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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제왕적 후보로 가는 문재인 본문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드디어 계파간 갈등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비문(비문재인)-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 모색하고 있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구축이 대선 승리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에게 보고한 것이 당내 대권주자들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훈식·기동민·이훈·최운열 등 비문성향 초선 의원 20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 당내 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을 당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당의 공식 기구에서 ‘비문 연대, 비문 전선, 비문 결집’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문건의 주요 내요을 보자. 민주연구원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이 지난해 말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제 3지대가 구축된다면 민주당의 2017년 대선 승리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대선 전 개헌논의 반대론에서 전략적 수정을 시도해 사전차단 또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어 “만약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3지대에서 결합, 결집한다면 비박-비문의 제3지대에서 나아가 ‘비문연합과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나 추미애 대표가 대선 전 개헌논의 불가를 고수하는 것은 당내에서는 다른 주자들에게도 고립되고 당 밖에서는 박지원과 손학규가 이미 길목을 잡고 기득권 정치라고 정의해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적절한 시점에 개헌과 관련한민주당의 당론을 결정하면서 어느 한 주자에게 부담이 쏠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헌론에 대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대신 입법권과 예산권을 국회에 넘기고 사법권이 독립적인 삼권분립에 기초한 순수한 대통령제가 적합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철저한 정치개혁과 정경유착 척결 및 재벌해체, 사회구조적 적폐 청산 등을 포괄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제3지대가 이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4년 중임제 순수 대통령제를 권력구조의 대안으로 논의한다면 그 전제로 임기단축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 좋은 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2020년까지 단축하는 대신 이를 공약하고 실천한 대통령에게 연임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허용하자는 것 또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민주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문재인이재명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등 당 소속 대선주자 5인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를 경선도 하기 전에 당의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당의 대선후보의한 사람일 뿐 아직 주자로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검증과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깨끗한 경선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그것이 대선을 앞두고 당과 야권을 통합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건은 이미 문 전 대표를 대선주자로 설정해 놓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논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보여준 제왕적 후보론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당 일각에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는 자신에게 비판을 하는 세력을 모두 ‘적’으로 규정하고 일체의 타협과 대화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을 이끌어 ‘제왕적’인 총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전대표 또한 당 내에 개헌에 대해 의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문 전 대표가 그렇게 압박하지 않더라도 초.재선 의원들은 ‘제왕적 후보’의 눈치가 보여 소신 있는 발언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선후보 또한 제왕적 후보를 자처하며 당내 통합과 소통을 멀리했다. 그 결과 본인의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켜 결국 대선에서도 두 번 다 패배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선의원이던 2002년 이회창 총재를 ‘제왕적’이라고 비판하며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문건에 대해 “정작 저는 보고서를 못 봤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거 같지 않던데…개헌 어쩌고 하는 것은 언론에서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무슨 다를 바가 있겠나”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 또한 현재의 당내 상황이나 개헌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개헌’은 이미 대선의 상수가 됐고 정계개편의 중요 고리가 되었기 때문에 문건에서도 밝혔듯이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지만 문 전 대표는 대선 전 무리하게 ‘반문세력’의 개헌 전략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논의조차 차단하고 있다. 이는 이번 촛불 민심이 대통령 탄핵과 함께 국가 대개조라는 또 다른 화두를 던진 메시지를 무시하고 오로지 대선 승리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자가 몸조심하는 건 당연하지만 열정있는 빈자가 결국 더 큰 부자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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