중에서 감정이 조금 복받쳐오르다보니 그런 상황이 된 것 아닌가 한다. 최선을 다해서 청문회에 임했는데 야당을 몰아세우는 분위기에 난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단이 된 '화성 동탄신도시 사업 비리' 의혹이란,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동탄 택지개발 과정에서 특혜성 택지를 공급받았고 정 후보자도 사례금을 수수한 것 아니냐며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한국당은 "정 후보자와 정치적 인연이 있는 신장용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업체가 택지개발 사업 과정에서 컨소시엄 업체의 자산 일부를 싸게 팔아 업체들에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 당시 화성시장이 역시 정 후보자 측 인사였다"며 정 후보자 연루설을 주장한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상훈 의원은 "신 전 의원이 시세차익을 수십억 남기고 토지를 공유 받은 과정에 차익 일부가 정 후보자에게 사례금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나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단체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인격 모독이다. 그렇게 정치하지 마시라"라고 맞받아쳤다.

김현아 의원의 이날 발언은 정세균 총리후보 청문회에서 야당이 흔히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도 여당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문제제기를 하며 시작됐다. 김 의원의 발언 이면에는 현재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처한 녹록치 않은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야당은, 여당이 자신들을 박근혜 탄핵의 주체세력으로 인식하고 아예 상대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여당 또한 야당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행태에 대해 할말이 많겠지만, 이날 김현아 의원의 울분은 야당이 야당스럽지 못해 무시를 당하는 현재의 난맥상을 그대로 토내해고 있다.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협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없어져야 할 적(적폐세력)으로만 생각한다는 발언은 야당 초선의원의 주장이지만 여당도 한번쯤 되새겨 봐야한다.
사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갑자기 대선이 실시됐고 이후 적폐세력 척결이 촛불민심이라는 여당의 문제의식 때문에 여야 관계는 협상과 타협보다는 타도와 정리의 대상이 돼버린 게 현실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현재의 자유한국당에 큰 책임이 있지만, 현재 야당도 탄핵 후유증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해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의석수('4+1' 체제)로만 밀어붙이고 그 명분을 촛불민심과 적폐세력 청산이라고만 말해 왔다.
하지만 정국파행의 책임은 여당에 더 크게 있다. 정국을 협치로 끌고가는 쪽도 집권세력이고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도 집권세력이다. 이는 한국 정치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무슨 일만 일어나면 일제히 청와대를 바라보고, 청와대 부근이 끊임없는 시위 장소가 되는 것도 대통령에게로만 몰린 권력의 집중현상 때문이다. 대통령이 큰 마음만 먹으면 정국의 물꼬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런 능력이 집권세력에는 있다. 하지만 전략상, 또는 총선의 실리 때문에 그런 시도는 하지 않는다.
김현아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고 현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으로 활약중이다. 그도 여당에 막말이나 험한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청문회 도중 던진 작은 발언은, '국회에 처음 들어온' 의원이지만, 여당에게도 뜻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잠시 말 없이 울먹거릴 때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모두 일순간 정적상태가 된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초선의원이 떼를 쓰는 게 아니라는 걸, 여당의원들도 느꼈을 것이다. '할아버지'뻘인 정세균 후보자가 차분하게 상황설명을 하며 마지막에 '미안하다'며 공개사과를 한 것도, 김 의원의 말에 여야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없어져야 할 적으로만 보이는' 야당이 있는 한, 그 어떤 정치인이 와도 현재의 비정상적인 정국은 타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긴장을 하고 더 잘 하려고 할 것이다. 김현아 의원의 울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만 여당도 분노와 적개심을 거둘 때가 된 것 같다고 느꼈다면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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