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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출마 강행 안철수, '문재인 대선패배 뒤 복귀 모델' 따르고 있나? 본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당대표 출마를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9일 대선 패배 이후 석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다. 안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의당이 몹시 어렵다.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한다. 원내 제 3정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과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안 전 대표의 출마 강행은 당은 '난리'가 났다. 당내 의원 12명이 성명을 내고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며 결정 재고를 요구했다. 성명에는 조배숙, 주승용, 유성엽, 장병완, 황주홍, 김종회, 박주현, 박준영, 이상돈, 이찬열, 장정숙, 정인화 의원 등 12명이 참여했다. 호남지역 의원이 8명, 수도권 지역 의원이 1명, 비례대표 의원이 3명 등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당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도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희생은 지도자의 숙명"이라며 "안 전 대표가 국민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 불과 보름 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보조작 사건에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것으로 대선 패배 책임이 덮어지고 정치 복귀 명분이 생기지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책임정치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선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의 여파로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라며 "중대한 전환점에서 뼈를 깎는 각오로 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는 대선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투에 패배했어도 패인을 찾아 혁신한 나라들은 번성했지만, 혁신의 시기를 놓친 나라는 패망했다"며 "대선 패배나 증거조작 사건에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분들은 책임지고 자숙을 하며 자유로운 사람에게 당의 일신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당내 대선평가위원회와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성급하고 초조한 마음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숱한 정치인들의 전철을 안 전 대표가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재고를 충정으로 조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3일 안철수 전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 결정과 관련, “이런 결정이 과연 당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다시 돌이켜봐야 한다”고 만류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기가 좋지 않으며 △명분이 없고 △방향도 없다’고 지적하며 안 전 대표를 향해 “진심의 정치를 원한다면 조급해 하지말고,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 옛날 공자와 노자, 한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스림을 으뜸’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 전략으로 기능할 때가 있다”며 “손을 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국민의당’에 대한 신뢰는 불신으로 변질됐다”며 “당대표가 아니더라도 안철수는 대권후보다. 드러나지 않은 패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권에 도전하면 피로감만 쌓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 전 후보는 제보조작 사건 사과 발표문에서 다당제를 강조했다. 국민의당의 존재이유”라며 “새로 선출된 당대표는 다당제의 가치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자리를 제대로 잡는데 주력해야 한다. 안철수 사당이 아닌 시스템을 갖춘 공당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이 신생정당으로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다. (대선) 패배는 뼈아프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제보조작이라는 사건에 도덕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심의 정치를 원한다면 조급해 하지말고,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며 “안 전 후보는 새로운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민의당이 추진하는 개혁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통령 후보 자리도 양보했던 통 큰 정치인이 아닌가”라며 “언젠가 지금의 위기를 웃으며 추억할 수 있도록, 안 전대표에게 또 다른 큰 역할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칩거하던 기존의 대선 패배 후보들과는 달리 빠르게 정계에 복귀하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을 기점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도 자주 밝히며 대선 재도전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현재 안철수 전 대표는 당 안팎으로부터 '너무 이르고 책임지는 자세가 없다'며 전당대회 출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해 있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 안철수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역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안 전 대표가 여기서 어정쩡하게 물러나 '잠행'으로 빠질 경우 재기의 시기가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애매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국민의당이 '제 2의 안철수'를 내세워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안철수는 순식간에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 수 있다. 본인이 오너십을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친노세력같은 확실한 원군이 없다. 이런 당의 현실적 상황이 안 전 대표를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가는 길로 등을 떠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버스'를 놓치게 되면 언제 또 대선으로 가는 버스가 올지 알 수 없다. 일단 무조건 타야 한다.
두번째는 안 전 대표가 대선 패배 뒤 정계복귀이 수순을 '문재인 모델'로 잡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거의 100만표 차이로 크게 패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당 안팎에서 현재의 안철수처럼 집중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친노 계파주의에 매몰돼 다 이긴 선거를 놓쳤다는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문 대통령에게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당시 문 후보는 침묵했고, 잠행했다. 하지만 대선 패배 뒤 거의 5개월 만에 정치판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동면 상태에 들어갔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는 게 당시의 보도 내용이었다. 문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착실히 준비해서 다함께 또 힘을 모아서, 5년 후에는 반드시 이루자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사실상 차기 대선 재수 선언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201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정치적 재기를 알렸다.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입장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5ㆍ18 기념식 참석을 높게 평가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폭행은 비난했다. 한 언론사 창간 축사를 통해선 정치적 라이벌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당시도 현재의 안 전 대표 복귀처럼 문 의원의 정치적 기지개를 역대 대선 패배자들과 비교하며 "너무 빠르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현재와 다른 점은 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노세력들이 침묵하며 묵시적 동의를 해주었다는 점이다. 당시 민주당 친노세력들은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민주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문 의원을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상황론을 들이대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리고 2014년 전당대회 당권쟁취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돌이켜보면 '문재인의 정계복귀 모델'은 역대 어느 대통령들보다 성공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문 의원이 주춤거렸다면 당은 안철수 중심으로 가거나 안희정 등의 세대교체론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재의 안철수는? 안 전 대표측은 당연히 2013년 문재인의 정계복귀 수순을 눈여겨 보았을 것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그 여세를 다음해 전당대회 당권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다. 안 전 대표도 여기서 머뭇거릴 경우 차차기를 다른 주자에게 내줘야 하는 절박감이 있다. 지금 비난을 좀 받더라도 다시 당권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재수'의 길이 보인다. 여기서 주춤하면 바로 벼랑끝이다. 하지만 문재인 모델과 다른 점은 바로 친노세력같은, 온갖 비난을 '몸빵'해줄 측근세력이 없거나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안 전 대표가 원용하려는 문재인 모델과 안철수 전 대표의 상황적 차이점이다.
이제 안철수는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한번 올인을 한 셈이다. 당권을 쟁취하고 지방선거에서 '선전'한다면 다시 한번 '재수학원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동영 천정배 등이 아무런 저항 없이 안철수의 대권 재수행을 순순히 내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탈당도 불사할 태도다. 이미 국민의당은 대권 내전속으로 빨려들어간 셈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복귀 모델을 다시 연구해야 한다.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결행했지만, 그 사전 정지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 안팎의 비난보다는 국민 여론이 그의 편에 서 있지 않다. 대부분의 국민들이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좀 뒤에 물러나 반성하고 내공을 쌓은 다음에 복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안철수만이 이 흐름을 거슬러 역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류의 끝은 물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리는 최악의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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