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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자살 화재...'사람죽은 집' 알려주는 부동산 사이트의 정체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0.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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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일본의 한 흉가.


서울에서도 도심과 접근성이 좋거나 강남은 여전히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 같다. 매매 전세 할 것 없이 1년 새 몇 억씩 오른 곳도 있다. 최근 부동산 매물을 좀 알아보던 중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현저하게 낮은 곳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격이 낮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니 '혹시 그곳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 그렇게 낮게 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좀비 스릴러 추리영화 등을 즐겨보는 지인다운 '추리'였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그런 문제 있는 부동산 정보를 올려주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이다. 살인사건이나 화재로 인해 문제가 생겼던 물건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흉가로 소문난 곳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사이트 주소를 검색해보니 아직도 운영중이다. 그리고 3년전 한국에도 잠깐 소개된 적이 있었다. 사이트 이름은 '오시마 테루'라는 곳이다. 사고 물건 정보 사이트 '오시마 테루'는 지난 2005년 개설됐다.


사이트 내의 사고 물건의 정의는 살인 자살 화재 등의 사건 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물건으로 한정한다. 대상 물건(숙박 시설 포함)의 주소와 방 번호, 원래 입주자, 사인을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 수집의 방법으로는 타살의 경우 신문 등의 매체에서 사건 정보를 수집하고 재판에 참석해 방청하고, 기소한 공소 사실을 바탕으로 주소 등을 파악하고 현지에서 직접 듣고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자살의 경우 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사이트 이용자 등 외부로부터의 정보 제공을 통해 독자적인 취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설립자 오시마 테루는 1978년생으로,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을 중퇴했다고 한다. 가끔 게시 정보로 인해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방에서 사체 유기 사건이 있었다고 '오시마 테루'에 게재된 요코하마시의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게재 내용은 사실 무근으로 명예 훼손'이라며 요코하마 지방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웹 사이트에서 해당 정보 삭제 및 사과 광고 등을 요구한 적도 있었지만,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판결 확정 후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50만엔을 지불할 테니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받았지만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라면 당연히 정정할 수 있지만, 그 이외는 절대 삭제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 사이트는 지난 2014년 10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자세하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오시마 테루'(http://www.oshimaland.co.jp/) 기사는 하루 수백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사이트 주소가 오시마랜드로 돼 있어 일부에서는 '오시마 랜드'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오시마 테루'가 정식 명칭이다.




오시마 테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사이트에 대해 "살인 사건이나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 같은 역사적 사실을 공개해 사고 물건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망 사건이 있는 부동산에 불꽃 모양 표시를 한 데 대해 "(식당 정보를 알려주는) 미슐랭 별 표시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도쿄 등지에서는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른바 '귀신들린' 주택의 경우 정상가의 반값 수준에 임대료가 형성된다. 신규 세입자들이 입주를 꺼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쿄 북부 지역의 한 3층 아파트의 경우 건설노동자가 몸싸움 끝에 술병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우 사건이 발생한 건물은 사이트에서 불꽃표시 3개로 평가되는데 불꽃표시가 많을수록 관심도가 높은 물건이 된다.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래시 중개업체가 계약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그 범위가 이전 거주자의 사망 정보까지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본 도쿄 최고의 고급주택들이 모여있는 덴엔초후.


오시마 테루는 처음에는 자신이 매입 의사가 있는 부동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내부 용도로 부동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건물 자체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는 쉬웠지만, 건물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력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알려주기 꺼렸다.


그는 건물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고 처음에는 자신과 직원들이 신문기사나 주위 업자들 전언, 그리고 직접 발품을 파는 수고로 정보를 얻었다.


이후에는 위키피디아식으로 사람들이 직접 사망사고에 대해 투고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주는 개방형 방식을 채택했다.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정확한 정보를 위해 여기에 정보를 제보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이지만, 지도 밑에 광고를 실어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오시마 테루가 호응을 얻는 이유는 일본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집을 꺼리는 이는 많은 반면 관련 정보는 적기 때문이다. 법에는 건물주가 부동산 물건 및 전 임차인에 대한 중요한 정보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되어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인지는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각지대'를 오시마 테루가 커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망 사고 등을 매수인이나 임차인에게 감춘 건물주는 나중에 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례는 있다. 일본 정부 산하 'UR도시재생기구'는 임대주택 75만채를 관리하는데 이중 일부 세입자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대해서는 월세를 절반으로 깎아줬다.



월세 때문에 일부러 흉가를 찾는 이들도 있다. 작가인 모리 후미노스케는 2011년 돈에 쪼들려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UR도시재생기구가 내놓은 사망사고 발생 이력이 있는 집에 세들어 살았다.


모리가 구했던 집은 요코하마에 있는데, 이전에 살던 50대 남성이 욕실에서 자살을 한 곳이다. 월세는 240달러(약 25만원) 정도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절반에 불과했다고 한다.


모리는 자신은 집이 편안했지만 친구들 중에는 집에 놀러오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모리는 최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사고 물건에 살아봤다>를 펴냈다.


처음에는 일본 도쿄에만 서비스를 하다가 일본 전역으로 확대됐고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영국 런던 같은 세계적 대도시에는 부분적으로 실시하고도 있다. 심지어 이웃인 우리나라에도 일부 표시가 있다. 서울에는 39건, 남부지방에 16건 등이 현재 기록돼 있다. 도쿄는 17900여건이나 기록돼 있고 교토가 9200여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오시마 테루에서는 한국의 일부 지역도 서비스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주요 방문객들은 관심지역에서 월세를 싸게 얻으려는 사람들과 저주받은 집을 피하려는 사람들 양극단으로 나뉜다.


하지만 건물 소유자들로서는 이 사이트에 자신의 건물이 등재될 경우 즉시 큰 폭의 자산가치 타격을 입게 돼 불만이다.


일본 정부내 도심재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도시르네상스국에 따르면 월세를 50% 할인해 내놓은 주택은 75만여 개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물론 과거 거주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


도시르네상스국 담당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등록되는 주택은 신속하게 계약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오시마 테루에게는 고민도 있다고 한다. "하도 많은 사망 사고를 보다 보니, 내 건물도 언젠가는 사망 사고가 있었던 곳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 소유의 건물을 팔아치우고 오시마테루 서비스에만 집중하는게 어떨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인구가 1억3천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국가다. 그러니 가옥도 당연히 우리보다 몇 배는 많다. 이런 사이트가 정보제공 차원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같이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문제있는 부동산이 있다면 동네에 아마도 소문이 금세 퍼질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집의 '과거'가 궁금한 사람들은 '오시마 테루' 사이트를 문득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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