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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윤석열이 ‘우회전 깜빡이’만 켜는 까닭 본문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극우적’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여야 갈등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고 ‘정치의 실종’ 사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누가 봐도 야당과 이전 정부를 지칭하며 쏟아낸 비난으로 들립니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도 극우의 색깔이 선명합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정은 타도’를 주장해 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보란 듯이 낙점했습니다. 남북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통일부에 극우적인 성향의 ‘반통일적’ 인사를 지명한 것입니다.
신임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생체실험’을 언급했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굿판’이라는 표현을 하는 등 김 교수보다 더 극우적 성향의 인물입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로 국회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서도 야권의 반발을 부를 만한 소재만 딱딱 골라서 민주당의 적개심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이번처럼 ‘우경화 행보’를 보인 적은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정국이던 2022년 2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라며 ‘노무현 정신’을 언급, 중도적인 면모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노무현’을 언급하면서 울먹거리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어필하려 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런 ‘파격’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막판 단일화까지 이뤄내 중도 지향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집권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처럼 극단적인 우익성향 행보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들어 갑자기 왜 우 편향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일천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여의도 문법’을 학습하다 보니 철학과 사고가 부족해서 급속도로 극우적인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손바닥 王(왕)자’ 논란 등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이 우익성향의 유튜브를 자주 본다는 의혹 때문에 그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극우 논리에 경도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도성향’의 윤 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뒤 야당의 ‘묻지마 반대’에 신물이 나서 노골적인 극우적 행보를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우익성향이 강했지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중도의 가면을 쓰고 ‘악어의 눈물’ 연기를 한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정국을 뒤흔드는 이슈를 계속 던지며 끊임없이 주도권을 쥐려 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물론 윤 대통령이 대통령제 아래에서 강력한 ‘현직 프리미엄’으로 이슈의 확대 재생산을 자가발전 해낼 수 있는 ‘천부의 권력자’이기는 있기는 합니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윤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력한 ‘우경화 시스널’을 발신하는 것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 행위로 보입니다.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사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대선 정국 때의 중도 확장 전략보다 고정 지지층의 결집과 그 공고화를 유도하는 ‘반쪽짜리 정치’를 해왔습니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히려 하는 등 보수우익층이 환호할 만한 인사와 언행을 연일 거침없이 하는 것은 총선에서 집토끼를 확실히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는 대선과 총선 전략을 분리하는 사고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선은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진영대결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여기에 중도층 30%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에 중도 확장성은 박빙의 선거에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안철수와의 막판 단일화에 따른 0.73%의 승리가 이를 말해줍니다.
하지만 총선은 전국 선거임에도 대선만큼 중도층의 캐스팅보트 ‘결정력’이 확실하게 발현되지 않습니다. 최근의 대선과 지방선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투표 성향이 과거 지역 구도에 기반한 진영대결과 그에 따른 중도층의 중요성보다 민생과 지역 현안 이슈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파편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야당은 ‘반윤석열 정서’로 진보 지지층을 달뜨게 하며 내년 총선 승리를 노리고 있지만 중도층까지 그 ‘세몰이’를 확장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70석을 석권하며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예상은 민주당이 야당의 ‘반권력 정서’에 기반한 전통적인 대여투쟁 방식으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도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결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재명’ 덕분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승리한 대선의 학습효과를 누구보다 자신이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 우회전 깜빡이를 노골적으로 켜고 있는 것도 지난 대선에서 간파한 이재명과 민주당의 취약점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윤 대통령은 167석의 거대 야당이 존재함에도 버젓이 그들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도발할 만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경화 경도’는 대통령 자신의 의도된 총선 전략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불행한 선택’을 초래한 것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김은경 혁신위원장 체제를 내세워 총선을 대비하고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낙연’의 컴백에 따른 전·현직 민주당 대표의 권력투쟁과 당의 분열이 더 자주 언급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김남국 코인 사태 등으로 167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음에도 정국 주도권을 윤 대통령에게 빼앗긴 채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수세적인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등으로 여당이 죽을 쑤고 있음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정치 초짜’ 윤석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극우 성향을 드러내고 민주당 진영을 마음껏 유린해도 야당은 질질 끌려다니기만 합니다. 윤 대통령이 우향우 전략으로 총선에 임하는 것도 한국 정치에 불행한 일이지만, 이렇다 할 전략도 없이 오로지 ‘윤석열’이 차는 ‘똥볼’만 받아 차내려는 민주당의 대응도 한심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 체제가 태극기부대와 ‘협력’하는 듯한 어정쩡한 전략으로 참패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극우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총선이 임박했을 때 중도 확장 전략으로 선회한다면 그 ‘변신’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최근 일련의 우경화 행보는 윤 대통령이 중도 통합정치로 총선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까는 일종의 ‘밑밥’이라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극우적인 행보로 퇴행 정치를 일삼는 윤 대통령의 정략적 발상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극우 인사들이 득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동안 힘겹게 쌓아 올린 최소한의 정치 품격마저 허공으로 사라질 판입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업자’가 되지 말고 진영을 초월한 ‘민생의 지도자’로 남기를 바라봅니다.
(여성경제신문 7월 4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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