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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환상인가 혁신인가-3]“블록체인, 가상통화 탓 ‘단체기합’ 안돼…제주서 편견 깨보겠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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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환상인가 혁신인가-3]“블록체인, 가상통화 탓 ‘단체기합’ 안돼…제주서 편견 깨보겠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2. 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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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공공행정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제주도는 기존 규제의 틀을 벗어나 과감한 블록체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규제자율특구’를 추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55)는 지난해 8월 청와대 시·도지사 회의에서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공식 요청했다. 이후 틈날 때마다 제주도를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말 제주도청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원 지사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제도의 미비점 때문에 옥석이 구분되지 않고 걱정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옥석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고 블록체인 ‘전도사’를 자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제주는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를 보장받는다. 여기에 올해 4월 ‘규제 자유 특구’를 골자로 한 지역특구법이 시행되면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위한 여건이 마련된다. 원 지사는 “제주가 갖고 있는 특별자치도 그리고 무비자로 대표되는 국제자유지구라는 장점을 활용해 세계 선도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가상통화와 금융과 관련한 모든 법을 다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에 블록체인 또는 가상통화에 대한 특례 규정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제주도와 중앙정부가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기존의 법과 다른 규정을 특례로 정할 때는 정부 협의와 찬성을 조건으로 한다. 원 지사는 “이렇게 하면 국내 법체계를 건드리지 않고도 규제 모델을 제주특별법 안에서 신속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고치기도 쉽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현재 국토부와 함께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상에 올리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지대장은 주로 금융기관에 담보대출용으로 쓰이는데 이 서류가 진짜인지, 이후에 변동된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늘 최신의 것이 필요하다. 신청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은 것인지 증명하기 위해 인감도장도 찍어야 한다.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상에 올리면 위·변조의 위험이 없어지고, 사후 수정 내역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올라온 토지대장을 열람할 권리를 은행에 주면 서류 제출 없이 심사가 가능해진다. 원 지사는 “진정성과 본인 인증이 블록체인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행정규제와 절차가 많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블록체인으로 이를 없애고 생활의 편리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전기자동차의 사용 후 배터리 이력 관리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사업이나 외국인 관광객의 부가가치세 환급을 블록체인상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원 지사는 “신원이나 진위 확인에 블록체인이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다”며 “도민 신분증명도 블록체인상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내 관광지에서 도민 할인혜택을 받을 때 신분증을 요청할 필요 없이 앱의 QR코드를 찍으면 인증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가상통화 발행을 제한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허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상통화공개(ICO)를 허용하지만 첫 단계에선 투기적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를 배제하고 기관투자가, 벤처캐피털 등 자격을 갖춘 한정된 투자자들만 엄격한 심사를 통해 투자하도록 할 계획이다.


ICO를 계획하는 블록체인 기업들은 지금처럼 백서만 내고 자금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 요구되는 정보 공시를 충실하게 하고, 그 정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게 된다. 물론 이는 모두 정부가 ICO를 허용해줘야 가능한 이야기다.




원 지사는 “자금세탁과 탈세, 범죄에 이용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금융실명제에 준하는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보호되지 않고 정보의 공신력이 훼손되는, 블록체인을 빙자한 지금의 일그러진 사기적인 투기판을 배제하는 규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규제를 정확히 하되 그 규제를 지키면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가상통화 거래소도 생태계의 필수구성 요소인 만큼 허용할 생각이다. 자금세탁 방지 의무나 고객 보호에 대한 조항, 자전거래로 시가를 조작하거나 거래량을 조작하는 부분에 대한 엄격한 규제장치를 마련한다면 유통시장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법적 규제의 근거를 제주특별법에 마련해 제주에 본사를 둔 기업들에 한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제주특구 모델의 핵심적인 제안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의 내용면에서는 제주도의 제안이 스위스와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진일보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상통화가 결제 수단보다는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참여하는 데 따른 보상의 개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 가상통화에 낀 거품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ICO로 한번에 몇천억원씩 모으려는 사람들은 “걸러내야 할 일그러진 그림자일 뿐”이라고 했다. 투기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드는 면도 있지만 거품이 꺼져야 진정한 기대주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금융계좌 개설도 안되고 벤처산업 지정도 안된다. 블록체인 이름이 붙으면 ICO는커녕 기존 벤처투자도 못 받게 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를 ‘단체기합’이라고 표현했다. 원 지사는 “모범학생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단체기합으로 ‘너 교실 뒤에 가 있어’ 식으로 콘텐츠가 있는 기업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특구 지정 요청에 대해 정부와 다른 지자체가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원 지사는 “특구 지정으로 제주도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반사이익을 보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졌다는 걸 사후에 알았다”며 “지금은 우리가 블록체인, 가상통화와 관련한 부작용과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예방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걸 정부도 인식하고 있어서 매우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것과 달리 가상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 가상통화 특구 지정과 관련해서는 그 가능성을 가늠조차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가 제안한 부분 중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건을 붙이고 더 제약해도 좋으니 작게라도 발을 내딛는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며 “해보지도 않고 일어날 일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만 가지고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강조했다.


“백 발짝을 가자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나가고 거기서 나오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보는 게 특구 아닙니까. 제주도를 시범 사업지로 삼아서 도전해봅시다.”


원 지사는 중앙정부에 이렇게 요청했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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