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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자신감 충만’ 이재명의 ‘믿는 구석’ 본문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를 보면 자신감에 그득 충만해 있다는 것이 표정에서도 드러난다. 이르면 오는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의혹 두 재판의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임에도 이 대표는 그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이렇게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뭔가 그가 강하게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다가올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인사를 폭넓게 섭외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일보는 지난 9월 11일 “2027년 대선이 아직 한참 남은 시점이지만 사실상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 구성을 지시하며 본격적인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수권 의지와 능력을 각인시키고, 인재 영입도 선제적으로 추진해 당의 외연을 중도층까지 확장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 ‘새도 캐비닛’ 운운하는 거 보니 김칫국을 너무 일찍 마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실정의 위기감 때문에 선제적으로 정국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더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에는 그를 한때 강하게 비판하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전당대회 ‘정적’이었던 김두관 전 의원 등을 두루 만나며 ‘반대 세력’과의 접점도 넓혀나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최근 “이 대표가 10월 1심 선고를 앞두고도 그리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이 대표는 8.18 전당대회 이후 당과 진보진영 전체를 확실히 틀어쥐게 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 이유를 완전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를 하는 한 사법리스크는 거추장스럽지만 몸속의 ‘바이러스’처럼 같이 살아가야 할 ‘공생의 변수’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치적 지향점을 2027년 대선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때문에 자신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0.73%포인트 차로 아깝게 대권을 놓친 민주당 지지층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그 어떤 이설도 용납지 않는 분위기도 이 대표의 어깨를 더욱 넓혀주고 있다. 이런 점과 함께 사법리스크에 대한 낙관론도 이 대표의 자신감을 충만시키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 후부터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법원 뺑뺑이 돌리기’에도 어느 정도 초연해진 것 같다.
여기에는 사법부가 ‘여의도 대통령’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이 대표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위기도 도사리고 있다. 친명계 좌장 격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심중’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8월 28일 “최악의 경우 유죄가 나오더라도 제1야당의 대표고,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선 후보인데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법부의 ‘법리적’ 대응과 이 대표의 ‘정치적’ 명분이 맞붙는다면 사법부가 극악한 정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족쇄를 ‘한시적으로’ 풀어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다.
특정 재판부가 대선 유력주자의 정치 인생을 완전히 붕괴시킬 정도의 판결을 내리려 한다면 그 또한 자신의 ‘사법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리스크가 있다는 게 민주당과 이 대표의 현실적 판단이자 ‘바람’일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면책’을 받은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8.18 전당대회에서 85.4%라는 민주당 사상 최고 득표율로 당선된 것에 대해 사법부도 여론의 ‘정치적 하중’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도 사법부가 ‘전향적인 판결’을 할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의료대란 등의 사회적 빅이슈에 대해 여당, 대통령실과 담대하게 타협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이 대표로서는 사법리스크 외 국민들이 자신에게 불신과 불안감을 느낄 만한 모든 리스크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정권 교체에 대해 반신반의하지 않고 안정감과 신뢰를 느끼게 하려면 명실상부 ‘여의도 대통령’으로서의 통치력과 결단, 통합의 자세를 먼저 ‘시현’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먼저 요구하는 것은 통큰 정치가 아니다.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야당이 과감하게 협조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어 국민들이 진심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받아들일 정치적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민심이 ‘친 이재명’으로 흘러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세론’과 같은 압도적인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사법부도 민심 부합 요구에 부응해 사법리스크 자체가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민주당의 기대이자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자잘한 이슈에 정략적으로 대응하며 ‘작은 정치’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난전을 유도해 이재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여당과 대통령실의 ‘공작’에 말려 들어가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재명 대세론’으로 가는 길 앞에는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수사 변수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8일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자신감을 한껏 뽐냈다. 그는 “(김정숙) 여사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위원장 김영진 의원)를 설치하고 당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그에게 대권주자의 지위를 ‘용인’받는, 일종의 ‘을’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8.18 전당대회 이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한때 ‘저 좀 예쁘게 봐주세요’ 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구애’를 하던 이 대표는 어느새 ‘이제 내가 지켜줄게요’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는 이재명 대표에게 양날의 칼이다. 사실 이 대표는 ‘문재인 가족 수사’ 전쟁에서 정치적 이득을 챙길 공간이 많지 않다. 이 대표는 하필 10월에 나올 자산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검찰이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윤석열 정권 아래 검찰의 ‘정치인 수사’는 이미 중립성을 잃고 편파적이고 정략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 또한 10월 이 대표의 1심 판결과 맞물려 그 강도와 ‘언론플레이’ 빈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신임 심우정 검찰총장도 자신의 취임 이후 첫 작품을 ‘문재인 잡기’로 내놓을 경우 윤 대통령에게 깍듯하게 ‘보은’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에게 문 전 대통령 가족 사법처리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나 ‘문재인’을 정치적으로 궁지에 내몰고 망신을 주고 괴롭히느냐가 검찰 수사의 핵심일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통령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갔다가 대충 ‘정치적 타협’을 통해 수사 ‘태업’을 하거나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검찰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가족 수사’의 덫에 걸려들기를 더 바라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의 사법리스크 전쟁까지 참전할 경우 윤석열 검찰 정권에 대항해 싸우는 전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군사작전에서 ‘양면 전쟁’(Two-front war)은 총력전의 전열을 흐트러뜨려 전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 때 칼집에서 칼을 빼는 제스처만으로 충분한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당 차원의 ‘문재인 사수팀’을 만들어 총력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문 전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적극 보호하는 시늉만 할 뿐 적극적으로 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문재인 방어에 올인을 할 경우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여론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의회권력’의 내로남불이 전쟁의 주 이슈가 될 경우 이 대표로서도 ‘양곤마’를 타개할 방책이 마땅치 않다. 이 대표로서는 이재명과 문재인의 사법리스크 전선을 분리해 대응하는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이후 얻은 정치적 자신감과 당당한 행보는 상식과 통합이라는 탄탄한 길 위에서만 가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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