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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1년4개월만에 귀국...'마크롱식 독자노선'으로 신당 창당 뒤 대선 간보기 시작?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1. 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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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2017년 9월 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1년 4개월만에 귀국한 안철수 전 대표는 첫 지방 일정을 광주방문으로 잡았다. 그가 국민의당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좋은 추억을 다시 소환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현재의 호남민심이 과연 그에게 다시한번 표를 몰아줄지는 극히 미지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귀국했다. 그는 귀국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다.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19일 오후 4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공항에서 귀국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중도·보수 통합신당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를 재개한 안 전 대표는 '중도적 실용 정당' 창당에 무게를 실으며 총선 전 정계개편 향방에도 크게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15분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실용이란 이상적인 생각에만 집착하는 것을 거부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그는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동안 연일 보수 진영으로부터 구애를 받던 안 전 대표가 귀국 메시지를 통해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혁통위 1차 회의 모습. 


그는 혁통위에 대해 "저는 관심 없다"고 단호히 말하며 "진영 대결로, 1대1 구도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일이다. 오히려 야권에서 혁신경쟁을 통해 국민 선택권을 넓히면 1대1보다 합이 더 큰 그런 결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그는 "모든 힘을 다해 돕겠다"며 "결국 제 목적은 이번 국회가 실용적, 중도적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국회를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하는 만큼 출마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조력자로서 총선 성적표를 내는 데 주력하겠단 뜻을 밝혔다.

안 전 의원가 복귀 일성으로 보수진영과 손 잡지 않고 독자 신당 창당을 분명히 함으로써 향후 총선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중도 외연 확장을 노리며 중도에 지분이 높은 안 전 대표의 합류를 바랐던 한국당과 혁통위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혁통위 측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박형준 위원장은 "조금 상황을 보고 얘기해야 한다. 아직 들어온 첫날인데 그것만 보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언급한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선택지로는 우선 현재 당적을 둔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세력을 키우는 방안이 있다.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시점으로 시간이 빠듯한 만큼 새로 사람을 모으고 체제를 구축하기보다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새롭게 재건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날 입국장에도 바른미래당의 당권파에 속하는 임재훈 의원과 최도자 의원이 나와 안 전 대표를 맞았다. 다만 손학규 대표의 사퇴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귀국한 만큼 손 대표와 만나 담판을 짓게 될 전망이다.

독자 세력화 길을 걷는 선택지도 있다. 바른미래당이 극심한 내홍으로 분당 사태를 맞으며 이미지가 악화했고, 손 대표 사퇴 문제도 마무리되지 못하면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정당 운영을 위한 재정 마련이나 시·도당 설립, 당원 모집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메시지에 대해 "말씀 그대로"라며 "안철수 이름 석자가 정당이다. 손 대표를 포함해 많은 정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듣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각 지역에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이 아직도 많다"고 신당 창당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9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 29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생애 두 번째 풀코스 도전 만에 3시간 46분 14초라는 기록으로 완주했다”며 “1년 전만 해도 10㎞ 정도의 단축 구간을 운동 삼아 달리던 그가 짧은 시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단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독일 양 국민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베를린 하늘 밑에서 꼭 한번 완주해보고 싶다는 평소 그의 소망이 이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안 전 대표는 각 정계 인사들을 만나며 조언을 청취하겠단 구상이다. 그는 "일단 여러분들을 만나뵙고 상의드리려고 한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는 공식 첫 행보로 20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광주 5·18 묘역 참배에 나선다. 국민의당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 민심을 살펴보려는 행보로 읽힌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이끌고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4년 전과 지금은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총선 한해 전인 2015년 호남 지역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7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가 진보·중도 성향, 호남 지역 유권자 표를 4년 전처럼 획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보수 정당은 분열돼 있고, 이들 진영에선 안 전 대표의 중도·보수 대통합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가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민주당 지지층보다는 중도층 표를 일부 흡수해 총선에서 반문재인 심판론을 내건 보수 야권에 불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독자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오는 22일 신간 출간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공개한 메시지에서 "(해외 생활에서) 국회의원 한 명 없던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은 프랑스에서 국민들의 힘을 목격할 수 있었다"며 "프랑스 국민은 새로운 미래를 고민했고 마크롱이 주축이 된 실용적 중도정당을 선택했다"고 했다. 사회당과 공화당이 정치를 주도해온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은 중도 노선을 기치로 내걸고 국회의원 한명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7년 총선에서도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미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도 현재 안 전 대표에 대해 그리 높은 지지를 보내지는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24%)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9%)에 이어 4%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 중 안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로 황 대표(4%)와 같았다.

이런 결과는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기 직전인 2016년 1월 15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다. 당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 지지율은 13%였다.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 중 16%가 안 전 대표를 지지했다. 또 4년 전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당시 안 전 대표에 대한 진보층 지지율은 20%였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2018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4년 전 중도와 진보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안 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호남과 중도·진보층 표를 일부 흡수하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현 여권 강세 지역인 서울 관악을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오신환 새보수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를 861표(0.7%) 차이로 이겼다. 

