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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최유정 6년 실형 선고에 얽힌 정운호 나비효과 본문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7.여) 변호사에게 1심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5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45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9일 “최 변호사의 행동으로 법조계 전체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돈이면 무슨 일이든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줬다”며 징역 7년과 추징금 4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검찰 구형을 거의 ‘풀’로 다 받아들여 징역 6년의 중형을 내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만큼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위법사실과 도덕성 추락이 법조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또 다시 ‘정운호 나비효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4월 상습도박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돼 있던 정씨와 수임료 반환을 둘러싸고 구치소에서 다툰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처음 불거졌다. 법조계에 전방위 ‘구명 로비’를 벌인 혐의(뇌물공여 등)로 구속기소 된 정씨는 1월 13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정운호 게이트가 최순실 게이트로 확대돼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몰고 왔다는 게 정운호 나비효과의 골자다.
시계를 지난 2015년 7월로 돌려보자. 검찰은 지난 2015년 7월 해외 원정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로 범서방파 계열의 광주송정리파 행동대장 이 아무개씨(40)를 인천공항에서 붙잡았다. 이씨가 마카오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며 돈을 빌려주고 환전 수수료와 도박장 이용료를 받았던 사람들 가운데는 유명 인사들도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포함돼 큰 파문이 일었던 바로 그 사건이다.
그런데 조직폭력배 이씨의 고객 중에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도 있었다. 정 대표는 이미 불법도박 혐의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씨 조사 과정에서 정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을 한 사실이 새로 드러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정운호 대표는 중졸로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으로 시작해 27세에 화장품대리점을 차려 사업을 시작한다. 그 뒤 ‘세계화장품’을 창업하고 이후 브랜드 ‘식물원’ ‘더페이스샵’으로 대박을 치게 된다. 그는 ‘더페이스샵’을 거액에 LG 등에 팔고(시세차익 2000억 예상) ‘네이처리퍼블릭’을 설립한다. 그는 지난 2015년 화장품 업계 5위, 개인 재산만 수천억원에 이르는데 도박이 취미가 돼 결국 검찰의 손에 걸려들게 된다.
정운호는 구속된 뒤 거액을 베팅해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기에 애쓴다. 그게 2016년 4월 경이다. 그는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낙점했다. 수임료는 50억원(착수금 20억, 성공보수 30억). 거액을 베팅했지만 정운호는 항소심에서 다시 징역 8월을 선고받게 된다. 최 변호사는 로비를 한다고 했지만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이 바뀌는 바람에 실형을 막을 수 없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감방 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정운호 대표는 크게 열이 받았고 2016년 4월 최 변호사를 구치소 접견실에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일설에는 정운호가 최유정에게 착수금 20억중 10억을 환불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폭행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폭행을 당한 최유정 변호사는 정 대표를 고소했고 정 대표는 변호사협회 등에 로비 사실을 흘려 양측의 전쟁이 언론에까지 대서특필된다. 이 과정에서 고액수임료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건은 전관예우 의혹이 얽힌 ‘정운호 게이트’로 비화한다. 정 대표가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를 통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나면서 점점 이 사건은 정권의 실세와도 연결이 되는 점이 포착된다.
바로 2016년 7월 19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식수임계도 내지 않고 정운호 회장을 변론했다는 내용이었다. 홍만표 변호사와 아래 위층 사무실을 썼던 사실도 화제가 됐다. 우 수석은 “완전한 허구”라며 반박했다. 거의 같은 시기인 7월 18일에 조선일보는 우병우 수석에 대한 다른 의혹도 제기한다. 넥슨이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부동산을 시세보다 높은 1300억원대에 사들였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법대 2년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운 진경준 검사장이 이 과정에 개입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시점부터 국민들의 눈은 정운호와 최유정, 진경준에서 청와대의 현직 민정수석 우병우에게로 쏠리게 된다.
그 뒤인 7월 22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에 대해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병우 수석은 한 층 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청와대와 우병우 수석은 반발했다. 감찰 착수 약 보름 뒤 이석수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에서는 이 감찰관의 행동에 대해 “국기문란”이라는 논평을 했다. 이석수 감찰관은 우 수석 아들 꿀보직 전보 논란, 가족회사 논란 등에 대해서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선에서 감찰을 마무리한다.
살아있는 권력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승리로 끝날 것 같던 청와대-조선일보 전쟁은 2016년 7월에 TV조선이 처음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권력형 대형비리의 단초가 드러나게 된다. 문화재단 미르가 설립 두 달만에 전경련을 통해 486억원을 모금하는 등 기업들이 두 재단에 800억원의 돈을 몰아줬다는 내용이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모금에 개입한 정황도 함께 보도했다. 현재 TV조선 사회부장인 이진동 기자가 몇 년 전부터 취재해온 것을 터뜨렸다는 게 TV조선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리고 이어 9월 한겨레는 최태민씨의 다섯째 딸인 최순실씨를 집중조명하는 후속보도를 내놓는다. 최씨가 두 재단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최순실씨의 측근인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고영태(40)씨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 광고감독 역시 재단 보도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순실씨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21)씨도 주목 받게 된다. 정씨의 아버지 정윤회씨는 이미 지난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때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언론은 정유라씨의 승마국가대표 선발 과정과 이화여대 입학 특혜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또 정씨가 이화여대 재학 중 출석면제는 물론 학점 취득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리고 최순실씨 사건에 뒤늦게 뛰어들었던 JTBC는 지난 10월 24일 다른 언론이 제기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태블릿PC의 ‘최순실 파일’을 공개하면서 이번 사건은 정점에 이르게 된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안보와 관련된 자료를 미리 받아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뒤 3차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며 국면을 전환시켜 보려 했지만, ‘최순실의 부재’ 때문이었는지 결국 탄핵이라는 화살을 맞고 현재 직무정지 상태에 있게 된다.
2015년 7월 한 조폭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된 것이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그를 통해 정운호가 나오게 되고 정운호는 최유정과 홍만표에 이어 우병우까지 불러들인다. 우병우는 그를 괴롭힌 조선일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듯했지만 언론이 우병우 주변을 저인망식으로 샅샅이 훑어보는 과정에서 미르재단과 최순실까지 등장했고 결국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도박에서 시작해 게이트로 끝장난 막장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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