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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에서 ‘제명’된 차명진 “나는 지금 행복… 자유민주주의 가로 막는 우상 하나 무너뜨렸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4. 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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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5 총선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슈 하나를 꼽으라면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이다. 한 주제를 두고 막말을 한 장본인과 여론의 간극이 이리도 클 줄은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차 후보는 아직도 자신이 우리 사회가 세월호라는 커다란 우상에 가로막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그가 자유민주주의를 가록막는 우상을 깨는 수호자로 인식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입신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한다. 세월호를 누가 더 정략적으로 이용하는지, 이번 막말 파문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차 후보는 여론에 의해 희생된 열사쯤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후보직에서 제명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당의 일방적 결정에 취소가처분 신청까지 내고 투사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는 14일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내게 용어 문제를 시비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따진 적이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며 “내 모든 걸 던져서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가로 막는 거대한 우상 하나를 무너뜨리는 데 한몫 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차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가 막말을 했다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묻는다”면서 “그 사건에서 더러운 악취가 나는 거지, 그 말에서 더러운 악취가 나는가?”라고 질문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막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세월호 텐트에서의 ‘○○○’이란 표현을 두고 “이 용어가 애들 교육상 안 좋다고 그 사건을 덮어야 하느냐”며 “치욕적인 식민역사를 잊자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차 후보는 자신의 막말을 비판한 이들을 향해 “당신들의 검은 양심과 비겁함 때문에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가 침묵과 굴종, 패배의 검은 역사 속으로 묻혀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지난 13일 막말 논란으로 제명당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경기 부천시 괴안동 선거사무소에서 한 캠프 관계자가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차 후보는 사설에서 자신의 막말 논란에 ‘사실 여부를 떠나 고위공직 후보자로서 용납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한 조선일보에 대한 불만도 늘어놨다. 그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며 “이분들(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 처음엔 세월호 텐트 사건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무슨 핵폭탄 뇌관을 건드리는 것처럼 경기를 일으키더니 이제 많이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차 후보는 “○○○이라는 말꼬리를 트집잡는 수준으로 완화했다”며 “일단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나는 묻는다”며 “그 사건을 ○○○이라 부르는 것보다 더 점잖은 표현이 있으면 내놓아 보라, 진심이다”라고 요구했다.

차 후보는 이날 글에서 “내 명예, 지위, 물리적 삶, 이 모든 걸 초개 같이 던져서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가로 막는 거대한 우상 하나를 무너뜨리는데 한 몫 했다”며 “이 어찌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내게 가해지는 이 돌팔매질이 곧 축복임을 안다”며 “오 주여! 감사합니다, 이 엄숙하고 성스러운 사명을 못나고 못난 저에게 내려주시다니!”라고 글을 끝맺었다.

 

미래통합당에서 제명된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왼쪽 첫번째)가 지난 6일 OBS 주최 후보자 토론회 녹화 때 상대 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차 후보는 지난 8일 방송된 OBS의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이라며 “2018년 5월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는 발언을 해 막말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이후 유세현장에서도 “세월호 텐트의 진실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막말을 이어갔다. 통합당은 애초 그에게 탈당권유 징계를 내렸으나 막말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전날 그를 제명했다. 이에 그는 강력히 반발하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차 후보가 제명되면서 사전투표 때 그가 얻은 표는 모두 무효 처리 됐다.

일부 통합당 지지자는 당의 차 후보 제명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당 홈페이지 등에는 “유권자들이 차명진에게 투표할 권리는 빼앗지 말아달라”거나 “중도파가 차명진 자른다고 오겠느냐”는 지적부터 “간첩 김종인(총괄선대위원장)은 사퇴하라”, “황교안(대표)부터 사퇴해라”, “지금부터 통합당 낙선운동을 하자”는 등 당 지도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운동 마감도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차명진 후보가 막판에 세월호와 관련한 입에 담지도 못할 상스러운 언어만 쓰지 않았더라도 이번 선거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른다. 그는 자신을 열사나 투사쯤으로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하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절치부심하던, 바로 자신이 속한 당을 향해 최악의 폭탄을 던진 꼴이 됐다. 그가 경위야 어찌 됐든 여론이 불편해할 상스런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났으면 이번 선거는 그래도 조금 더 품격있는 국민들의 정치 잔치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차 후보의 막말은 한국 정치에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지리멸렬하는 보수정당의 흔들림도 안쓰럽지만, 세월호를 둘러싼 음습한 소문을 마치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는 것처럼 호도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공식 선거전에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쏟아부으며 표심을 자극하려 했던 한 정치인의 빗나간 행태를 보며 국민들은 적잖이 실망을 했을 것이다. 

 

차명진의 막말은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데 너무도 큰 역할을 했고 국민들을 낙감케 했다. 선량(良)을 뽑는 것이 선거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선거는 이제 악을 가려내거나 차악을 선택하는 행위가 돼버렸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세월호 막말'을 막아내는 것은, 그래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표로 나타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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