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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도전’ 칼 뽑은 나경원의 야망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 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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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을 거스르는 최대 복병이 떠오르고 있다. ‘친윤계’는 김기현 의원을 밀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밀어붙이고 있다. ‘원조 윤핵관’으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친윤계’ 출신으로는 김기현 의원이 ‘윤심’이 미는 ‘원톱’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친윤계 모임인 ‘국민공감’ 소속 의원들 중 다수도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의원의 당 대표 등극은 ‘7부 능선’을 넘었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모호한 행보를 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계’의 저지선을 뚫고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전당대회 정국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의원을 거의 2배 차이로 누르고 당 대표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나 전 의원으로서도 이번 전당대회 출마가 상당히 큰 정치적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현재 장관급 정무직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 정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나 전 의원이 짊어진 두 개의 직무 모두 윤석열 정권에서 중요한 어젠다이기 때문에 자신의 야망에 의해 임명 3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건 상당히 큰 정치적 부담이다. 더구나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부위원장 ‘미션’을 뿌리 치고 당 대표 선거에 나갔다가 패배라도 하게 되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거의 없다. ‘윤핵관’들과도 정치적 동지라기보다 경쟁자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에서 나 전 의원의 정치적 역할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3개월 전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비상근이긴 하지만 장관급 정무직에 전격 기용해 ‘윤석열 맨’으로 변모시켰다. 나 전 의원도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이름이 오르내릴 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대권가도를 위해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은 탐나는 자리라 흔쾌히 직을 수락했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요직에 중용된 이유는 ‘친윤계’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주저앉히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이라는 직책을 주며 그 굴레를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이 나왔다. 나 전 의원에게 핵심 어젠다 위원회의 책임 있는 자리를 떠안김으로써 당 대표 경선에 나갈 명분을 희석시킨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이때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 의향이 강했으면 부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하며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별다른 고민 없이 윤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는 곧 장관급 정무직에 대한 책임성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약속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정치적 부담 때문에 나 전 의원은 그동안 계속 당 대표 도전에 대해 모호한 행보를 이어왔다. 이와 함께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는 말을 흘리며 ‘윤심’의 정확한 지점이 어디인지 가늠해보려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2번이나 만난 사실이 알려지고 ‘윤심은 김기현’이라는 게 기정사실화 되면서 더욱 고민에 빠졌다. ‘윤심’은 김기현 의원에게 있고 나 전 의원에게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주며 당 대표 출마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거스르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6일 사실상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나 전 의원은 6일 KBC ‘여의도 초대석’에 출연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면서 “대통령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당 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확정하게 되면 ‘친윤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이 ‘당심’ 당 대표 선호도에서 독보적 1위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를 연상케 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은 서청원 의원이었고 같은 친박계이긴 했지만 김무성 의원은 ‘박심’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일종의 ‘비박’이었다. 결과는 김무성 의원이 서청원 의원을 제치고 당 대표에 올랐다.

당시 박 대통령이 서청원 의원을 지금의 ‘윤심’처럼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콕 찍어 지지하지 않고 비교적 중립 스탠스를 취했기 때문에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 때 당 대표 직인 날인 거부사태(옥새 파동)를 벌이는 등 ‘친박’ 주류들과 극심한 권력 갈등을 노정했고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르는 ‘나비효과’가 되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옥쇄 파동'으로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었다.



이런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투쟁과 그 ‘폭망’의 후유증을 똑똑히 지켜본 ‘친윤계’로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절대 당 대표를 ‘비주류’ 나경원 전 의원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투쟁의식으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윤심이 개입한다’는 비판이 있더라도 아예 공개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후보를 지원해 ‘윤심’을 업은 후보를 확실히 당선시켜 ‘제 2의 이준석 사태’나 ‘김무성 옥새 파동’ 같은 불상사를 다시는 겪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으면서 ‘친윤계’는 비상이 걸렸다. 사실 ‘친윤계’는 이번 3.8 전당대회에서 총선을 준비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확실히 백업해줄 ‘실무형 대표 체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경원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친윤계’와 공천권 경쟁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대권구도도 나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친윤계’는 일찍이 나경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돌리며’ 당 대표 선거의 사전 정지작업을 했으나 그들의 기대대로 전당대회가 굴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친윤계는 권성동 의원마저 주저앉히고 ‘김기현 꽃길’ 단장을 거의 마쳤지만 마지막으로 ‘나경원 걸림돌’을 만난 셈이다. ‘친윤계’와 동병상련인 권성동 의원과 달리 나 전 의원은 ‘포스트 윤석열’ 주자라는 점에서 자신의 독자적 대권행보를 갈 수밖에 없다. ‘친윤계’가 주저앉히고 싶어도 뜻대로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도박’을 할지가 최대 변수”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책임 있게 수행해 그것을 발판으로 대권으로 가는 로드맵이 임명권자의 뜻을 받아들인 명분에 더 맞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그 일생일대의 호기를 놓친다면 ‘다음’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단 나 전 의원은 후자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의 일방독주를 막는 건강한 견제세력의 대표로 자리매김해 차기 대권에 도전해보겠다는 나름대로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의 대표 도전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친윤계’의 ‘나경원 주저앉히기’가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 전 의원의 ‘대출탕감’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그 발표를 부인하고 나선 것을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 ‘확정’에 대한 압박으로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나경원 대표 체제’는 조기에 당 권력구도를 대권경쟁 속으로 몰아넣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용산의 ‘윤석열’보다 여의도의 ‘차기 나경원’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김기현 의원이 ‘임명’되면 윤 대통령의 충실한 ‘비서’가 돼 여권의 태양도 ‘윤석열’ 단 하나로 빛나게 된다. 이제 나경원 전 의원의 4선 관록과 정치적 맷집이 ‘친윤계’의 당 대표 저지 허들을 어떻게 넘으며 결승선을 통과할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1월 6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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