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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심재철 반부패부장 앞에서 소리친 검사들 "누가 조국이 무혐의래!"...추미애 "개탄스럽다" 본문

법무부와 검찰의 인사논란을 두고 일어난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한 장례식장에서 검찰 간부들끼리 술을 먹고 고성을 지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8일 밤 9시 30분 장인상을 당한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윤 총장과 함께 빈소에 들어선 사람은 박찬호 제주지검장이었다. 박 지검장은 직전까지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지내다가 지난 8일 검찰 '대학살' 인사로 좌천됐다.
윤 총장은 조문 뒤 접객실로 들어가 현 대검 간부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구본선 대검 차장, 심재철 반부패부장, 김관정 형사부장,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등이 앉은 테이블이었다. 모두 이번 인사에서 추미애 장관이 배치한 윤 총장의 '새 대검 참모'들이다.
윤 총장은 이후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검사들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엔 신자용·신봉수·송경호 서울중앙지검 1~3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허정 반부패수사3부장이 있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조국 일가 비리 수사 등을 지휘했던 검사들이다.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했던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도 있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1시간가량 머물렀다. 서로의 근무 인연이나 같이 근무했던 검사들의 근황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윤 총장은 "재판은 나중의 일이다. 검사는 검사가 할 일을 하면 된다"는 말도 했다.
잠시 뒤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이 이 테이블에 합석하려고 다가왔다. 상급자가 오면 하급자가 자리를 비켜주고 옆자리로 옮기는 게 검찰이건 일반 직장이건 통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윤 총장 양옆에 앉은 송경호 차장과 허정 부장 등은 움직이지 않았다. 심 부장은 지난 16일 윤 총장 주재로 대검에서 열린 반부패부 회의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핵심인 조국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의견을 제시한 인물이다. 결국 윤 총장과 한두 자리 떨어져 앉은 심 부장은 좌중에서 오가는 말을 주로 듣기만 했고 대화에 끼진 않았다.
술이 몇 잔 더 돌았을 때 '조국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송 차장은 심 부장에게 "저희는 사선을 넘나들면서 수사했다. 방향성을 두고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이 애당초 조국 기소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조 전 장관을 탈탈 털었다'는 여권의 주장을 심 부장에게 반박한 것이다. 심 부장이 정권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밤 11시 45분쯤 접객실에서 갑자기 고함이 터져 나왔다. "누가 그래? 누가 조국이 무혐의래?" 이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한 대검 간부의 고함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다른 검사가 이 말을 받아 "심재철 부장이 그런다"고 소리쳤다. 이 자리에 있던 검사들은 놀란 표정으로 "조국 무혐의라는 말을 한 게 정말 심 부장이라는 거냐"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검사냐"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심 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대검 간부는 심 부장 휘하에 있는 검사였다. 두 사람은 최근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처리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검 간부가 "어떻게 무혐의입니까"라며 심 부장에게 다가가자 다른 검사들이 달려들어 말렸다. 당시 윤 총장은 화장실에 가 있어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윤 총장은 이날 3시간 만인 밤 12시 30분쯤 빈소를 떠났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사들이 거의 오지 않았던 이날 오후 6시쯤 혼자 빈소에 왔다가 바로 돌아갔다고 한다. 직전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조문객 중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조국 전 법무장관 기소 여부를 두고 이견을 빚어 온 검찰 간부들 사이에 공개석상에서 고성이 오간 일을 두고 추미애 법무장관이 "상갓집 추태",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추 장관은 20일 오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은 "대검 핵심 간부들이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여 왔던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더구나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법무부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고함을 내지른 장본인은 대검 한 고위간부는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었다. 그는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해봐라" "당신이 검사냐" 등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석했던 다른 검사들도 "심재철 부장이 '무혐의'라고 했단다"며 양 선임연구관을 거들었다고 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7일 유재수 감찰 무마 관련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 부장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기소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동부지검 수사팀 관계자 등이 배석한 회의에서도 같은 취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심 부장은 추 장관의 청문회준비단 홍보팀장을 거쳐 지난 8일 고위 간부 인사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선임연구관은 작년 7월 윤 총장 취임 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 등을 지휘해 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만간 단행할 법무부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양 연구관이 한직으로 전보되거나, 징계 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정해진 것 없다. 입장문은 장관 입장을 그대로 전한 것"이라고 했다.
양 연구관이 한직으로 전보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날 작심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옷을 벗을 각오까지 하고 현 일부 검찰 간부들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친문'과 '비친문' 검찰 라인의 권력투쟁 양상으로까지 비화되자 여권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윤석열 총장은 '대검 중간간부라도 바꾸지 않았으면 한다'는 인사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한 바 있다. 이는 윤 총장이 정권에 인사 저항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중간.실무 검사들의 인사를 앞두고 막판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양석조 연구관의 고성은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추미애 장관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추 장관 성향상 이런 상황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검찰 인사의 후유증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정권의 힘이 빠지면서 복수의 칼을 갈았던 검찰이 언젠가는 정권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국력소모를 부를 수 있는 요소다. 양측이 어느정도의 타협점을 찾아 검찰개혁의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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