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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윤석열 한동훈 ‘조폭정치’ 대결의 최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10. 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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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간의 참으로 ‘후진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국정의 동반자’라며 시도 때도 없이 떠들고 다니더니,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낯 뜨겁고 유치한 ‘멱살잡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싸움은 민생이나 국정운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동네 시정잡배들의 취중 난투를 연상시킬 만큼 한가한 정치 장난질처럼 비쳐진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 만찬에서 인사말도 시키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시했고 이에 한 대표는 ‘독대 드립’을 시전하며 대통령의 노골적인 ‘왕따’에 대한 뒤끝을 작렬시켰다. 

이렇게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유치한 자존심 싸움이 1차전이었다면 최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행정관실 선임행정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언론에 공격을 사주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것은 그 2차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독대를 요구하며 칭얼거리는 집권여당 대표나 그런 ‘부하’가 밉다고 초대해놓고 보릿자루 취급을 하는 대통령이나 오십보백보다. 여기에 또 난데없는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 대표는 ‘건수 하나 잡았다’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공격 사주 의혹을 둘러싼 당 지도부의 대응을 두고 “아쉽다 못해 한숨만 나온다”며 한 대표를 비판하는 등 당 전체가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지금 한 대표는 ‘쓰레기장’을 뒤적여봤자 ‘오물’밖에 나올 것이 없을 것이고, 국민의힘의 지저분한 정치 공작만 더 부각될 뿐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독대 문전박대’를 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누워서 침뱉기’ 작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김대남 혼자 다 벌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배후가 있을 수 있다며 용산과의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주구장창 요구하다가 당내에서도 ‘진상’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다. 당과 자신의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고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던 의료대란마저도 용산의 견제에 막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터진 김대남 전 행정관의 녹취록 논란은 용산 대통령실의 기강 해이와 김건희 여사 정치 개입 의혹 등으로 파고들어 당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 더욱 공세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불필요한 긴장관계와 갈등 국면을 지속시키자 현재 관가에서는 “공무원들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유치하고 저질스러운 싸움 때문에 당면한 정책 추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권력 넘버 원과 투가 국가 중요 정책을 놓고 대립하고 치열하게 논쟁을 한다면 공무원들도 그 불똥이 튈 가능성에 대비해 바짝 긴장을 하는데 현재 진행중인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싸움은 국가 정책과는 전혀 무관한, 그들만의 낯 뜨거운 권력투쟁이라는 점에서 ‘불난 집’ 구경하기 바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가에서는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대통령의 령이 서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우습게 보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과 여당이 민생 이슈에 대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 ‘독대 전쟁’이나 ‘공격 사주’같은 쓸데없는 논란에만 기를 쓰고 이기려 드니 공무원들의 기강마저 해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싸움’은 조폭 정치의 전형적인 사례다. 조폭들의 의리는 오로지 힘과 권력이 있을 때만 작동한다. 보스의 힘이 떨어지면 부하들은 언제든 새로운 두목을 구하거나 끈 떨어진 보스의 곁을 떠나기 마련이다. 이는 그들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배신과 하극상은 조폭들의 본능이자 생리다. 그들은 보스의 인간성이나 자애로움으로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먹’으로 뭉쳤기 때문에 그 주먹의 강도가 떨어질 때 끈끈하던 ‘형제애’의 점착도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치와 철학으로 똘똘 뭉친 ‘착한 조폭’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권과 권력 앞으로 불나방처럼 모여든 조폭들은 그 빛이 바래질 때 미련 없이 보스의 곁을 떠나거나 배신을 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꾀돌이 홍보맨’ 한동훈을 늘 자신의 오른쪽에 두며 상당히 아꼈다. 그 보스의 총애에 힘입어 ‘일개’ 검사 출신이었던 한동훈 대표는 법무부 장관을 거쳐 집권여당 대표로까지 초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이렇게 끌어주고 당겨주던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지금 어떤가. 한 대표는 자신을 ‘여의도 황태자’로 만들어준 ‘보스’ 윤 대통령의 멱살을 정면으로 잡고 흔들고 있다. 그를 끌어준 ‘형님’의 힘이 떨어질 만하니, 그래서 자신이 그 빈자리를 어떻게 해볼 기회가 엿보이니 의리고 보은이고 뭐고 없다. 전형적인 조폭 세계의 처세술이다. 

