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컸다" 전원책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가 생방송 토론 태도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그는 JTBC 시사토크쇼 ‘썰전’에서 진보논객 유시민 작가와 호흡을 맞춰 10% 전후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자신감 때문인지, 이날 토론에서 시종일관 무례한 태도로 오버를 해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전 변호사는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신년특집 토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에 유시민 작가와 유승민 의원(개혁보수신당),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출연했다.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에서 직접 광고를 했을 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신년 대토론회였는데 전 변호사의 상식 없는 태도에 전체 프로그램이 엉망이 돼버렸다. 

일단 전 변호사는 토론 도중 상대의 말을 끊고 고성과 호통을 쳐 출연진들과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전 변호사는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작심을 하고 나온 듯보였다. 최근 그가 사이다 발언으로 진보진영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방송 ‘후배’인 이 시장을 시종일관 ‘까기’ 바쁜 표정이었다. 이 시장은 삼성 합병에 대한 전 변호사의 의견에 대해 “사실과 다른 것이 있으니 교정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전 변호사는 눈을 부라리며(안그래도 큰 눈인데) “뭐가요?”라고 반박해 토론장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이 시장은 “삼성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편법상속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얘기도 안했다. 그게 아니고, 말을 좀 똑똑히 들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자신이 말한 것만 진실이라는 듯한 거만한 태도와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상대 패널을 몰아세우는 꼴이 토론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성남시의 청년배당 문제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도 막무가내식 토론이 펼쳐졌다. 전변호사는 “성남시의 청년수당. 중앙정부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국가 부채가 올해가 650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구 100만 성남시에서 시행한 정책으로 중앙정부에서 할 수 있다고 하는가.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 주장했다.전 변호사의 주장에 이 시장은 법인세 실효세율(전체 세전 이익에서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 비율)을 거론했다. 이 시장은 “국내 10대 그룹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OECD의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12%다. 이를 높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 변호사는 “우리나라 실제 법인 세율이 16%가 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얘기하냐”고 힐난했다. 이 시장은 다시 “10% 초반대가 맞다”고 맞섰다. 전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이상한 수치를 말하면 곤란하다. 왜 거짓 정보를 얘기하냐”고 쏘아붙였다. 이 시장 역시 “저도 공인이다. 잘못된 정보를 말하면 책임져야 한다. 올바른 정보”라고 반박했다. 전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그런 소리하면 안 된다”라며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의 과잉 대응에 손석희 앵커가 나섰다. 방송 중 “전 변호사님”을 네 번이나 부르며 진정시키며 난감해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어떻게 지도자 소리를 듣겠냐”며 이 시장을 계속 비난했다. 

일부 토론자의 사상도 공격했다. 전 변호사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좌파적 사고에 젖어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유 의원의 발언도 막았다. 유 의원의 당황한 표정이 고스란히 안방극장에 전해졌다. 전 변호사의 거만한 태도는 토론 내내 계속됐다. ‘썰전’ 파트너 유시민 작가마저도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보다못한 유 작가는 전 변호사에게 “그렇게 하면 보수는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오해받는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썰전도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유 작가는 “편집을 하니까 그렇죠. 썰전은 녹화지만 지금은 생방송”이라며 재차 말렸지만 그 후로도 안하무인 태도는 이어졌다. 방송 직후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뉴스 댓글 등에는 전 변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봇물처럼 들끓었다. ‘썰전’ 게시판에는 전 변호사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사이다 토론이었다는 일부의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토론에 대한 기본도 모르는 비상식적인 패널’이었다. 

전 변호사는 또한 강지영 아나운서가 그의 대기실로 찾아가 흔히 하는 ‘촬영장 밖의 분위기’를 취재하는 것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 빈축을 샀다. 갑자기 대기실에 들이닥친 것은 일단 강 아나운서의 잘못. 하지만 그것을 좋게 수습하는 것이 카메라를 보는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전 변호사는 다가가는 강 아나운서를 향해 큰 소리로 “허락 받았느냐” “개념이 없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 주변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전원책의 오버, 일부에서는 ‘깽판’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이날 토론회 태도의 본질은 그가 무장하고 있는 진보에 대한 편견과 분노였다. 그는 평소 묻지마 복지로 국가채무가 1천 800조원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곤 했다.그에게 이 수치는 일종의 신앙과 같은 것이다. 대화로 풀어나갈 의제가 아니라 무조건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를 설파하고 다닌다. 그의 대북관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도 좋아할 만하다. 그는 한 방송에서 종북의 기준을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쉽게 말하면 ‘김정일 김정은은 개XX냐’(라고 물었을 때) ‘개XX다’라고 하면그건 종북세력이 아닙니다”라고 일갈한다. 전원책 변호사는 울산 출생으로 부산고-경희대 법대를 졸업한 뒤 6군단사령부 법무참모를 거쳐 변호사사무실을 개업(1991년)한 뒤 자유기업원 원장(제 4대) 등을 거쳤다.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된 특이한 이력도 있다. 

한편 이날 ‘신년 특집 토론’은 11.89%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고 기록을 먹칠하는 최악의 토론 태도에 새해 벽두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은 영 편치 않았다. 평소 ‘따뜻한 보수’를 자처하는 전원책에게 상대를 배려하고 감싸 안는 보수의 최고 가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