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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태극기부대 한줌 세력에 탈탈 털리는 '공룡' 자유한국당의 몰락 본문
자유한국당이 ‘5·18 망언’ 파문 6일 만인 14일 자체 징계안을 확정했지만 오히려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무릎 꿇은 ‘쇼맨십’ ‘꼬리 자르기’ 징계에 그쳤다는 것이다. 징계 실효성도 불투명해 무책임한 조치라는 비난까지 씌워졌다. 여야 4당은 “한국당다운 결론”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망언 3인방을 퇴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망언 3인방 중 이종명 의원만을 ‘제명’ 징계하고 2·27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징계를 유예했다. 이 의원은 망언 파문을 촉발한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심각한 해당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제명 조치를 내렸고 나머지 두 의원은 당규상 전대 후보자의 징계 유예를 보장키로 한 것이다.
징계 내용은 이번 파문의 심각성을 간과한 한국당의 무사안일한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유예 근거로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규를 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순례 의원만 해도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고 막말을 쏟아내며 5·18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김진태 의원도 공청회 공동 주최자이자 ‘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하며 파문 물타기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전 사회적으로 공분이 확산됐고 여야 4당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이들의 퇴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한국당의 징계 유예 결정은 이들의 언행을 용인한 것이자 5·18의 역사적 가치를 부정하는 데 당도 가세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 일각에선 “태극기 세력의 눈치를 보다 반쪽 징계에 그쳤다” “두 의원이 차기 지도부로 입성하는 길을 당이 열어준 것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실제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지지층은 두 의원 징계를 막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징계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징계 유예 결론을 예측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도부가 당규 내용도 인지하지 못하고 윤리위원회를 늑장 소집해 사실상 징계 유예를 방조했다는 자백으로 들린다.
유일한 징계 대상자인 이종명 의원에 대한 조치도 ‘보여주기식 징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징계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작지 않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차기 지도부로 징계가 넘어가는 것이냐’고 묻자 “차기 지도부가 고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야무야 징계를 시인한 셈이다.
또 윤리위 규정(2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당적 제명은 윤리위 의결 후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확정된다. 당 관계자는 “의원 3분의 2 이상이 제명 조치에 동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했다. 실제 이날 징계를 의결한 비대위 회의에서도 일부 비대위원이 제명 조치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비례대표인 이 의원은 자진 탈당하지 않는 이상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제명안이 부결될 경우 한국당은 추가 역풍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망언 3인방’을 제명시키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두 의원 징계 유예는) 당규를 이유로 5·18 훼손을 묵인하는 꼼수를 부린 꼴”이라며 “한국당이 수습하지 못한다면 다른 야당들과 협력해 이들을 제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 입성 기회를 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2차 가해이자 비열한 확인사살 만행”이라고 힐난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최고위원은 “망언 3인방에 대한 쇼맨십 징계”라고 혹평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제 국민들이 나서서 의원직 제명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태극기부대 세력과 그들을 추종하는 몇몇 의원들에 대해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 '표'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부대가 거리시위의 산발적 세력확산에서 탈피해 자유한국당에 적극 입당하여 정치세력화 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당에서도 그들의 '지분'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됐다.
이런 현실적 이유 때문에 5.18 망언이 쏟아져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소장파 등 중도세력이 당의 중심을 어느 정도 잡을 때의 상황과 비교하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일부 '극우세력'의 망언 정도로 당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했던 게 상식적인 대응이었다. 하지만 태극기부대를 위시한 우파들이 당에 입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당 지도부마저 그들의 입지에 대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결국 한줌 우익 세력의 경거망동에 당이 한 걸음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왜곡 발언 논란을 비롯해 극우화 조짐이 보이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경고 메세지를 띄웠을까.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수구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확인되면 반드시 아버님의 사진은 그곳에서 내려주기를 바란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작금의 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박근혜정권의 탄핵을 통해 처절한 반성과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다시 과거 군사독재의 향수를 잊지못해 회귀하려는 불순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고 했다.
그의 따끔한 지적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 세력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세력들은 이번 5.18 망언 사태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중심을 잡기는커녕 극 소수 세력의 흔들기에 마냥 흔들리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정당이라는 점이 뼈아프다. '공룡' 자유한국당의 몰락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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