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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강선우와 김경의 ‘해먹을 결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1. 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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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강선우 의원은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강선우 의원 SNS)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정치는 금품 수수의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정치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 그리고 현장을 취재하며 체감했던 분위기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할 때가 많다.

국회의원들의 금품 수수 패턴을 보면 몇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먼저 상상을 초월하는 ‘대범함’이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간 크게’ 남의 돈을 스스럼없이 받는다. 여기서 사실 ‘남’은 남이 아니라 정치 입문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막역한 경우가 많다. ‘받아도 되는’ 돈이라는 상호 간의 묵계와 신뢰가 대가성의 법적 경계를 허무는 배경이 된다.

죄의식을 마비시키는 ‘관행의 대물림’도 넙죽넙죽 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자들에게 촌지를 주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 돈은 주로 의원들이 받은 ‘남의 돈’을 나눠주는 형태에 가까웠다.

초선들이 국회에 들어오게 되면 300명의 의회권력 이너서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배 의원들로부터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처럼 여러 가지 대범하게 해도 될 관행이 전수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다른 의원들의 금품 수수 ‘무사통과’ 노하우가 공유·전파되고 그 수법을 똑같이 써먹으면서 ‘권력 공동체’의 한통속이 돼 간다.

그런데 역시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부패의 수직계열화’다. 대범함과 관행에다 한국 정치 특유의 보스 정치 구조가 결합되면 금품 수수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특히 공천과 관련된)의 일부가 된다. 권력과 금품은 반비례한다. 권력에 가까우면 돈을 받는 총량은 늘어나고 권력과 조금 거리가 있다면 그 콩고물도 줄어든다.

또한 국회에서 보스의 권위와 파워를 곁에서 지켜본 의원들은 그 권력 행사의 행태를 지역구로 내려가 고스란히 반복한다. 중앙 정치에서는 보스에게 살살거리며 줄을 서다가도 지역구로 돌아가면 행정과 민원을 조정하는 대표자가 아니라 ‘황제’처럼 군림한다. 이것 역시 수직 계열화된 권위주의 정치가 낳은 권력 왜곡이다.

실력이나 정책 수립 능력이 아니라 정실과 인맥, 줄 서기가 정치 입문의 기준이 되는 구조는 금품 정치(공천 헌금 등)의 고질병이다. 능력과 공정이 사라진 자리에 충성심 경쟁과 돈줄 베팅이 들어서고 결국 정치는 돈과 권력의 거래 시스템으로 흘러간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1억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은 대범함과 관행의 두 가지 금품수수 요소를 갖췄다. 금품 정치의 시스템 작동 원리를 알고 그것도 이용했다.

또한 미국에서 교수로 지내다 한국에서 급하게 콜을 받고 ‘운 좋게’ 정치에 입문한 그는 공적 의식이 결여됐고, 오만했다. 도덕적 게이트키핑은 무너졌고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본인은 여전히 잘못이 없다고 잡아떼기 바쁘다. 도덕성도 실종됐지만 성찰과 반성도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더 어두운 얼굴은 김경 서울시의원이다. 김경은 선배들로부터 관행을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대범했다. 그리고 금품 정치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돈만 떠안겨주면 움직인다는 진리를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정치를 사업 확장과 로비의 수단으로 접근한 인물이다. 김경은 돈으로 권력을 매입하고 그 권력을 비리와 이권에 재투자하는 전형적인 ‘정치 재테크’의 기질을 이번 사건에서 유감없이 시연해 보였다.

강선우의 해먹을 결심은 천박했고 김경의 해먹을 결심은 악의적이었다. 민주당이 이 금품 정치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지금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해먹을 결심’이 조용히 계산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투데이신문 2026년 1월 23일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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