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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김수환 추기경 10주기가 정치에 남긴 것은... 본문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사랑의 실천과 당부 말씀/ 등불로 밝히며 영원토록 우리 가슴에 담으렵니다/ 바보사랑 바보사랑 당신의 흔적 모두를 사랑합니다"(평신도 문두연 씨 추모시 '바보사랑 바보사랑' 중)
평생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당일인 16일 추기경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오후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10주기 추모 미사를 거행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서, 또 혼란한 시대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우리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며 "김 추기경님이 남겨주신 사랑의 가르침을 우리의 삶에서도 본받고자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기경님은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용서,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며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대에 더욱더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정신이 그리운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앨프리드 슈에레브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배우 이윤지, 가수 바다 등 약 3천명이 참석했다.
제대 앞에는 사진 대신 김 추기경이 스스로 '바보'라고 쓴 자화상이 놓였다. 기도와 강론, 영성체 예식 등에 이어 김 추기경의 모습과 육성 등이 담긴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추모식에서 슈에레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격려와 인사를 전했다. 그는 "교황님께서는 추기경단 선배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며 "교황님께서는 김 추기경님이 보편교회와 이 땅의 민주화 역사에 영혼의 참된 목자로서 기여하신 특별한 역할을 상기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김 추기경님께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또 목자로서 남긴 영적, 사회적 유산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 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밝혀 줄 것"이라며 "동정마리아와 주님께서 이 땅의 지속적인 평화와 확고부동한 화해의 여정에 함께 해 주시며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것으로 갚아주시고 이끌어주시길 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김 추기경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독재정권 탄압 속에서 추기경님은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들을 보호해주셨다"며 "저도 추기경님과 인연이 깊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불의와 타협하거나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대통령으로서 '사람이 곧 국가이지, 국민이 국가 아래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추기경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오늘 추기경님이 더욱 그리운 까닭은 미움과 분열이 아닌 사랑과 화해를 기도하는 우리 시대의 스승이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전쟁과 적대를 이겨낸 이 시간을 얼마나 반가워하셨을까 생각해본다"면서 "오늘 추기경님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변함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대화하겠다"며 "우리가 마음을 열고 역지사지할 때 전 세계도 평화의 길을 지지하고 도와주시고, 추기경님께서도 하늘에서 계속 기도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한국의 가난하고 불의한 역사와 묵묵히 함께하셨다"며 "정치적으로는 장기독재 정권을 계획하는 정부에 대해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으며 시대의 어른으로서 권력에 당당히 맞서셨다"고 회고했다.
김 대주교는 "5.18에 대해서는 당신 생애에 가장 쓰라린 아픔을 준 비참한 역사의 한 사건이라며 슬픔을 감추시지 않았다"며 "근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적이고 반역사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신다면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떤 심정이시며 그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경북 구미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도 추모 미사와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1922년 대구에서 출생한 김 추기경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에는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당시 전 세계 추기경 136명 중 최연소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의 등불을 밝혔다.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지도자이자 종교를 넘어 사회의 큰 어른 역할을 한 김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선종했다.
당시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에는 약 40만명이 조문했고, 각막을 기증하고 떠난 추기경의 정신을 이어 장기기증이 급증하는 등 국민적인 추모 열기가 일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0주기를 맞이하여 정치권에서는 김 추기경같은 국가 어른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운 반응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김 추기경은 권위주의 독재정권 때도 권력과 민중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용기있는 발언과 양심있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의 갈래를 넘어 국가의 양심있는 어른으로 인정받고 존경받았다.
현재의 정국은 5.18 망언 사태로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통합과 경제고용 문제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과거 사건에 매달려 실익없는 '당파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전쟁의 승자일 수 없다. 명분 없는 전쟁속에 정작 돌봐야 할 사회 소외계층 문제 등은 점점 더 외면당하고 있다. 국회에서 잠자는 민생법안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4차산업혁명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미래 비전 논쟁 등은 사치일 뿐이다. 한국 정치는 점점 더 벼랑으로 치닫는, 난폭한 카레이스같다.
김수환 추기경이 지금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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