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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이재용 22일 파기환송심 두 번째 재판…재구속 가능성은? 본문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재판이 22일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오후 2시5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2회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10월25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할 생각"이라며 "저희로서는 대법 판결에서 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고, 오로지 양형 판단을 (다투겠다)"이라고 밝혔다.
이에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승계작업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유무죄 판단과, 양형판단 기일을 나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리는 두 번째 공판기일은 유무죄 판단을 위한 심리기일로 진행된다. 2주 뒤인 12월6일 같은 시각에는 양형심리를 위한 기일을 진행한다.

한편 지난 8월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한 박근혜·최순실·이재용의 2심을 모두 다시 판단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금액이 50억원가량 늘었고,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를 따로 분리해서 선고해야해 두 사람 모두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우선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을 위해 제공한 말 3필 구입액 34억원이 추가로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뇌물수수죄는 취득을 의미하고, 취득은 뇌물에 대한 처분권 획득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유권이 명확히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삼성이 최씨 측에 말을 준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은 소유권 자체가 넘어갔다고는 판단하지 않아 말 구입액을 제외한 사용대금 36억원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결국 이날 재판부가 말 구입비 34억원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승마지원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70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2심이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에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지원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월 사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12일 이사회를 거쳐 45일 뒤인 10월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상법상 이사 임기는 3년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임기는 지난 10월 26일로 만료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지 않아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연장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재구속 여부와 상관 없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비등기이사(부회장)로서 신 성장동력 발굴고 대규모 투자 결정, 글로벌 주요 파트너 협력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1부)가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이번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둔다”고 운을 뗀 뒤 “1993년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피고인들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도 이런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양형기준 8장과 그에 따라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인 감시제도를 참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연방양형기준 8장은 기업 내부에 일정 요건을 갖춘 준법감시기구가 있고 이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면 고위 임원이 위법 행위에 가담했더라도 형량을 감경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 체제의 폐혜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준법감시기구 설치와 이스라엘식 기업 혁신 계획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해줄 수 있다는 취지로 들릴 수 있었다.
정 부장판사는 또 이 부회장에게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성의 경영을 재판부가 걱정해준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이 회장의 신경영 얘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 바 있다. 여러가지 발언들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논점을 흐리는 발언으로 오해를 사는 것은 재판에 대한 불신만 부를 뿐이라는 얘기다.
정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재벌총수의 경영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재구속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과 구체적인 기업혁신 계획을 제출하면 형량을 경감해주겠다는 언질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을 재구속 하기 전에 그 책임을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의 미비로 돌리며 재구속에 대한 충격을 줄이고 이를 위한 사전여론정지 작업을 했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가 늘어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적인 작업이었다는 점이 사실상 인정된 만큼 재구속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상존한다.

하나의 변수가 있다면 이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99일째를 맞은 날, 국가의 수장과 재계 1위 기업인들이 회동한 점은 의미가 크다는 게 재계 시각이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오는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을 약속한 삼성디스플레이와 이 부회장의 결정을 치켜세우며 “오늘 신규투자 협약식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과감한 도전을 응원하며, 디스플레이 산업혁신으로 기업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지난 10월 회동은 올해 들어 7번째이며, 2017년 취임 이후부터로 폭을 넓히면 총 9번 만났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지난 8월 파기 환송해 이 부회장의 재구속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사법부에 보내는 일종의 간접 메시지이자 무형의 압박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그런 정치적 억측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이 부회장을 만난 것에는 정권 차원에서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평가가 있다.
사실 기자들이 삼성 관계자들에게 "총수가 구속되면 삼성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삼성맨들은 "우리는 이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변수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결같이 내놓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기업인들이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하는 첫번째 요소가 '총수의 인신구속'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딜레마의 클라이막스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다. 이 부회장 재구속 결정의 시계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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