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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공관위원장 사퇴"···강남병 김미균 '친문 논란' 책임지고 동반 퇴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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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공관위원장 사퇴"···강남병 김미균 '친문 논란' 책임지고 동반 퇴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1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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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이 13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충격적이다. 김 위원장은 4·15총선에서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한 김미균(34) 시지온 대표에 대한 공천도 철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 추천지역으로 정해졌던 김미균 후보에 대해 추천을 철회한다. 또한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저는 오늘부로 위원장 자리를 사직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공천위는 전날인 12일 김 대표를 강남병에 전략 공천했다. 공천위는 김 대표를 한국 최초 IT소셜 벤처 창업인재라 소개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과거 SNS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 정체성이 당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결국 김미균 대표 때문에 사단이 났다. 

 

신보라 의원은 이에 대해 "당의 역량이 검증된 인재들은 추풍낙엽이더니, 이제는 정치적 신념도 검증안된 청년후보가 강남벨트에 공천된다"며 "놀랍고 황망하다"고 반발했다. 서울 강남병 일부 당원들도 이날 오전 김형오 공천위원장 자택 앞으로 가 김씨 공천 철회를 촉구하며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와 관련,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소셜미디어 때문에 제가 하루 아침에 '문빠'가 돼 있더라.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결국 공천을 철회했다.

김 위원장은 표면적으로는 김미균 대표 공천 철회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사퇴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대신 “공관위원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 제가 공관위원 한분한분 매우 훌륭한 인품 능력 갖추셨으나 이분들 뜻 다 받들지 못하고 거둬들이지 못했다”고 “떄로는 판단의 실수도 있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적 성향 논란으로 김 대표의 전략공천을 철회한데 대해선 “공관위는 좋은 인재 발굴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공권위 공천이) 유권자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최종적 판단과 책임은 공관위원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미균 후보는 앞길이 창창한 원석같은 인재다. 영입을 했는데 부득이 철회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간적인 도의 아니라는 생각에 사직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적극 천거했던 김미균 대표의 공천 철회를 하면서 자신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서울 강남병에 전략 공천했던 김미균 시지온 대표. 


또 사천 논란에 대해서는 “어렵게 힘겹게 영입하면 사천이라고 하고, 옛날 사람이나 경력있는 분 추천하면 ‘돌려막기냐, 구태냐’ 이런 식”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천 논란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일”이라며 “저를 비롯해 모두가 이 부분 있어서 하늘 우러러 부끄럼 없는 떳떴하고 당당히 임했다. 아무리 공관위가 잘해도 진심으로 오지 않으려 하는 분들에게는 설명해드릴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저의 사직으로 인해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의 중심 가치를 잘 굳혀나가기를, 더 단합하고 국민에게 정성을 더 많이 드려서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커 나가길 바라는 바”라고 당부했다.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공천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맡은 일을 꿋꿋이 하며 개혁과 쇄신이라는 첫 마음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모든 화살은 나한테 쏟아라. 내가 화살받이가 되겠다"며 끝까지 공천위원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사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김형오 위원장을 공천 사령탑에 앉힐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돼 왔다. 김 위원장이 정치를 떠난 지 오래됐고 황 대표와의 인연도 별로 없었다. 황 대표로서도 정치인맥 네트워크가 일천해 주변에서 추천해주는 인물을 다급하게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합'을 맞출 시간도 절대 부족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권한을 받는 날 '황 대표가 전권을 일임했다'고 못을 박으면서 오늘의 사태를 예견케했다. 황 대표로서는 당황해할 수밖에 없는 공개 못질이었지만 황 대표는 그냥 넘어갔고 공천 심사 내내 일체 관여하지 않다가 막판에 드디어 개입을 하게 됐다. 김종인 전 대표가 강남을 태영호씨 공천 철회 등의 주장이 먹히지 않자 사퇴의사를 밝히며 사태를 급박하게 돌아갔다. 결국 황 대표는 선거를 총지휘해야 하는 김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김 전 대표도 '걸림돌'이었던 김형오 위원장이 물러남에 따라 편하게 당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황 대표는 김 위원장을 다시 데려와 공천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벌써부터 여론은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공천이 100점 만점은 아니었지만, 역대 정권 보스들이 리스트를 만들어 전횡을 일삼던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했던 측면이 있다. 삼고초려해서 김 위원장을 다시 데려와 공천을 잘 끝내는 것이 총선을 위해서도 낫다. 

 

한편 김 위원장으로서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의 공천 결과가 다시 뒤집어지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면 모르지만, 전체적인 틀이 유지된다면 김형오의 개혁 공천은 성공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적진에 장수가 뛰어들어 적들을 다 쳐내고 깨끗하게 물러나는 모습 같다"라는 말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탄핵 후유증으로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탄반파'와  '탄찬파' 모두 기계적으로라도 정리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황 대표로서도 총선 뒤 당 체질개선의 부담을 훨씬 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한 김형오 위원장이 예상외로 일찍,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한 것도 황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여론이 김형오 위원장의 공천에 대체로 호의적이었고 단지 당내 분란만 계속 됐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명분을 쥐고 공천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 대표의 압박에 의해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면서 그에 대한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정치부 기자 출신인 김 위원장은 여론에 민감하고, 들고 나갈 때의 타이밍을 읽는 센스가 예리하다. 그의 물러남에 비난보다는 동정이 나오는 것만 해도 그의 타이밍은 성공이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공천 종결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천논란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해온 공천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끝까지 자리에 연연하며 황 대표측과 싸울 경우, 모든 공천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가 바로 물러남으로써 전체 공천을 재심사하자는 명분은 약해졌다. 

 

지금까지는 '김형오의 시간'이었다. 일부 사천 논란으로 김 위원장은 물러났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적어도 보스가 개입해 자기사람 심기 논란은 거의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미래통합당의 공천은 절반의 성공이다. 나머지 절반은 전쟁중에 있는 장수, 김형오가 아름답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황교안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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