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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김건희가 차기 대선 노린다’는 황당한 스토리 막후 본문
오늘은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글 서두에서 스토리의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은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김건희 여사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부터 야권 일각에서 흘러나왔던 시나리오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정국이 하도 기이하고 비상식적으로 흘러가다 보니 그에 편승해서 상상을 자극하는 ‘음모론’도 점점 그 강도가 짙어지는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김건희 여사의 대권출마론은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더 주목해보고자 한다. 김 여사의 대권 출마 자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보다 왜 이번 윤석열 정권에서는 유독 대통령 배우자 근처에서 공인되지 못한 어두운 권력의 그림자가 계속 어른거리는지, 그 ‘실체’의 꼬리라도 따라가 보기 위해 김건희 대권출마론을 접근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정치권의 전언과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듣던 김건희의 대권도전설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퍼뜩 스치고 지나간 결정적 장면은 지난 9월 11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김건희 여사의 마포대교 시찰이 공개되었을 때다. 몇 장의 ‘경찰 대동’ 사진은 충격적이었고 또한 어이가 없었다.
김 여사가 하얀 티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경찰들에게 지시를 하는 듯한 장면은 대통령이 불시에 노넥타이 차림으로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서민치안을 챙기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관제홍보영상을 보는 듯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을 김 여사가 훌륭하게 ‘대리’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려는 듯 정교하게 포장해 공개했다.
사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정국 때부터 자신의 ‘허위 경력 의혹’ 등과 관련해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받아왔다. 또한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집권 후에도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지난 9월 12일 ‘전주’에 대해 유죄 판결)과 명품백 수수 의혹,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대통령보다 더 크게 여론의 주목을 받는 ‘권력형 인물’이 돼 버렸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또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추문은 끊이지 않고 윤석열 정권의 도덕성을 타격하는 아킬레스건이 돼 왔다.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동행하는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도 윤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될 정도로 그의 행보는 초 민감한 사안이 돼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에서 정밀하게 가공한 마포대교 시찰 사진은 시중의 ‘근신과 자중’ 여론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오히려 민심을 도발하는 ‘대 국민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진다. 마포대교 사진은 단순히 대통령 배우자가 자살예방을 강조하기 위해 한강의 다리를 시찰한 것이 아닌, 그의 존재 때문에 화가 끓어오르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에 더 열불이 나도록 기름을 의도적으로 들이 붓는, 다분히 정교하게 기획된 ‘정치적 미장센’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마포대교 시찰 한달여 전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장급 간부(부패방지국장)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권익위 주변에서는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백 수수 의혹 처리 문제로 담당 국장이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증언도 터져 나왔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김 여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연루된 일에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껴야 정상이고, 그렇다면 가급적 공개행보를 자제하며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보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김 여사는 오히려 정반대의 정치 행보를 보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정권 출범 이후 계속 끊임없이 정치적 추문의 소재가 된 것에 대한 ‘결백함’과 ‘억울함’이 묻어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배우자의 행보에 대한 정교하지 못한,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공개 활동은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마포대교 시찰 장면이 공개됐을 때의 부정적 여론 환기와 비난이 뻔히 예상됨에도 대통령실이 마치 박정희 대통령의 과거 초도 순시를 떠올리게 하는 ‘통치자 코스프레’를 공개한 것은 김 여사의 의중과 뜻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 시찰 사진을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김건희 대권도전설이 떠오른다. 최근 일부 야권 유튜버 등을 통해 흘러나온 ‘김건희 대권도전설’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김 여사가 윤석열 정권 내 권력서열 1위라는 이야기는 이미 야권에서 공공연하게 나도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 능력 밖인 정치의 민감한 이슈까지 김 여사가 직접 조언을 하며 ‘수렴청정’을 하고 있고, 실제로 보고라인에도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여사가 ‘어둠의 권력실세’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차기 대선까지 노리고 있다는 게 대권도전설의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배우자였던 힐러리를 벤치마킹하며 차기 대선까지 노리고 있다는 추측도 덧붙여진다. 실제로 힐러리는 남편의 국정운영에 세세하게 관여하며 ‘정치적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했고 민주당 후보로 대선까지 나갔다가 낙선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도 그 정치적 야망이 단순히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라 그 너머를 보고 있다는 게 대권도전설의 요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마포대교 시찰 사진을 한번 대입시켜 보겠다. 김 여사는 지금까지 상식을 뒤엎는 과감하고, 때로는 ‘어이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 야당에서 자중하라는 압박을 그렇게 날리는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정반대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총선 정국에서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는 자신을 단순히 ‘윤석열 배우자’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인’으로 인식케 하는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돌이켜 보면 김건희는 단순히 봉사활동이나 하고 약자들을 껴안아주는 ‘내조형 영부인’이 아니라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집권여당 대표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정치인으로서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했던 것이다. 마포대교 시찰 사진도 그런 일련의 ‘정치인 김건희’를 대중들에게 확인시켜 주는 하나의 정치행위였다.
이에 더해 마포대교 사진은 ‘충격을 충격으로 덮어버리는’ 일종의 마취효과까지 주고 있다. 김 여사가 자중해야 한다는 시중의 여론에 끌려가다 보면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은 수증기처럼 사라지고 끊임없이 야당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영부인 자중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정치인 김건희 프레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것만이 지속적으로 그를 ‘괴롭히는’ 야당과 국민의 비난 공세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라는 것이다.
아마 김건희 여사는 과거 정권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6월 이희호 여사가 ‘옷 로비’ 사건 추문에 휩싸이자 정치적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옷 로비 사건은 당시 모 재벌 사모님이 회장인 남편의 구명을 위해 정권 고위층을 상대로 고급 의상실 옷으로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거론됐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국회 청문회까지 열고도 마무리가 되지 않자 급기야 특검까지 도입해 다시 수사를 벌였지만 결론은 ‘실체 없는 로비’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연사가 거론됐던 ‘옷 로비’ 사건으로 본격적인 통치력 누수의 길에 들어선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김건희의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정권 붕괴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권의 존망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김건희를 방어해내야만 한다. 김 여사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야권의 칼날이 김건희 특검을 통해 김 여사를 사법처리하려는 게 아니라 그 최종 타깃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여사가 도출해 낸 방패막이의 결론이 바로 ‘형사 사건의 정치화’로 보인다. 김 여사 자신에게 얽힌 모든 형사사건 의혹을 정치 이슈로 치환해 해결해보려는 것이다. 김 여사는 이미 대선 전부터 모 인터넷 기자와의 대화 녹취록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김 여사가 역술인들의 조언을 자주 듣는다는 이야기는 대선 전부터 회자돼 왔다. 김 여사의 첫 번째 관심은 오로지 자신의 ‘관재수’(재판 등과 관련해 관청으로부터 재앙을 받을 운수)라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까지 야당이나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의 존재감이나 ‘정치적 잠재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형사사건을 끊임없이 정치화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권력의지도 대단하다. 김 여사 표현대로 “내가 데리고 살지,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먹고 방귀 달고 다니는”(김순덕 동아일보 칼럼 2023.2.2. 김건희 녹취록 일부) 윤석열 대통령을 품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배우자의 온갖 단점들을 감내할 만한 강력한 권력의지가 있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김건희 대권도전설을 일종의 과대망상이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는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정치인 김건희’의 이미지를 ‘주입’시켜 나가고 있다. 김건희 대권도전설은 처음 말도 안 되는 상상에서 어느새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 쪽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결정적 전환점이 바로 마포대교 시찰 사진이다. 그렇다면 김건희 대권도전은 실현 가능할까? 적어도 김 여사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가 밤낮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감옥에 가지 않겠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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