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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사법 리스크’에서 사는 길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 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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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습니다. 그동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사분오열돼 당의 정체성마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 정권의 편파적인 탄압 수사에 대해 당 차원에서 맞서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대표가 개인 문제를 당당하게 해결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 대표는 등 떠밀려 검찰 수사를 받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사법 리스크’ 정국에서 이 대표가 몸을 너무 사린 건지 ‘이재명의 특장점’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민선 7기 전반기 2년을 전후해 5개월 연속 70%대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찍었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전국 최초로 경기도형 재난 기본소득 지원 등 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 대처를 해냈다는 평가와 함께 대북 전단 살포와 경기도 계곡 내 불법 시설물 등에 대해 철거 등 신속하고 강력한 조처에 나서면서 체감도 높은 행정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이재명 대표는 ‘한다면 한다’는 특유의 과단성 있는 행보와 강한 추진력으로 민심의 호감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때부터 이재명 지사의 대권 가도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지사의 행정 능력이 대통령의 통치 능력까지 연결되는 ‘점프업’을 한 것의 주요 배경에는 민심의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정치적 통찰력과 ‘제2의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이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특장점은 대선 후보 경선에까지 이어졌고 그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77.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 대표직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떠올리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이끄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것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여론이 47.4%(실제 비리 존재) 대 44.4%(정치보복)로 팽팽한 구도를 보이는 것도 이 대표와 얽힌 의혹 가운데 몇 가지는 실제로 국민들이 ‘유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가 2021년 5월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용소폭포에서 열린 경기도 청정계곡 생활SOC 준공식에서 정비된 계곡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야당 당수가 권력에 의해 사법 처리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사법처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람들이 너무 쉽게 얘기하는데 대한민국 정치사에 제1야당 당수를 구속시킨 전례가 없다. (구속 등 강제수사를 하면) 나라 뒤집어진다. 명백한 100% 증거도 없는데. 그런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우 의원이 지적한 대로 사실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에 의해 ‘날아간’ 경우는 김영삼 신민당 당수가 유일했습니다. 1979년 9월 12일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의원은 뉴욕 타임스지와 인터뷰를 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압력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제어해줄 것” “이를 위해 한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여당인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는 김영삼 총재의 발언을 문제 삼아서 10월 3일 합동조정회의에서 김영삼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징계 사유는 ‘반민족적 사대주의 망동을 했다는 점’ 등의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김영삼은 “영원히 살기 위해 일순간 죽는 길을 택하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자신은 건재하며 반드시 살아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 유명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발언도 이 시기 나온 것입니다.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는 김영삼의 소신과 고집은 결국 13년이 지나 대통령의 꿈을 실현하는 자양분이 되었던 것입니다. 

김영삼 총재에게 가해졌던 ‘유죄’의 올가미는 국민들이 보기에 너무도 비상식적인 폭압이었기에 부마항쟁이 폭발했고 박정희 정권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김영삼 총재를 제명시킨 ‘죄’와 이재명 대표에게 씌워진 혐의와 의혹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6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에 “성남FC를 조사하고 그것이 유일한 혐의라면 절대 구속 사유가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17년 2013년 1월 30일 자 스포츠조선의 ‘경남FC 후원금 줄이어, 넥센-현대위아 5억원 기탁’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자신과 같은 혐의점이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하면서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1979년 10월 국회의원직을 제명당한 뒤 의사당에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게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외에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측근들 뇌물 수수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대 야당 당수 가운데 이처럼 많은 의혹과 혐의를 받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윤석열 검찰 정권의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억울해할 수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부연 안개가 끼어 상황판단을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권력자일수록 공정과 사법정의의 잣대를 더욱 엄격하게 들이대야 한다는 작금의 시대정신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야당 당수가 정권을 견제하고 올바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최대의 책무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혐의점을 명확하게 클리어하는 것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정국 대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특유의 과단성 있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뒤로 숨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당원들은 현재 상황에 안타까움을 많이 토로합니다. 이 대표가 당장 억울함을 느끼겠지만 홀로 ‘사법의 전장’에 나가 맨몸으로 정권과 맞서 싸우는 당당함마저 잃지 않기를 바라는 당원들도 많습니다. 자신을 희생해 당을 살리겠다는 당수를 당원들이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언젠가는 다시 이재명을 소환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재명에게는 당수의 당당함이나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권위를 잃어버린 지도자는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35년 절친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친명계의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마저 “‘사법 리스크’는 당의 문제가 아닌 결국 본인 몫이다. 본인이 자신감 있게 나서고 당은 당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일부 친명계는 정 의원의 말이 ‘금과옥조’가 아니라며 맞서기도 하지만 이 역시 궁색합니다. 현재 이재명 대표의 이너서클에서는 ‘사법 리스크’ 대응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대표가 ‘고독하게’ 결단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 시점과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와 당 대표 연속 출마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급한 불 끄는 데 너무 많이 소진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은 ‘사법 리스크’ 정국을 거치면서 ‘자신의 유죄를 벗어나기 위해 당 전체를 동원해 막으려고 한다’는 ‘비겁한 당수’의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김영삼은 자신을 제명한 박정희 정권의 부당한 폭압을 일단 받아들이고 ‘가택연금’을 당하며 다시 때를 기다렸습니다. 일순간 살기 위해 당을 방패 삼아 뒤에 숨지 않았고 홀로 그 부당함의 짐을 졌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떳떳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 정국에서 살아 나가는 단 하나의 길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함과 떳떳함의 ‘대도’(大道)를 걷는 것입니다. 영원히 살기 위해 일순간 죽는 것을 택했던 김영삼의 길처럼 말입니다. 

 

(여성경제신문 1월 10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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