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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시장의 절대강자 쿠쿠전자의 갑질 AS...비싼 수리비에 과잉수리 의혹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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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시장의 절대강자 쿠쿠전자의 갑질 AS...비싼 수리비에 과잉수리 의혹도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8. 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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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 중인 ㄱ씨는 최근 집에서 사용하던 전기압력밥솥이 망가져 가까운 애프터서비스(AS)센터를 찾았다. ㄱ씨가 사용 중인 제품은 쿠쿠전자가 2015년 생산한 것이다. 구매한 지 3년이 조금 안 됐지만 밥솥이 열리고 닫히는 센서가 망가져 취사가 아예 안 되는 증상이었다.


유명한 제품인 만큼 ㄱ씨는 당연히 AS도 잘될 것이라고 믿고 집에서 가까운 센터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해당 AS센터에서는 ㄱ씨에게 수리할 부분을 사전 고지하거나 수리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수리가 끝난 뒤 4만6000원이라는 청구서만 내밀었다. 구매 당시 제품가격(18만원)의 25%에 해당하는 수리비가 나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얼마에 수리했는지 수리내역서도 없었다. ㄱ씨는 화가 났지만 센터에 다른 손님들도 많았던 탓에 엉겁결에 값을 치르고 나와야 했다.


쿠쿠전자는 국내 전기압력밥솥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압도적인 ‘강자’다. 규모로는 중소기업이지만 지난해 매출이 4500억원을 넘긴 중견기업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수출도 활발하다. 쿠쿠전자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쿠쿠홀딩스이며, 범 LG 가문으로 분류되는 구본학 대표가 쿠쿠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쿠쿠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형가전업체들이 전기밥솥 시장에서 철수한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했다. 오랜 기간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전국 단위의 유통망과 AS센터를 구축하면서 무주공산이던 밥솥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갔다. 쿠쿠전자 관계자 스스로 “전국 AS망 구축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은 덕이 크다”고 말할 정도로 쿠쿠전자는 밥솥 판매 못지않게 AS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쿠쿠전자의 AS는 브랜드 명성에 못 미치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역 서비스센터만의 문제도 아니다. ㄱ씨는 센터에서 겪은 황당한 일을 항의하기 위해 쿠쿠전자 본사가 운영하는 고객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겪은 일을 설명하고 본사 차원에서 조치를 요구하자 직원의 답변은 더 황당했다. 본사 직원은 “AS로 생긴 문제는 해당 센터와 해결하라”며 민원 접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ㄱ씨가 “쿠쿠전자 본사에는 이런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느냐”고 묻자 이 직원은 재차 “그런 조직이 없다. 모두 해당 센터가 대응할 문제다”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쿠쿠전자의 AS로 불편을 겪은 건 ㄱ씨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블로그 등에서는 쿠쿠전자 제품의 ‘AS 후기(AS 경험담)’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정수기 문제로 ㄱ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소비자도 있다. 이 소비자는 블로그를 통해 “정수기가 소음이 너무 심해 AS를 받았는데도 해결이 안 됐다”며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본사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했더니 ‘지역 AS센터가 곧 본사’라며 해당 센터와 해결하라고만 한다”고 밝혔다. 고객지원센터의 반응만 보면 정확히 ㄱ씨 사례와 일치한다.


비싼 수리비 문제를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또 다른 소비자는 “김이 좀 새는 것 같아 가져갔더니 4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나왔다”며 지나치게 수리비가 비싸다는 불만을 밝혔다. 지역센터별로 수리 부위나 가격이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한 소비자도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소비자는 “경기도의 한 센터를 갔더니 갑자기 멀쩡한 LCD 화면도 고쳐야 한다며 11만원을 더 청구했다”며 “어이가 없어 다른 센터를 찾아갔더니 고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비싼 수리비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쿠쿠전자 AS센터가 필요 이상의 과잉수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깔려 있다. 쿠쿠전자의 AS센터 운영 실태를 보면 이 같은 의혹 제기가 무리도 아니다. 쿠쿠전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 중인 전국 AS센터는 103개다. 쿠쿠전자는 이 중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센터는 10%라고 밝혔다.



이들 AS센터는 대리점도 겸하기 때문에 제품 판매업무도 병행한다. 하지만 소비자들 대다수가 온라인 쇼핑몰이나 백화점, 대형 가전매장 등에서 제품을 사는 점을 감안할 때 대리점의 주요 수입원은 제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보다는 AS센터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일 가능성이 크다. 직영 AS센터의 경우 본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90%에 해당하는 비직영 AS센터들이 문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AS센터일수록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과잉수리나 수리비 과다청구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 LG 등의 대기업이 직접고용 문제 등 많은 논란을 알면서도 굳이 AS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ㄱ씨 역시 과잉수리 의혹을 제기한다. 센터가 ㄱ씨에게 최초에 내민 청구서는 4만6000원. 이 중 소모품인 밥솥의 고무패킹 교체비용이 1만원이었다. 하지만 ㄱ씨는 불과 6개월 전 정품 고무패킹을 별도로 구매해 교체했고, 잘 사용해온 터였다. ㄱ씨가 센터에 “패킹은 왜 갈려고 하느냐.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따졌더니 센터 측은 “패킹 색깔이 변색돼서 오래된 줄 알았다”는 군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급기야 센터 측은 “그럼 패킹 교체비용은 빼겠다”며 1만원을 즉석에서 제한 3만6000원을 수리비로 내밀었다. ㄱ씨가 이후 센터에 요구해 받은 내역서를 보면 실제로 문제가 발생해 교체한 센서 부품의 수리비용은 2만원이었다. 고무패킹 값을 빼고서라도 ㄱ씨는 추가로 1만6000원 상당의 수리를 더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AS문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잇달아 밥솥 시장에서 철수한 뒤 소비자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전기압력밥솥 브랜드는 많아야 2~3개 정도다. 전국의 전기압력밥솥 보급률은 93%. 거의 모든 가정에서 밥솥을 쓰지만 브랜드의 다양성은 전자레인지나 오븐 등 여타의 주방가전제품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밥솥업체들이 프리미엄 사양 등을 이유로 50만~70만원대의 고가의 밥솥을 선보이면서 과도한 제품가격 인상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업체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쿠쿠전자는 ㄱ씨 등이 겪은 AS문제가 일부 지역센터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본사에는 엄연히 고객만족팀이 별도로 있어 소비자들의 민원도 접수하고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수많은 센터 중 특정 센터에서 발생한 문제로 전체 AS가 문제라고 볼 순 없다”며 “ㄱ씨 사례의 경우 ㄱ씨의 전화를 받은 본사 직원이 내부 시스템을 잘 몰라 실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직영 AS센터의 과잉수리 의혹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과잉수리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센터는 불이익을 주고 최대 계약 해지까지 하고 있다”며 “이런 위험을 안고 과잉수리에 나설 센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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