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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고심, 헌재소장 유남석-강일원 누가 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0. 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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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놓고 청와대와 국회의 기싸움이 첨예하다. 청와대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1명이 빠진 헌법재판관 인원수를 충족시킨 뒤 공석인 헌재소장 임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 임명을 동시에 처리하면 2번의 인사청문회를 피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1타 2피'로 빨리 처리하고 해묵은 논쟁을 끝내라는 주문이다.


일단 청와대가 발빠르게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부터 지명한 것은 최근 헌법재판관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헌재소장 임명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항명성' 성명을 발표한 것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일정부분 상처가 났다.


재판관들의 의견도 존중해줘야 한다. 국회 표결에서 패배해 그 앙금이 남아 일을 이렇게 어렵게 끌고 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단 법에 정해진 원칙대로 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신임 유남석 후보자를 인사청문회를 두 번 하는 한이 있어도 헌재소장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강일원 재판관을 신임 소장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두 사람의 장.단점은 명확하게 갈린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헌재소장 지명 시기를 인사청문회를 포함해 유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끝나는 한 달 뒤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은 야권과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지명 몫을 빼면 강일원 재판관과 유남석 후보자 2명으로 압축된다.


유 후보자를 지명하면 소장으로서 6년 임기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목포 출신이어서 국민의당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우리법연구회 출신 첫 헌법재판관이라는 것 때문에 야당의 공세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후보인 강일원 재판관은 여야 합의로 추천됐던 만큼 국회 임명 동의를 무난히 얻을 수 있을 걸로 예상된다. 임기가 내년 9월까지라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서울 출신인 강 재판관은 서울 용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5년 사법연수원 14기로 수료했다. 1985년 서울형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역임했다. 중도 성향의 강 재판관은 2012년 9월 여야 추천으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유남석 후보자는 이른바 '코드형' 인사라는 점에서 여당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유 후보자의 낙점은 향후 헌법재판소의 이념 지형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유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장을 받으면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 첫 헌법재판관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상당히 상징적 의미가 큰 사건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대법원과 달리 사법부의 마지막 보수적 성지로 남아 있었다. 물론 진보정당 추천 재판관들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급진적인 무난한 재판관들이 주로 지명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성향 법조인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지명됐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의도는 명확하다. 헌재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유 후보자는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등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법관이다.


유 후보자는 평판사이던 1993년부터 1년 반 동안 헌재 연구관을 했고, 2008년부터 2년간 헌재 연구관들의 총책임자 격인 수석부장 연구관을 했다. 그는 독일 본대학에서 헌법 재판 관련 연수를 했고, 외국 헌법 재판 제도에 대한 논문도 여러 건 냈다. 이 때문에 법원 내에서 헌법 재판 전문가로 꼽힌다. 유 후보자는 2012년 서울북부지방법원장으로 승진해 법원장급이 된 이후부터 여러 차례 헌법재판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유 후보자는 1988년 6월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의 유임에 반대하는 '사법파동' 당시 사법부 수뇌부 개편 촉구성명을 주도한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고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동료 법관들에 비해 정치색이 옅은 까닭에 법원 내에서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 판사는 “유 후보자와 함께 근무하면서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줄 몰랐다”며 “유 후보자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재판을 하는 법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재는 1993년과 2003년 두 차례나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으로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유 후보자의 지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유 후보자는 헌법을 공부하는 법관 모임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는 등 꾸준히 헌법과 헌법재판에 관심을 보여 왔다.


                       ▲ 국회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뜻밖에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유 후보자는 서울행정법원 부장 시절인 2004년 미국 시민권자인 박모씨가 "병무청의 입영 통보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선 "박씨는 미국과 국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고 가족도 국내에 있어 병역 면제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는 2003년엔 서울시와 주민들이 갈등을 벌이던 서울 원지동 납골당 건립 사업 사건을 맡아 "추모공원이 설립돼도 주변 경관은 거의 훼손되지 않는다"며 주민들에게 패소 판결했다.


또 2002년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가 "정부가 파업 도중 노조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한 것은 불법"이라고 낸 소송에서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그 기관의 기능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에 패소 판결했다.


그는 2010년 이 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는 국가와 공무원의 책임은 엄격하게 판단하면서도, 개인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는 판결을 주로 내렸다.


유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했던 2014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를 받자 회사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사직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였던 2003년 12월에는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약칭 한통련)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여권갱신이 거부된 재일교포 도모씨가 낸 행정소송에서 "도씨가 한통련 소속이었을 때는 물론 1998년 탈퇴한 후에도 여권이 발급됐고, 탈퇴 후 2년간 5차례 입국한 적이 있다"며 여권갱신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같은 해 6월에는 회식 후 만취상태로 관내 한 술집에 들어가 여주인에게 추근대던 중 이를 말리는 손님을 폭행하고 도주한 경찰관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누구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할지 예측할 수 없다. 대야 관계를 강대강 정국으로 밀어붙일 경우 유남석 카드가 유력하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임명건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향후 대야관계의 바로미터로까지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문 대통령의 취임 초반 '허니문 시기'까지 무시한 채 꼼수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 청와대가 아직도 감정적 앙금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자존심 대결이자 기싸움 성격이 짙다.


당시 야당은 동의안에 협조해주는 척 하다가 막판에 뒤통수를 쳐 여당과 청와대를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야당이 취임 초반 '허니문 시기'까지 무시한 채 문 대통령에게 물을 먹였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이것으로 문재인 정권 동안 야당과의 '협치'는 물 건너 갔다는 강경파들의 의견도 있었다.


정권 교체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한국 정치 풍토상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보복 논란과 그 후유증이 정권 내내 지속될 정도로 우리의 정치 수준은 '후진적'이다. 정권 초반 여야의 명분 없는 감정대결도 많았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는 바로 그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인 것에는 야당의 치사한 꼼수가 그 1차적 책임이다.


청와대도 바로 이 점에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쯤 그 악순환의 궤는 끊어질까.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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