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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8. 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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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희망이다. 현실은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미래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견뎌나간다. 미래는 현재의 나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이 미래라는 단어를 각자의 저울에 달아보면 그 무게는 조금씩 다르게 나올 것이다. 어떤 이에게 미래는 ‘장밋빛’의 희망으로 다가오지만, 또 다른 이에게 미래는 암울한 잿빛일 수 있다. 우리는 미래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지만 과연 그 미래가 어떤 구체적인 모습일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미래학자 박성원의 ‘미래공부’(2019, 글항아리)라는 책에는 사람들의 미래인식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온다. 국민이 20년 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한 것이었다. 전국의 20~65세까지 1000명 이상의 시민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미래사회 모습은 ‘붕괴’(40%)였다. 그 뒤를 이은 것이 ‘경제계속성장’(28%), ‘변형사회’(19%), ‘보존사회’(13%)였다. 

붕괴는 한 사회의 경제적 위기, 자원 고갈, 환경 재앙, 전쟁, 도덕적 타락, 전염병의 창궐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사회가 붕괴될 것이라는 얘기다. 2위를 기록한 경제계속성장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한다고 가정한다. 인구의 지속적 증가, 과학 기술의 발달, 기업 활동의 자유, 문화적 역동성 등으로 인류가 계속 발전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3위 변형사회는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도 인공지능,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우주공학 등이 융합하면서 새롭고 매우 변형적인 사회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마지막 보존사회를 꼽은 사람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붕괴되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다"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붕괴라는 시나리오를 선호미래로 택한 사람들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치고 유가폭등, 대량실업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도시환경은 심각하게 오염되고 이에 따라 귀농 인구가 대폭 증가한다. 지역별 자급자족 공동체가 형성되고 대의제 민주주의는 쇠퇴하며 지역별 직접 민주주의가 시행된다. 이 시나리오의 핵심은 ‘느림의 나라’다. 앞서의 세 사니리오와 달리 이 시나리오에는 경쟁이 없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붕괴되는 시작점이 한가로움에 대한 열망이 치솟을 때라고 가정한다. 물질적 성장을 측정하는 경제지표가 아닌 국민행복지수가 도입돼 국정 운영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이 우리의 미래라고 흔히들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우리가 무의식중에 인식하고 있는, ‘군중의 착각’일 수 있다. 경제성장주의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에 대해서는 2014년 국민 2022명을 대상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조사한 결과가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응답자 중 52.4%가 탈성장 사회나 대안사회를 30년 뒤의 미래사회로 희망했다. 이는 35.4%의 응답자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사회를 원한 것과는 대조된다. 나머지 12.2%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를 선호 미래라고 응답했다. 탈성장 사회란 ‘끊임없는 소비 확대로 경제성장만을 지향하는 사회를 넘어 환경보존, 정신적 성장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 

사실 붕괴 시나리오나 탈성장 사회는 무한경쟁과 이익추구의 끝판왕을 추구하는 현대의 경제논리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얘기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가들에게, 사람들을 쥐어짜 경쟁의 구렁텅이로 떠밀어 놓고 자신만 살고자 하는 이기적인 위정자들에게 이 시나리오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한, 이상주의자들의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붕괴 뒤의 느림의 미학과 탈성장 사회를 우리가 가져야 할, 쟁취해야 할 미래의 선호 모습으로 꼽고 있다. 

인디언 속담에 ‘과거는 당신 앞에 있고 미래는 당신 뒤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등 뒤에 있어 잘 볼 수 없었던 미래를 이제 우리들 앞으로 끌고 와 보자. 그리고 이렇게 소망해보자. ‘우리 미래의 진정한 문제는 경쟁과 성장이 아닌 각자의 삶의 질과 행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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