 

그런데 오 의원 승리는 당시 국민의당 이행자 후보가 2만8801표를 얻은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4년 전보다 중도·진보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안 전 대표가 독자정당을 이끌고 21대 총선에 나설 경우 한국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바른미래당을 재편하거나 신당을 창당한 뒤 보수 통합에 참여하지는 않되 총선 선거전 막판 한국당(또는 통합 보수신당)과 반문연대를 구성하는 데 전격 합류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18대 총선 때 당시 야권이 '반 MB(이명박)'을 내걸고 선거연대를 시도했던 모델과 유사한 그림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취임 2개월만에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5개 정당으로 쪼개져 있던 당시 야권은 패색이 짙었다. 이에 결국 당시 야권은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과 통합진보당 등 2개 정당으로 재편됐고, 두 정당은 총선 한달 전 246개 전 지역구에 대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반대로 이번 총선에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으로 갈라진 보수 야권과, 안 전 대표 세력이 '문재인 정권 폭주 저지'를 내걸고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 연대·연합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018년 5월 8일 당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오전 8시 30분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직장인 대부분이 출근하는 오전 9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시청역 앞에서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지만 출근하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철수 후보와 함께 나온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얼굴을 찡그리며 난처해 했다. 이 사진만 보면 아버지(손학규)가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안철수)를 억지로 데리고 교문으로 향하는 장면 같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성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유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플러스 알파만을 만드는 데 익숙해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총선에서도 독자노선으로 간보기를 하다가 막판에 보수나 중도로 딜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뚝심있게 소신있는 중도정당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중도가 될 수도 보수가 될 수도 있는 게 안철수식 정치다.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진영에서도 안 전 대표의 통합 참여가 어렵다면 선거연대라도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적잖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반문재인 야권 세력이 4월 총선에서 1당, 나아가 과반 의석을 이뤄내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확실히 전하기 위해서는 과거 중도층 지지를 얻었던 안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반문 대열에 함께 서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당 홍준표(24%)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21%)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6.8%) 후보 득표율 합은 52%다. 한 야권 인사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보수 성향 유권자 외에 중도층까지 견인해낼 때 성공할 수 있다"며 "이는 황교안·유승민은 반드시 통합하고 여기에 더해 안철수와 연대를 이뤄내야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도 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이 지난달 초에는 21%였으나, 지난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27%로 늘었다.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5.1%, 부정평가는 51.2%를 기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좌천시켰고, 지난 14일에는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후 지지율 추이가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하다"고 했다.

반면 이런 여론 흐름은 안 전 대표가 끝까지 독자 노선을 걷는 선택을 하는 근거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정권 심판론이 적지 않다고 보고 차기 대선까지 내다보고 이번 총선에서 보수 야권과 경쟁을 통한 자기 세력 확보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김형준 교수도 "안 전 대표가 한국을 떠났던 1년 4개월 전과 비교해 당시는 개혁·도덕의 가치를 현 정권이 갖고 있었지만,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그 가치가 무너졌다"며 "그 결과 중도층이 현 정권에서 등을 돌리고, 여도 야도 싫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안 전 대표가 활동할 공간이 넓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특유의 간보기가 이번 총선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 전 대표가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중도신당으로 끝까지 선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유불리를 따져 막판에 보수세력과의 깜짝딜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구상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다. 이번 총선에서 독자신당으로 맷집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미련없이 홀로서기를 버리고 보수세력 규합이나 통합작업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일단 독자세력화를 도모하면서 한달 정도 총선 승산을 따져볼 것"이라며 "그 결과 독자 노선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면 중도·수도권·호남층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마이웨이를 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커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다만 반문 성향 유권자들이 일단 문재인 정권 견제에 우선 순위를 둘 경우 안 전 대표가 전격적인 야권 선거연합을 검토하거나, 안 전 대표 세력 일부가 떨어져 나와 야권 통합·연합파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공천 지분을 매개로 보수대통합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너무도 무책임한 '해바라기' 전술이다. 안철수 전 대표 스스로가 새정치 새인물임을 내세우는데 헌집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대책 없이 오라고 손짓만 하는 형국이다. 아무런 정치적 세력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 혁통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혁통위가 어떤 비전과 명분으로 보수대통합을 이끌어낼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안철수 전 대표도 혁통위의 이런 무기력한 모습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당연히 혁통위 참여에 부정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이렇게 무기력해진 보수세력의 품에 안길 리가 만무하다. 그렇지 않아도 안철수식 독자행보만이 그의 유일한 전략이자 전술인데 주변상황까지 합류할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보수세력이 이렇게 사분오열 오합지졸이 돼 있고, 중도층은 지지할 곳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총선 금배지나 대선 대통령 자리를 뒤로 하고 진정한 통합의 메신저이자 깃발드는 사람을 자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 모른다.

 

안철수식 정치는 상황을 만들어가며 돌파를 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 상황에서 그의 조건을 꿰맞추는 스타일이다. 이번에도 그는 끝까지 간보기만 할 것이다.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가 된 것도 바이러스라는 필요조건이 있어야 백신이라는 충분조건을 비로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치에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안 전 대표는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가는 정치 스타일이 아니었다. 남들이 어렵게 만든 길 중에서 지름길이 있으면 잽싸게 그 뒷공간을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그의 워딩에는 언제나 '내가'가 아닌 '남들이'라는 게 중요시된다. '남들이 썩어빠졌으니, 내가 고치겠다'는 게 안철수식 정치다. 남들 실수의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는 신당 하나 창당한 뒤 끝까지 간보기를 할 것이다. 이는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그래서 그는 총선에도 출마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지만), 대선까지의 싹수를 미리 보려는 것이다. 어떤 마차에 올라타야 대통령 자리로 가는 게 쉬운 것인지, 점방 하나 차려놓고 이리저리 재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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