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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태극기부대’ 등에 업고 극우정치 치닫는 김진태 의원은 누구? 본문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가 흙탕물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한줌밖에 안 되는 태극기부대의 재뿌리기에 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합동연설회 때마다 태극기부대가 고성을 지르며 노골적으로 후보들을 비방하며 물을 흐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사람이 한명 있다. 바로 김진태 의원이다.
김진태 의원은 검찰 출신 재선 의원이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 법무관(대위)으로 전역했다. 춘천지검·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후 2009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마지막으로 1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김 의원은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국면에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자주 참석했다. ‘태극기 집회’에서 쌓은 인지도로 지난 대선 때 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고, 오는 2·27 한국당 전당대회에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 면모를 일신할 예정이었지만 오히려 당 지지율은 추락하고, 지난 총선 이후 가장 앞세워야할 ‘보수 통합’은 극우 세력에 의해 뒷전이 돼 버린 모양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전당대회가 태극기부대에 휘둘리는 것에 대해 “국민 전체로 볼 때 한줌밖에 안 된다”며 “그 한줌 세력에게 당이 볼모로 잡혀 있다는 건 정말 한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이들은 1~2년 넘게 덕수궁 근처에서 집회를 해서 단련이 돼 있어 전당대회를 휩쓸고 있다”며 “소위 과격한 세력인데 이들에 휘둘리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내년 총선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중도를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정당이 아니라 태극기부대를 놓고 대한애국당과 경쟁하는 정당이 된 것 같다”며 “굉장히 퇴행적”이라고 지적했다.
거기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렸던 연설회에서는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극우의 막말 잔치”라 혹평했다.
서재헌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한국당 전당대회 경선에 나선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국민과 당을 위한 통합과 혁신을 버리고 분열과 조장을 선택한 막말잔치를 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 파문으로 당의 제명 대신 면죄부를 받은 김진태 당대표 후보는 연설에서 ‘국민의 힘으로 이룩한 촛불혁명에 놀라 다 도망갈 때 한국당을 지키고 문재인 정부의 민생입법을 다 막아냈다’고 주장했다”며 “국회의원이 민생입법 처리를 막아선 걸 자랑이라고 하다니 그 행태가 후안무치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히려 김 의원은 ‘5.18 망언’으로 인해 자신이 받는 비난의 화살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5일 <경인방송>(OBS)에서 중계한 ‘제3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티브이 토론회’에서 “(나는) 직접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당 윤리위에 나를 회부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조처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김 의원의 막말 파문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엔 품위 손상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국회윤리위원회에 4차례나 징계안이 제출될 정도였다. 김 의원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 통과 당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2015년 11월 세월호 참사를 두고도는 “추가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고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대며 세월호 인양에 반대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과거 박지원 의원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바 있다.
여러 차례 막말파문에 휩싸인 김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서자 국민들은 “boat**** 자한당은 그리 인물이 없냐? 제2의 홍준표”, “g_t_**** 제 2의 홍준표네. 그렇게 민주당을 도와주고 싶냐? X맨아ㅋ”, “ikis**** 극우꼴통 끝이구나 아주ㅋㅋㅋㅋㅋ제2의홍준표가또나와주니 민주당은 총선에서 물개박수칠일만 남았네”, “hyuk**** 김진태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 홍준표의 뒤를 이어 한국당을 자멸의 길로 이끌 최고의 후보다..!”라며 그를 ‘제 2의 홍준표’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정계에 활동할 당시 수차례 막말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편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 춘천에서는 김 의원 사퇴 촉구에 나서기도 했다. 강원대 민주동문회 등 52개 단체로 구성된 춘천 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 본부는 18일 춘천시청 앞에서 '춘천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 대한 사죄와 국회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극우반공주의자 지만원과 김진태 의원이 협작해 5.18광주민주와운동의 정신을 부정하고 유가족들을 모독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춘천시민들은 부끄러움과 분노를 느꼈으니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만 혈안이 돼 춘천시민의 뜻을 무시하는 김 의원은 춘천을 떠나고 국회는 헌법정신을 유린한 5.18망언 국회의원들을 즉각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노이즈 마케팅 때문인지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3인 중 최약체로 평가받던 김진태 후보의 존재감이 전당대회 경선을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과 18일 치러진 두 차례의 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는 마치 강성 우파로 분류되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들이 지배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김 후보를 쉴 새 없이 연호했고, 이 외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나오면 소리를 지르며 방해하거나 침묵했다.
그동안 한국당에서는 '보수 통합'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급격한 우경화를 경계해 왔다. 그래서 '태극기 세력을 품을 수 있을 것이냐'는 늘 당내 논쟁거리였다. 반면, 김 후보는 그동안 '선명한 우파' 노선 전략으로 태극기 세력의 마음을 가져오는 데 집중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폄훼와 같은 극우적 발언은 논란이 됐을지언정, 선거운동 시작 전 태극기 세력을 자신의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확정짓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이러한 지지세를 등에 업고 황교안·오세훈 2강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태극기 세력 8000명이 세력화를 꾀하기 위해 한국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김 후보의 '표'로 치환할 순 없지만 투표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면 이들의 표심이 이번 전대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잇따른 선거 패배로 강한 야당의 이미지가 약해졌는 점에서 강성 보수로의 회귀를 바라는 당원들도 적지 않다"라며 "김 후보의 당대표 선출도 아주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지도부와 다른 후보들에게 야유·고성을 보낸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앞으로는 보다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하는 여유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어제(18일) 대구 합동연설회장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 특히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유념해 주길 바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김 후보 지지 성향 당원들은 전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 대구·경북권 합동연설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빨갱이” “탄핵 부역자” 등 비난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은 연단에서 인사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김 후보 지지자들을 1분여간 묵묵히 지켜봤다.
또 오세훈 후보가 연설할 때도 김 후보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내거나 “김진태”를 연호해 ‘연설 방해’ 비판을 받았다. 김 후보 지지자들 상당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전후해 탄핵 반대와 무죄를 주장하며 거리 시위를 벌여온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분류된다.
김 후보의 부상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극기부대가 연설회 등에서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들의 표가 당의 좌표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자유한국당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스펙트럼이 있지만 태극기부대 중심의 극우노선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들이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당의 주류로 떠오르는 듯한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이 바로 김진태 의원이다. 아군과 적군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심플한 극우노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때만 해도 김진태의 발언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과장되고 비 논리적인 주장도 많았다. 그의 정치전략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문재인 정권 혐오를 팔아 지지를 얻는 네거티브 노선에 있다. 일각에서는 그를 '정치 기술자'로까지 묘사하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처한 상황을 교묘하게 역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강화시키려는 김진태 의원. 그가 전당대회 물을 흐리는 동안 거대야당 자유한국당은 좌표를 잃고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예전 소장파로 활동했던 한 전직의원은 "이렇게까지 당이 망가졌는가"라며 탄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뿌리에 소장파가 있을 때만 해도 양심적이고 진취적인 노선으로 그나마 당의 중심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우경화되는 당 노선도 그들이 있었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소장파의 그 역할을 극우노선인 김진태 의원이 대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가운데 그 누구도 그의 정치적 노선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정치 기술자를 자처하며 오로지 당원들의 혐오를 팔아 표를 얻고 있다. 태극기부대의 고함소리에 당은 점점 정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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