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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위성정당 불가피론 "비례민주당 만들자" 아이디어 봇물… 이인영 "의병 나오는걸 어쩌겠나" 본문

결국 더불어민주당도 위성 정당 창당으로 마음을 굳힌 것일까. 최근 며칠 사이 장외에서 윤건영 의원과 손혜원 의원(무소속) 등이 필요성 차원에서 '비례민주당' 창당 주장을 하던 것이 이제는 점차 민주당 내부로 그 논의점이 이동되고 있다. 여차 하면 비례민주당을 만들어 '미래한국당'과 경쟁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처럼 대놓고 창당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윤건영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먼저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바깥에서 깃발을 조용히 들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 정당' 창당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례민주당' 창당 주장에 대해 "(우리는) 만들 수 없다"면서도 "의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10일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시 이 대표는 "('비례자유한국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고 결국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워딩은 '민주당은 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미래통합당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볼 때 민주당은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뉘앙스였다. 그 뒤 이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주체가 되어 우리가) 만들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의병론'을 내세워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내가 직접은 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장외 우군들이 만드는 것까지 간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 설립은 자유라는 원칙론을 내세운다면 못할 것도 없어보인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가 이렇게라도 어찌보면 '비굴하게' 비례민주당 창당을 '불감청고소원'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현실적인 현찰 표가 너무도 아쉽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미묘한 기류 변화는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적지 않은 의석을 차지하면 민주당이 원내 1당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여론조사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비례대표 정당투표 시 민주당과 미래한국당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33%, 25%로 조사됐다.
개편된 선거제도에 지지율 등을 적용하면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30석) 의석 중 한 석도 가져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서도 한마디로 재앙 수준의 의석분포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지역구 후보가 없는 미래한국당은 최대 20석까지 챙겨갈 수 있다. 17석의 일반 비례대표(병립형)를 고려해도 민주당으로선 원내 1당이 어려운 구조다. 당내에서 "원내1당도 놓치고 국회의장도 배출 못 하면 남은 정권 2년 동안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무리 선거법 개정을 했던 원칙이 있더라도 정당의 존립 근거가 의석수 확보인데 그것마저 내팽겨칠 수 있느냐는 현실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당 주변에선 위성 정당 창당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친문계가 주로 주도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 의석을 싹쓸이하도록 놔둘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한국당에 이어 여권의 비례대표 전문 정당까지 만들어질 경우 4·15 총선은 사실상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민주당 등 '4+1 협의체'가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강행한 선거법 개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실론이 고개를 더욱 드는 모양새다. 한 민주당 친문 의원은 "사표 방지를 위해 선거제를 개혁했는데 '꼼수 정당'(미래한국당)이 비례 의석 다수를 차지하는 왜곡된 결과가 나올 상황에 처했다"며 "'4+1 협의체'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단독으로 위성 정당을 만드는 건 선거제 개혁 취지에 위배돼 불가능하더라도 정의당 등 다른 정당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대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1'에 참여한 정당들이 연합해 새로운 비례 전문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친문 의원도 "정당은 '도덕경'을 강의하는 집단이 아니다"라며 "총선에서 1당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인데 눈 뜨고 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선거제 무력화 원인 제공은 미래통합당인데 민주당도 '미래민주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 수 증가가 예상되는 정의당은 반발하고 있다.
사실 여권에서 '비례민주당'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작년 말 개정 선거법 통과 시부터 있었다. 주로 친문계가 이를 주장했다. 권칠승 의원은 작년 12월 1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우리도 비례한국당에 맞서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되지,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 위성 정당은 '꼼수 중의 꼼수', 한국 정치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검토 자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 구로을에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비례 정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당내 기류가 흔들리고 있다. 윤 전 실장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비례 정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일엔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유튜브에서 "민주당 위성 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의원 구상처럼 민주당 묵인하에 친문 핵심 지지층으로 구성된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 친문 네티즌들은 이날도 온라인상에 "지금은 눈치 볼 때가 아니다" "꼼수란 말을 들어도 만들어야 한다" "야당이 탄핵을 주장하는데 기회를 놓치면 문재인 대통령이 위험해진다"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서 문 대통령 탄핵 추진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이런저런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에서는 위성 정당 설립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유권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용인해 주자는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의 광신적 문빠 집단, 팬덤 정치가 가진 위험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도 "윤 전 실장과 손 의원 개인의 의견일 뿐 지도부와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위성 정당 창당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류는 이미 비례민주당 창당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먼저 친문 지지층의 논리와 명분이 점차 당내로 침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공공연하게 총선 뒤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다니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결집용 주장이긴 하지만,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할 경우 문 대통령도 위험해진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라는 친문 지지층의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친문을 '의병'으로 지칭하며 그들이 하는 것까지 말릴 수는 없다고 과감하게 비례민주당을 받아들이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친문이 열어준 장외의 공간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친문 일부 세력의 문자폭탄 등 그들에게 찍힌 인사들에 대한 테러수준의 맹폭격을 '자제를 당부하지만 우리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논리로 방치해온 게 사실이다. 오히려 장외에서 친문 지지층의 맹폭이 민주당 지도부의 운신 폭을 더 넒게 해주는 측면도 있었다. 바깥에서 나오는 과격한 주장을 은근히 등에 업은 채 표정관리를 하며 적당한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비례민주당 창당 논란도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선거 막판 일사천리로 창당이 진행될 수 있다. 당내는 물론 친문 지지층도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이미 마련하고 물밑 여론전을 시작했다. 그 첫 발을 윤건영 전 상황실장이 '모른 척' 뗀 것일 수도 있다.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대선 등을 뛰어본 경험이 있다. 누구보다도 장외의 친문 핵심 지지층과의 소통에 밝고 그들의 기류를 잘 읽는 편이다. 사실 윤건영 전 실장이 비례민주당 창당을 원칙론으로 주장한 것이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서 그가 던져본 '가능성'이 오히려 친문 지지층에게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되었다. '이것이 문 대통령의 뜻이다'라는 걸 지지층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결집을 호소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 비례민주당 창당은 시간 문제일 뿐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 명분의 핵심에는 '문재인 지키기'가 있다. 야당의 부당한 탄핵에 맞서 우리도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모든 동원 가능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목적(대통령 탄핵 저지)을 위해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마키아 밸리 식의 정치 전략이다.
하지만 친문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의석수가 아쉽다 하더라도 1년여의 처절한 싸움 끝에 만든 '개혁 선거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자기부정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과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여론의 엄청난 저항에도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친문핵심 지지층 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소극적이고 중도성향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저버릴 수 있다.
그것이 과연 '문재인 정치'인지 자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치의 핵심은 촛불이었고 그것의 정수는 도덕성과 공정, 정의였다. 의석 수가 아쉽다고 해서 그 난관을 뚫고 만든 개혁법안을 스스로 발로 차버릴 경우 문재인의 정의도 같이 부정하는 셈이 된다. 어찌보면 대놓고 하는 미래통합당보다 교묘하게 뒤에서 조종해서 사익을 챙기는 민주당이 더 얄밉게 보인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 내부에서도 위성정당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의 존립근거마저 흔들릴 수 있는 창당 도박을 과연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상존한다. 대의명분이냐 실리냐, 민주당 지도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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