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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해군, 30년 만에 소형잠수함 시대 끝내고 중형시대로 도약 본문
(이 글은 2017.9.8 인터넷매체 보안뉴스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우리 해군의 아홉번째 214급 최신예 잠수함인 ‘신돌석함’이 진수됐다. 북한의 핵 도발이 점증하는 가운데 우리 해군은 차근차근 잠수함의 버전을 업그레이드 해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7일 울산 본사에서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배수량 1800t급 잠수함 진수식을 가졌다.
이번에 진수한 잠수함은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에서 항일 의병운동에 앞장선 신돌석 장군(1878~1908)을 기려 ‘신돌석함’으로 명명됐다. 길이 65m, 폭 6.3m인 신돌석함은 40여명의 승조원을 태울 수 있으며, 최대 속력 20노트(약 37km/h), 항속거리 1만여해리(1만9000여㎞)로 부산에서 하와이까지 왕복 운항할 수 있다.
이 잠수함은 공기 없이도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장시간 잠항할 수 있고, 자동화된 동시 표적 추적시스템과 어뢰 유도 및 탐지시스템 등 최신의 전투체계를 갖췄다. 특히, 적의 핵심 시설에 대한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1천km의 국산 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 여기에다 어뢰, 기뢰 등도 탑재돼 대함전과 대잠전에 뛰어난 작전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7년 214급 1번함인 ‘손원일함’을 시작으로 2번함 ‘정지함’, 3번함 ‘안중근함’, 5번함 ‘윤봉길함’ 등 4척의 잠수함을 인도했으며, 7번함 ‘홍범도함’과 마지막 9번함인 ‘신돌석함’을 건조했다. 신돌석함은 마무리 작업과 해상작전 운용시험 등을 거쳐 오는 2018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해군은 신돌석함을 마지막으로 214급 잠수함인 ‘장보고-II 건조사업’을 종료한다. 해군은 209급(장보고급) 잠수함 8척과 상위함인 손원일급 잠수함 9척 등 총 18척을 확보 운용하게 된다. 우리의 잠수함 사업은 대우조선이 1987년 장보고-I 사업의 첫 번째 함정인 ‘장보고함’을 수주한 이후 30년만에 18척의 잠수함을 건조하고 1, 2차 사업을 마친 셈이다.
이제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부터 더 우수한 능력을 갖춘 3000t급의 ‘장보고-III 잠수함’ 계획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장보고-III 사업은 대한민국 해군의 차기 주력 전력 3000톤급 잠수함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으로,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는 물론 핵심장비까지 국산화해 제작된다.ᅠ이 장보고-III 사업이야말로 한국 해군의 전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야심찬 비전인 셈이다. 특히, 이 장보고-III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해군의 오랜 숙원인 원자력잠수함 건조의 직전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질적인 중형 잠수함 개발에 노하우를 쌓아야 그 다음 단계급인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도 도전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것이 2,600톤급의 크기를 가진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건조할 3000t급 장보고-III 사업은 크기로 볼 때는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비견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해군의 차기 중형잠수함은 최대 3500톤급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애초에 수직발사대 12기를 탑재한 상태에서 예정된 배수량이니 4000t급이 될 확률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있어 함체, 무장체계 등 70%의 기술력은 재래식 잠수함과 연관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30% 정도만이 원자로 등에 관련되는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훗날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에 필요한 소나, 무장체계, 음향흡수타일, 전투체계, 함정 설계기술 등은 차기 중형잠수함 개발을 통해 획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중형 잠수함 건조 계획은 원자력 잠수함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건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1조 7천억원 규모의 장보고-III 1차 사업을 수주해 2척의 잠수함을 건조 중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1차 잠수함보다 수중 작전능력·탐지능력·무장 등이 향상된 2차 개발 사업을 수주해 현재 기본설계가 진행 중이다. 특히, 잠수함에 탑재되는 전투체계 및 소나 체계는 물론 연료전지, 추진전동기 등 주요 장비 40여종에 대한 국산화를 위해 국내 여러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209급 장보고함을 주로 건조했고 현대중공업은 그 위급인 214급 손원일함을 건조했다. 그런데 그 윗 단계인 장보고-III 중형 잠수함 사업은 다시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다. 일단 톤수로 보면 장보고-III 잠수함이 그 아랫단계인 손원일함(현대중공업이 주로 건조)에 가까운 체계다. 중형 잠수함은 대형화된 함체나 기타 함형, 하위체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진보한 손원일급에 가깝다. 그래서 현대중공업이 기술적으로 더 축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건조 척수가 더 많고, 현대 중공업보다 더 우수한 잠수함 건조 기술력과 창정비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대우에서 차기 장보고-III 사업을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장보고-III 사업은 아랫단계인 손원일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잠수함이 돼야 한다. 현재 해군이 3000t급의 중형 잠수함을 요구하는 것은 보다 넓은 작전반경과 긴 작전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대양 해군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손원일함보다 거의 두 배 늘어난 톤수를 이용해 더 많은 연료를 탑재하고 승조원 거주 공간을 늘려 승조원의 피로도를 경감시켜 작전 반경과 작전 일수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수직발사기로 잠대지 순항미사일의 발사상의 편의를 늘리면서 어뢰발사관의 잠식을 막아 잠대함·잠대잠 전투능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중형 잠수함의 톤수를 2000~2500t급 정도로 줄여버리면 중형 잠수함의 여러 가지 장점들을 살릴 수 없게 된다.
해군은 1987년 장보고함으로 처음 잠수함 건조 사업을 시작한 이래 30년 동안 ‘소형잠수함’ 시대를 이끌어왔다. 이제 향후 30년은 중형과 원자력 잠수함의 시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이 글은 2017.9.8 인터넷매체 보안뉴스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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