 

2020년 2월 13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뒤 첫 지방검찰청을 격려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한동훈 대표가 대권에 눈이 어두웠다고 해도 정치에 입문할 때 윤석열 대통령과 최소한의 보수 가치나 연대의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범하고 낯 두꺼운 ‘하극상의 정치’를 할 수 있었을까. 집권여당 대표대를 형성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범하고 낯 두꺼운 ‘하극상의 정치’를 할 수 있었을까. 집권여당 대표의 최종 목표가 대권이라고 하지만 정권이 사라지면 그 또한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박근혜가 이명박을 밟고 올라섰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최소한의 보수 가치와 철학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운 좋게도 ‘정권 터치’를 할 수 있었다.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충성’을 했던 것은 윤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엄청나게 자애롭게나 인격적으로 훌륭하거나 공직자로서 정직성과 열정을 갖춰서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길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물론 ‘권력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랬기 때문에 둘 사이에 ‘우정’이나 ‘형제애’는 애초부터 틈입할 계제가 아니었다. 

수십년 동안 형과 아우로 지내던 그 밀착의 관계가 불과 1년 사이에 물어 뜯고 밟고 올라야 할 타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조폭의 세계에서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그런 ‘역성혁명’을 이뤄내는 부하가 능력 있는 두목으로 통하는 게 조폭의 세계다. 이성과 타협, 존중과 배려는 조폭들이 힘없는 자들 앞에서 잘난 척 할 때나 써먹는 연극의 대본에 불과할 뿐이다. 

보스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거나 힘이 떨어진다 싶으면 마구 달려들어 물어뜯어 그를 끌어내려야만 밑의 부하들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정글의 법칙’이 먹히는 게 조폭의 세계다. 주먹 센 사람이 보스가 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조폭의 법칙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동훈의 펀치는 윤석열보다 약하기 때문에 호시탐탐 그 강도가 약해지기만을 엿보고 있는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저렇게 집요하게 독대를 요구하는 것은 실제로 뭔가 윤 대통령에게 반드시 전할 메시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이 과거의 선배를 찾아가 비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조용히 물러나라고 요구하는데 선배가 말을 듣지 않자 주변의 부하들을 모두 물린 뒤 ‘독대’를 하는 자리에서 칼을 들이대며 협박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배의 입장을 생각해 부하들을 모두 물린 유오성의 배려심도 눈에 띄지만 단 둘이 있을 때 그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힘과 주먹이라는 것을 영화 ‘친구’는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한동훈은 과연 윤석열과 ‘단 둘’이 만나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짚이는 바가 있지만 노골적으로 쓰지는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 8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입장에서 보면 한낱 변방의 ‘부하’에 불과했던 한동훈이 자신이 만들어준 면류관을 쓰고 왕 행세를 하겠다고 설치는 것이 얼마나 고깝게 보였을까. 윤 대통령 성격에 당장 잘라버리고 싶었겠지만 그의 밑에서 ‘하극상의 처세술’을 배운 한동훈은 보스의 칼날을 요리조리 피하며 약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윤 대통령의 다리 밑으로 기라는 명령을 어기고 아웃복싱을 하며 보스가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독대 논란과 김대남 녹취록 파문도 국민들의 삶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조폭의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주먹 자랑, 힘 자랑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문제는 정권의 넘버 원과 투의 권력투쟁이 조폭들의 힘 자랑으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민생을 더 파탄내고 공무원들은 더 말을 안 들어 기강이 해이해지고, 나아가 사회 전체가 상실감과 박탈감에 빠져 ‘이게 나라인가’라는 말들이 횡행하는 ‘좀비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우두머리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후안무치한 일탈과 권력다툼은 이렇게 대한민국 전체를 병들게 하는 백해무익한 해충일 뿐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며 그 불가예측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최소한의 권력 작동 장치는 시스템과 합의와 타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처럼 권력을 가진 몇몇 사람의 기분과 감정싸움으로 정치가 소모되면 결국엔 국민들이 그 피해를 오롯이 뒤집어써야 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국가운영이 정상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동네 가게도 손님이 떨어지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쓰며 안간힘을 쓰는데 이 윤석열 정권은 지지율이 바닥을 지나 지하로 돌입할 태세인데도 너무도 태연하게 그들만의 아귀다툼에 빠져 있다. ‘내 밑으로 기라’며 힘으로만 누르는 대통령과 ‘너만 해 먹냐, 나도 좀 해먹자’며 덤벼드는 2인자의 무식한 돌격에 정치판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폭은 그래도 힘으로 안 되면 바로 그 밑으로 들어가는 잽싼 처세술이라도 있지만 여의도의 조폭 세계는 그럴 만한 눈치마저 없는 것 같다. 민생을 파탄시키고 국민들의 뇌 건강을 좀먹는 이 지겨운 싸움은 언제쯤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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