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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장동혁의 단식과 35mm 세상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1. 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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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월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진은 진실이 아니다. 렌즈가 선택한 ‘해석’일 뿐이다. 똑같은 풍경 앞에서도 어떤 렌즈를 끼우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광활한 개방감을 줄 수도, 숨 막히는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

사진을 좀 찍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광각렌즈가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광각은 넓은 배경을 오롯이 담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주제가 산만해지기 쉽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조율되지 않은 파편들의 집합체만 남아 어정쩡한 사진이 된다. 하지만 넓은 화면 위에 피사체와 배경을 조화롭게 얹을 수만 있다면 멋진 사진이 된다. 조화와 공존이 광각의 상징이다.

반면 ‘망원 렌즈’의 유혹은 달콤하다. 망원은 초심자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줌을 당기면 배경을 뭉개버리고(아웃포커싱) 내가 보고 싶은 피사체 하나만 선명하게 따낼 수 있다. 그래서 초심자도 쉽게 “와, 작품 나왔다”는 자기만족과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제 의식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주변 배경들은 아쉽게도 ‘소거’된다. 고립과 배제가 망원의 상징이다.

뷰파인더를 여의도로 돌려보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과 통일교 특검 등을 요구하며 곡기를 끊고 대여 투쟁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야당은 민심의 분노와 응원을 먹고 산다. 민심이 정권에 화가 났을 때 야당은 그 배출구를 만들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를 넘어서고 있다. 웬만한 국가의 지도자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지지율이다. 하지만 지금 야당 지지율은 대통령의 반의 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다. 민심의 회초리는 야당에 더 가혹한데도 국민의힘의 투쟁 좌표는 엉뚱하게도 ‘이재명 독재 타도’라는 한 점(點)만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당내에서도 ‘뜬금 없다’ ‘명분이 약하다’는 우려와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 장동혁 대표가 민심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망원렌즈가 장착돼 있다. 그에게 쓴소리를 하는 번잡한 배경은 망원의 무자비한 줌에 의해 전부 날아가 버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 피사체(우익 지지층)만 남아 있다. 배경에 중도나 불편한 시선도 골고루 넣어야 화면이 살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진은 찍기 쉽지만 그건 ‘진짜 세상’의 모습은 아니다.

망원렌즈에는 정치인이 경계해야 할 점들이 있다. 망원은 배경, ‘시대의 풍경’을 소거해 버린다. 장동혁의 단식에는 오로지 장동혁과 그의 지지층만 돋보인다. 각도를 더 넓히면 서민들의 민생고도 찍힐 텐데 그 중요한 배경은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처리돼버린다.

망원은 게으른 렌즈이기도 하다. 광각이나 표준 렌즈는 발로 뛰어야 구도가 잡히지만 망원은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세상을 당겨올 수 있다. 장동혁의 단식은 국회에서 진행중이다. 국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수고로움 대신 그는 국회 로텐더홀 의자에 앉아 농성중이다.

망원 사진이 초심자에게 ‘작품’처럼 보이는 착각을 주듯 단식은 장동혁 대표에게 ‘구국의 결단’으로 보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국민들과 합리적인 보수 지지층들은 장동혁의 프레임 밖으로 밀려나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히 장동혁의 단식 사진에는 공감이 결여돼 있다.

35mm는 표준 렌즈로 불린다. 사람의 시야와 가장 닮은 ‘정직한 화각’이기 때문이다. 35mm는 가장 상식적인 렌즈다. 하지만 35mm는 고되다. 줌 기능이 없는 단렌즈이기 때문에 피사체를 더 크게, 더 자세히 담고 싶으면 그것에 다가가는 방법밖에 없다. 망원처럼 렌즈가 피사체를 끌어와 주지 않고 사진사가 ‘발줌’으로 피사체에게 다가가야 한다.

지금 장동혁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망원이 아니라 35mm 렌즈다. 로텐더홀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 ‘임대 문의’가 붙은 썰렁한 상가로,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를 들었다 놓는 마트로, 그 고단한 국민의 삶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 공감의 셔터를 눌러야 한다.

진짜 정치는 ‘단식’이 아니라 ‘발끝’에서 나온다. 굶지 않아도 발품만 팔면 된다. 그곳에 바로 35mm의 세상이 있다.

 

*이 글은 투데이신문 2026년 1월 16일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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